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차이산상봉 작별상봉 이모저모

이별의 시간이 다가오자 남측의 박병호(86)씨는 56년만에 만난 유복자 춘성(56)씨의 얼굴을 만지면서 윤곽 하나 하나를 머릿속에 담기에 여념이 없었다.

병호씨는 아들의 두 손을 꼭 잡고 “이제 가면 언제 또 만나느냐”며 어깨를 들썩였고 춘성씨는 “통일되면 다시 만나게 되니까 그때까지 건강하세요”라며 오열하는 아버지를 다독였다.
춘성씨는 남측의 이복동생 연식(38)씨에게 “아버지를 잘 모셔라”고 당부했다.

0…1.4후퇴 때 자식들과 헤어졌던 김인식(85.여)씨는 반세기 만에 만난 북측의 딸 남영옥(61)씨에게 사진을 건네며 “통일이 되면 편지도 쓸 수 있고 전화통화도 할 수 있겠지”라며 훗날을 기약했다.

김씨는 자식들에게 웃는 얼굴만 보여주고 싶었지만 끝내 터져 나오는 눈물을 멈 출 수 없었다.

그는“내 오늘 울지 않으려 했는데… 이제 가면 언제 또 볼 수 있을까”라면서 손수건에 얼굴을 묻었다.

0…남측 임춘자(61.여)씨는 어릴 적 헤어진 아버지 대신 나온 북측의 이복동생 임상주(37)씨 앞에서 아버지에게 편지를 작성했다.

임씨는 편지지를 구하지 못해 급한 김에 현장에서 행사 안내문 뒤편에 편지를 써내려갔다.

임씨는 그 자리에 나오지 못한 나머지 이복형제들에게도 “동생들아. 정말 보고 싶다. 아버지께서 북에서 살아계시다니, 동생들을 넷이나 낳았다니… 동생들이 자랑스럽다. 서로 우애 있게 잘 지내거라”는 내용의 장문의 편지를 건넸다.

동생 상주씨는 편지를 고이 접어 가슴속에 간직했다.

0…1947년 북에서 혼자 남으로 내려와 누나들과 여동생을 만난 황영산(67)씨에게 여동생 황영일(59)씨는 종이를 찢어 아버지 기일을 전했다.

황씨는 이를 혹시 잃어버릴 새라 고이 접어 넣으며 “앞으로 제 날짜에 제사를 모실 수 있게 됐다”며 좋아했다. 그러나 막상 헤어질 시간이 다가오자 황씨는 누나 금옥(90).금녀(85)씨에게 큰 절을 올리며 “건강하게 오래 사세요”라며 눈물을 흘렸다.

0…이제 다시 헤어져야 하는 북녘의 딸 손자들과 마주앉은 모복녀(90)씨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눈물만 하염없이 흘렸다.

지난 1월 담낭수술을 받았던 어머니 건강이 걱정스러운 듯 딸 김숙자(64)씨는 모씨의 배를 어루만지면서 “어머니 건강하셔야 되요”라고 당부했다.

할머니와 작별이 아쉬운 것은 손자들도 마찬가지. 손자 안경철씨는 모씨를 끌어안고 “할머니 통일되면 곧 만날 거여요. 울지마세요”라며 어깨를 다독거렸다.

0…남측 상봉자를 태운 버스가 시동을 걸자 배웅을 나온 북측 가족들은 팔이 떨어져라 손을 흔들고 남측 상봉자들은 차창 밖으로 손을 내밀며 정신없이 가족들을 찾기 시작했다.

오빠 조경원(66)씨가 탄 차량을 찾지 못한 북측의 동생 조순이(56)씨는 “오빠가 어느 버스에 탔는지 모르겠다”며 방을 동동 구르며 안타까워 했다.

북측 안내원이 뒤편으로 안내하자 순이씨는 한복을 무릎까지 올린 채 황급히 뛰어가 오빠 경원씨를 겨우 만날 수 있었다. 순이씨는 “오빠 한참 찾았어요”라고 소리치자 경원씨도 눈물을 삼키며 “어서 들어가라. 또 만나자”고 작별인사를 전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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