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 긴장에 감시 강화되자 연락 차단하고 움츠린 화교들

외부서 물건, 정보 들여오는 화교들, 北 감시 대상 1순위 돼…보위원들 "주의하라" 경고 주기도

중국 랴오닝성 단둥에서 바라본 북한 평안북도 신의주시 전경. /사진=이승주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 프로파일러 제공

북한이 최근 대외 정세 긴장 고조 상황 속에서 화교들에 대한 감시와 통제를 한층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부에서 물건이나 정보를 유입하는 화교들로 인해 내부 결속이 약화할 수 있다는 것을 경계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8일 데일리NK 평안북도 소식통은 “경제력이 있는 화교들은 대부분 보위부와 어느 정도 연줄을 가지고 있는데, 요새처럼 정세가 긴장해지면 그들(보위원)로부터 ‘주의하라’는 경고를 받는다”며 “그래서인지 실제로 최근 화교들의 활동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신의주에 거주하는 한 화교는 “정세가 긴장되면 바늘 떨어지는 소리까지도 보위부가 듣고 있다고 생각해야 할 정도로 감시가 심해진다”며 “이달 중순 담당 보위원으로부터 한국과 관련된 물건은 절대 들여오지 말라는 경고를 받기도 했다”고 했다.

그는 “일전에 별생각 없이 ‘조선(북한)이 한국과 이어지기만 하면 세계에서 제일 잘살 수 있다고 한다’는 말을 했던 적이 있는데 담당 보위원이 그 말을 한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주의를 줘 너무 놀랐다”면서 “요즘에는 한국 전기밥솥에서 나오는 안내 음성도 신경이 쓰일 정도”라고 현재 상황을 전했다.

이처럼 북한 내 화교들은 정세가 긴장될 때마다 당국의 주요한 감시 대상이 되고 있다. 북한 주민들처럼 철저하게 외부와 차단되지는 않으면서도 그렇다고 완전히 자유로울 수도 없는 불편한 생활을 하고 있는 셈이다.

현재 화교들의 북중 간 왕래는 국경봉쇄가 완화되면서 코로나19 이전 수준에 가깝게 회복된 상태인데, 북한은 그런 이들을 통해 외부의 소식이 내부에 전해지고 한국산 물건이 유입되는 것을 상당히 경계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특히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북관계를 ‘적대적이고 교전 중인 두 국가관계’로 규정한 데 따라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화교들의 동향 감시가 한층 강화되는 분위기라고 한다.

실제로 북한은 화교들을 통해 조선과 중국 사이를 오가는 딸보짐(보따리)들에 대한 검열도 최근 들어 더욱 까다롭게 하고 있다. 장사 물품이 아닌 개인 물품까지 일일이 검사하면서 행여나 한국산 제품이 유입되지 않는지 꼼꼼하게 들여다보고 있다는 것이다.

정세가 긴장되면 긴장될수록 감시와 단속, 통제가 강화되자 화교들은 외부와 연결되는 중국 휴대전화 사용을 아예 중단하고 몸을 바짝 움츠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1일 외무성 중대 성명으로 한국이 평양에 무인기를 침투시켜 대북전단을 살포했다고 주장한 이후로 화교들의 잠적이 두드러졌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은 “화교들이 정세가 나빠질 때 가장 먼저 외부와의 연락을 끊고 행동을 조심하며 몸을 사리는 것은 살아남기 위해 터득한 방식이자 오랜 경험에서 나온 생존 전략”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