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김정일의 北’…南 사회통합 지혜 중요

김정일은 새해 첫날 금수산기념궁전(옛 금수산의사당)을 찾아 김일성 미라에 참배한다. 1월 1일 0시 정각에 극소수 측근들만 데리고 간다.


이 행사는 김정일의 새해 첫날 첫일이며, 또 새해 행사중 가장 중요한 일이다. 고위 탈북자에 따르면 김일성 사망후 한번도 거르는 일이 없었다고 한다. ‘지도자 동지’의 새해 첫일이 김일성에 대한 참배이니까, 더도 덜도 없이 ‘북한은 김일성의 나라’라는 말은 명(名)과 실(實)이 상부(相符)하는 표현이다.


어쨌든, 2010년이 시작되는 이번 2010년 1월 1일 0시 정각에도 김정일이 금수산기념궁전에 참배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사실, 2008년 8월 김정일이 첫 스트로크(stroke 뇌졸중)을 맞은 뒤 첫해였던 2009년 새해 0시에 김정일이 김일성에게 참배했는지 여부를 확실히 알 수 없으니, 이번 2010년 새해 첫날에도 김정일이 참배를 할지말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요즘 김정일이 어디서 잠을 자는지 정확히 알 길은 없지만, 아무래도 새해를 맞는다면 평양에서 맞이할 가능성이 높고, 그렇다면 평양의 룡성동 관저나 또는 안가(安家) 겸 별장인 철봉각 정도가 아닐까 싶은데, 확실히 추정할 길은 없다. 몇몇 탈북자들의 관측으로는 룡성동 관저가 물망에 오른다. 


따라서 한국 미국 중국의 정보기관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1월 1일 0시가 되기 전 룡성동 관저, 철봉각, 또는 노동당 청사, 또는 기타 등등의 장소에서 김정일이 탑승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최고급 승용차, 군용 차량의 동선(動線)을 추적해보는 것이다.    


하지만, 만약 2010년 1월 1일 0시 정각에 김정일이 금수산기념궁전에 참배할 것이냐, 아니냐를 놓고 내기를 건다면, 필자는 ‘참배한다’ 쪽에 걸고 싶다. 1월 1일 0시 평양의 날씨가 아무리 춥다해도 2010년에는 참배할 것으로 본다. 왜냐? 2010년은 김정일에게 정말 중요한 한 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약 김정일이 참배하지 않았다고 할 경우, 그것은 ‘문제’다. 즉 김정일의 건강을 ‘아주 나쁜 수준’으로 판단해야 할 근거가 생겼고, 각국의 정보기관은 김정일의 건강과 관련한 정확한 정보 수집에 몰두해야 할 것이다. 


김정일이 한국과 미국의 정보기관을 교란시키기 위해 일부러 참배하지 않을 경우는? 과감히 말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없다. 나라 안팎의  일이 복잡할수록, 여러가지 일이 안될수록, 김정일은 더욱 ‘김일성 깃발’을 부여잡고 있어야 한다. 김정일은 그것이 자신을 지키고, 자신의 권력을 지키고, 북한을 지키는 길이라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1월 1일 김정일의 참배 여부를 파악하는 일은 그의 건강문제와 관련하여 중요한 체크 포인트가 된다.         


이미 예상되고 있지만, 2010년 북한문제와 관련하여 크게 세 갈래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첫째, 북한의 대외관계다. 핵심은 1)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해서 ‘핵폐기 프로세스’로 진입할 것이냐, 그래서 유엔안보리 제재에서 벗어나 미-북 관계개선 프로세스로 진입하고, 또 이명박 정부의 ‘그랜드 바겐’이 시동을 거는 환경이 마련되느냐, 그래서 한반도를 둘러싼 평화 무드가 급속히 전개되느냐, 2) 그게 아니면, 중국의 노력으로 6자회담에 복귀하긴 하되, ‘조선반도 비핵화’ 논리로 先 한반도평화체제수립을 내세우면서 핵폐기 본질을 흐리고, 또 先 유엔안보리 대북제재 철회를 내세우며 시간끌기, 말 싸움 등을 이어가다가, 어느날 6자회담 탈퇴 가능성을 들고 나오면서 주변국의 先 경제지원을 요구하거나, 이도 저도 잘 안되면 과감하게 농축우라늄 핵실험을 할 수 있다는 외무성 발표를 하거나-아니면, ‘공화국은 과학기술 분야에서 새로운 핵 억지력 개발에 성공했다’며 조선중앙통신이 보도를 하는 식으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제3차 핵실험, 그것도 농축 우라늄으로 실험할 경우 오바마 정부는 매우 곤혹스러워질 것이다. 미국은 2010년에 5년마다 열리는 NPT(핵비확산체제) 리뷰 컨퍼런스를 주관하면서 NPT의 성과와 유효성을 강조해야 할 입장인데, 북한은 미국이 처한 이같은 상황을 역이용하면서 충분히 협박할 수 있다. 그래서 필자는 1)보다는 2)의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을 좀더 높게 본다. 


