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8월 11일은 ‘상식’으로 나아간 날

2005년 8월 11일은 북한인권 문제와 관련하여 여러모로 기념할 만한 날이다.

먼저 이날 오후 2시 백범기념관에서 ‘광복 60주년 북한인권 개선 촉구대회’가 성황리에 열렸다. 자유주의 연대, 북한민주화네트워크, 북한민주화학생연대 등 18개 시민단체와 청년학생 5백여명은 이날을 기점으로 북녘 땅에 인권의 횃불을 올리는 본격적인 대장정에 돌입했다.

이날 국회에서도 중요한 사건이 있었다. 김문수 의원을 비롯한 국회의원 29명은 북한인권의 실질개선을 위한 ‘북한인권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17개조로 된 ‘북한인권법안’은 통일부 산하에 ‘북한인권개선위원회’를 설치하고 북한인권대사를 신설하며, 국가인권위 산하에 ‘북한인권기록보존소’를 설치하는 등 북한인권의 실질적인 개선을 위한 내용이 담겨 있다.

이로써, 이미 오래 전부터 북한인권문제를 제기해온 유럽을 비롯하여 미국, 일본에 이어 한국의 시민사회와 정치계에도 북한인권문제가 본격적인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天知地知 我知他知 한 사실을 외면해 온 사람들

북한의 인권문제에 관한 한 우리나라 정치인 언론인 학자 등 여론주도층과 지식인들은 깊이 머리 숙여 맹성(猛省)해야 한다.

북한인권이 우리에게 어떤 문제이던가?

천부(天賦)인권설, 보편 인권설처럼 굳이 ‘거룩한’ 학설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우리의 형제들이 지척의 거리에서 지금 이 순간에도 굶어죽고, 갇혀 죽고, 매맞아 죽고, 총맞아 죽는 것이 오늘 북한의 인권현실이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는, 언론은, 지식인은, 시민단체는, 애써, 굳이, 이 명백한 현실을 외면해온 것이다.

유럽 미국 일본 호주를 비롯한 선진국은 물론이려니와 북유럽의 작은 도시에서 이름모를 인권운동가마저 북한인권개선을 촉구하고 있거늘, 명색이 동포가, 형제가, 우리의 어린 세대가, 눈앞의 거리에 중세기의 참극을 당하고 있는데도 대한민국의 ‘위대한’ 지식인과 정치인과 언론인만이 도리질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는 덧붙여 북한인권을 거론하면 남북관계가 훼손된다며 자던 소도 웃을 궤변까지 늘어놓았다.

하늘도 알고 땅고 알고, 나도 알고 너도 아는(天知地知 我知他知) 사실을 우리정부와 어용 지식인들만이 외면하면서, ‘얼치기 진보’의 울타리 안에서 서로가 서로를 곁눈질하며 ‘간통의 향연’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6년 전 99년 12월, 일군의 깨어난 386 진보 운동가들이 북한인권의 깃발을 처음 올렸을 때만 해도 주변은 황량한 벌판이었다. 미망(未忘)에서 헤매는 지식인들은 ‘북한인권이 도대체 우리에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반응이었다. 어떤 이들은 냉소를 보내기도 했다.

국제사회에서는 이미 상식이 되어 있는 문제를 우리 지식인들은 그 무슨 대단한 철학적 난제(難題)를 만난 것처럼 미간을 좁힌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나 북한인권 문제는 이제부터 우리사회에서 ‘상식’으로 나아갈 것이다. 8월 11일은 북한인권문제가 우리사회에서도 ‘상식’으로 나아가는 첫발을 뗀 날이다.

이제 북한인권운동은 대세, 盧 정권도 동참해야

북한인권운동은 북한 땅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을 지금보다 좀더 나은 삶으로 바꿔주는 운동이다. 우리보다 훨씬 못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의 삶을 좀더 나은 처지로 바꾸는 일을 도와주는 것이 북한인권운동이다. 여기에 무슨 복잡한 이론이 있는 것도 아니다.

대북정책도 이러한 ‘상식’에서 출발하면 된다. 대북정책에서 인권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 것인가의 문제는 정책 담당자가 여러 관련 전문가와 이미 노하우가 축적된 국내외 인권운동가들의 조언을 들으면 된다. ‘헬싱키 선언’이 구공산권 사회를 어떻게 바꿔갔는지, 서독이 동독 주민의 인권문제를 어떤 전략으로 접근했는지는 이미 책에도 다 나와 있다.

중요한 것은 북한인권이 대북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의제라는 사실을 인식부터 하는 것이다. 북한인권문제를 풀어나가는 것이 평화통일로 가는 가장 유효한 전략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부터 출발하면 된다. 그 다음부터는 여러 사람들의 조언을 받아 이에 걸맞은 대북 전략과 전술을 짜면 된다.

문제는 대북전략에서 인권문제의 중요성을 인식도 하지 않으면서 ‘알고는 있는데, 그러면 답을 내놔라’는 식의, 정책 담당자로서 무책임하고 무능한 행태를 보이면 안 된다는 것이다. 기실, 스스로 답을 찾지도 못하면 무능을 자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노무현 정부는 이미 정치, 경제정책에서 실패를 거듭해왔다. 이제 마지막 남은 북한인권문제마저 제대로 풀어가지 못하면 건국 후 가장 무능한 정권으로 기록될 것이 틀림없다.

8월 11일은 북한인권운동이 우리사회에서 대중운동으로 나아가는 출발선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 운동은 북한의 김정일 독재체제를 전환하고 한반도에 평화정착과 평화통일이 완수되는 날까지 계속 전개될 것이다. 이 운동에 참가한 모든 사람들의 건승을 빌며, 많은 사람들의 동참을 촉구한다.

손광주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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