
함경남도 소재 중앙급 대학인 함흥약학대학의 올해 신입생 등록 포기자가 30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학비와 생활비가 많이 드는 중앙급 대학보다 조금이라도 가까운 지방 대학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1일 데일리NK 함경남도 소식통은 “함흥약학대학 교무행정부가 지난달 29일 중앙에 신입생 등록 현황 보고서를 제출했다”며 “이에 따르면 합격통지서를 받고도 등록하지 않은 인원이 30여 명이 넘었는데, 주로 함경남도가 아닌 타 지역 출신 학생들이었다”고 전했다.
본보의 취재 결과 실제 평안남도 8명, 자강도 7명, 평안북도 5명, 평양시 4명 등이 올해 함흥약학대학 입학을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 교육 당국은 모두가 선망하고 가고 싶어 하는 중앙급 대학에 합격하고도 등록을 포기한 인원이 30여 명을 넘어섰다는 보고에 적잖은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에서 중앙급 대학은 전국 단위에서 학생을 선발하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해 학업 성적이 우수하고 집안 환경도 뒷받침이 돼야 입학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식통은 “예전 같았으면 중앙급 대학에 붙은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어떻게든 등록하려 했을 텐데, 지금은 분위기가 달라졌다”며 “학생들과 부모들은 6년제 약학대학에 들어가 고생하느니 차라리 좀 더 가까운 도(道) 의대 약학부에 들어가는 게 낫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6년제인 함흥약학대학은 실습에 필요한 비용이 개인에게 할당돼 학비가 상대적으로 비쌀 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다른 지역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 보니 하숙집을 구해야 하는 등 생활비 부담도 크다고 한다.
그런데 도 의학대학 약학부의 경우에는 5년의 교육과정만 밟으면 졸업 시 6년제와 동일한 약제사(약사) 자격증을 취할 수 있다. 그러니 타 지역 학생들은 “굳이 생고생을 하면서 더 길게 대학 생활을 할 필요가 없지 않겠느냐”는 말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중앙급 약학대학에 합격한 학생들이 곧바로 도 의학대학 약학부에 입학해 다닐 수는 없다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소식통은 “이렇게 뽀이꼿(보이콧)하고 바로 도 의학대학으로 갈 순 없다”며 “1~2년간 일반 공장·기업소에 적을 걸고 있다가 다시 대학 추천을 받아 의대로 진학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 교육 당국은 중앙급 대학 입학 등록을 포기하는 이 같은 현상이 단순히 함흥약학대학에서만 일어나는 문제가 아니라면서 이를 심각한 사안으로 다루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중앙에서는 ‘중앙급 대학 무용론’이 청년층 사이에서 확산하고 있다고 보고 다른 중앙급 대학의 입학 포기율도 조사하라는 지시를 내린 상태”라며 “중앙급 대학에 붙은 학생들이 등록을 포기했다는 건 명예보다 실속을 따지는 요즘 청년들의 세태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