북한은 6자회담에서 조선반도 비핵화 논리로 先 주한미군 철수·한미군사동맹 파기 등을 요구하면서 6자회담 의제로 先 한반도평화체제 논의, 先 유엔제재 철회, 先 경제지원를 주장하고, 이를 관철하기 위해 제3차 핵실험 준비로 미국을 협박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이같은 조선반도 비핵화 논리를 잘 모르는 한국내 순수 좌파 또는 알면서도 북한의 논리를 지원하는 친북파, 그리고 정부가 하는 방향과는 무조건 반대로 가야 선거에서 유리하다고 믿는 일부 정치인들은 ‘북한이 한반도평화체제를 논의하자는데 뭐가 나쁘냐?’며 적극적인 대북지원을 주장할 가능성이 잠재한다. 


둘째, 2010년 북한은 ‘개혁개방 프로파간다’를 전개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조선중앙통신은 12월 16일 김정일이 나진 선봉 특구지역을 방문했으며, 김정일이 적극적인 외자 유치를 지시했다는 내용을 보도한 바 있다. 따라서 북한은 대미 행보를 적극적으로 가져가고 김정일의 방중(訪中) 등 6자회담에서 중국의 역할을 높여주면서, 일본과는 납치자 문제와 수교교섭 논의 재개, 한국에 대해서도 유화적인 제스처를 할 수 있을 것이다. 


2007년 북핵 6자회담 2.13 합의 후 일시적으로 미북간 화해무드가 전개된 적이 있다. 북한 김계관 부상은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와 워싱턴에서 만나 “미북간 수교 전 평양연락사무소 설치” 주장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곧 ‘없던 일’로 되었다. 지난 12월 8일 보즈워스 특별대표의 방북시에도 ‘평양사무소 설치’ 언급이 나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북한은 김정일의 방중 후 “신의주 특구 설치”를 발표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이같은 행보와 관련해서는 북한이 실제로 ‘개혁개방 플랜 및 그 후속조치’에 진정성이 확인되면 한국과 중국은 강력히 대북 개혁개방 드라이브를 걸어버리는 것이 좋다. 그런 점에서 북한 연구자들은 2010년 북한의 개혁개방 프로파간다에서 ‘진정성’ 여부를 체크하는 일이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렇게 해왔듯이 김정일이 ‘프로파간다’에 치중할 뿐 실제로 개방으로 나갈 수도 없는 만큼, 현실은 중국이 경제 분야에서 대북 영향력을 더 높이는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을 것이다.


셋째는 북한 내부 문제다. 사실 앞의 첫째, 둘째 문제보다 2010년에는 북한 내부 문제가 관찰의 촛점이 될 수 있다.  


11·30 화폐개혁과 2010년 1월 1일을 기해 실시되는 달러, 위안화 사용금지의 ‘후과’는 앞으로 여러가지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북한주민들은 이미 90년대 중반 사람들이 속절없이 굶어죽는 광경을  봤고, 그 이후 15년이 되었다. 이제 국가가 시키는대로 하는 주민은 거의 없다. 그렇게 하면 굶어죽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화폐개혁 후 북한당국은 종전 임금을 그대로 주고 있는데, 국영상점에 상품이 모자라고 장마당이 위축되면 초인플레 현상이 나타날 것은 불문가지다. 필자는 이번 화폐개혁을 김정일이 치밀하게 모든 것을 계산한 뒤 시행했을 것으로는 믿지 않는다. 다시 말해 그 ‘후과’에 대한 대비책을 충분히 세워놓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앞으로 3~4 개월 쯤 지나는 동안 북한의 국영상점, 수매상점, 시장의 상황과 주민들의 생활을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것이 2010년 1/4 분기에 집중해야 할 대목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2010년은 김정일에게 정말 골치아픈 해가 될 수 있다. 여러 가지 누적된 문제들이 여기저기서 불거질 수 있다. 대형사건들이 연속적으로 전개되긴 어렵겠지만, 적어도 정권에 충격을 주는 불연속적 사건들이 툭, 툭 터질 수는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2004년 용천 열차폭발사고 또는 자강도 로켓공장 폭발사고 등과 같은 사건들이 발생할 수도 있고, 아마도 후계문제, 달러 문제 등으로 거물급이 탈북하는 사례가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2010년 여러가지 북한과 관련한 변화에서 우리 사회가 올바른 여론이 형성되고 제대로 대북정책을 수행할 수 있도록 힘과 지혜를 모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2010년 대한민국의 사회통합 문제가 또 한번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정부는 2010년, 북한문제와 관련하여 △대북전략  △6자회담을 매개로 한 대외전략 △그리고 우리 내부의 여론을 잘 이끌어갈 수 있는 ‘대남전략‘ 등 세 분야를 공히 잘 수행해야 할 한 해가 될 것 같다.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