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장 차관’의 ‘100원짜리’ 막말

▲2003년 북한민주화를 위한 시민학생 결의대회 ⓒ데일리NK

▲2003년 북한민주화를 위한 시민학생 결의대회 ⓒ데일리NK

신언상 통일부 차관은 아무래도 말을 가려서 해야 할 것 같다.

신차관은 “북한인권단체가 실질적으로 하는 것이 뭐가 있냐”며 과연 공직자의 발언이 맞는지 의심스러운 말을 했다.

“피켓 들고, 데모하고, 시위하고, 성명서 낭독하고 그런다고 인권문제 해결 됩니까. 그렇다면 우리(통일부)도 100만장의 성명서 낼 수 있다”고도 했다. 이 정도면 거의 ‘막말’ 수준이다.

현장을 취재했던 기자에 따르면 감정적으로 흥분된 어조가 느껴졌다고 한다. 백번 양보해 북한인권단체들이 한국 정부의 북한인권 무관심을 질타하면서 주로 통일부를 표적(?)으로 삼는 것에 개인적 불만을 갖는 것은 이해할 수도 있다. 나름대로 열심히 하고 있는데 자꾸 아무 것도 안 한다는 식으로 나오니 화가 날 수도 있는 일이다.

그래도 술자리에서 사담(私談)으로나 할 이야기를 ‘차관(次官)’이라는 사람이 공개석상(민족통일중앙협의회 강연)에서 그렇게 함부로 내지르면 일선 직원들이 무얼 보고 배우겠는가? 윗사람 눈치 보는 사람들은 한술 더 떠 북한인권단체에 적개심을 표출할 것이요, 소신을 갖고 있는 발언하고자 했던 사람은 입을 봉하게 될 것이다.

民과 官의 역할 구분 못하는 구시대적 사고

신 차관의 말처럼 ‘피켓 들고, 데모하고, 시위하고, 성명서 낭독하고 그런다고’ 북한의 인권문제가 즉각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북한의 정치적 자유도는 북한 내부에 전혀 접근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하며 폐쇄적이다. 그렇다고 두 손 놓고 있어야 하나. 한편으로 북한과 협상하고 대화하며 ‘현실’을 좇는 정부가 있다면, 한편으론 인권의 ‘원칙’을 강조하며 나아가야 할 민간단체가 있다. 이것이 정부와 민간의 각자 역할이다.

서로의 역할에 대한 이해와 견제가 필요하지만 신 차관의 말처럼 “그렇다면 우리도 100만장 성명서 낼 수 있다”는 식으로 나오는 것은 상대의 존재와 역할을 완전히 부정하는 실언 중에 실언이다. 어느 민간단체 대표가 “그렇다면 나도 차관할 수 있겠다”고 말한다면 신 차관은 과연 기분이 어떻겠나. ‘참여’를 표방하는 정부에서 일하는 차관의 뇌리에 ‘그런 것은 나도 한다’는 식으로 민간단체를 폄훼하는 구시대적 사고가 들어있었다니 한심스럽다.

신 차관은 “독일에 2백 여명, 미국의 몇 명의 탈북자들이 있다고 하는데 이 나라들은 정보의 가치가 있는 사람(탈북자)들만 선별적으로 받아 들인다”고도 말했다. 독일과 미국 정부가 ‘정보 가치가 있는 탈북자만 받아들인다’는 사실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나? 만에 하나 두 나라정부에서 항의라고 한다면 어쩔 텐가? 차관이라는 중요한 지위에 있는 사람이 이렇게 검증 안 된 이야기를 함부로 할 수 있는가? 나아가, 그렇다면 정녕 신차관은 독일이나 미국이 엄청난 수의 탈북자들을 그냥 막 받아들였으면 좋겠다는 말인가?

아무래도 이번 기회에 신 차관에는 ‘100만장 차관’이라는 별명이 붙을 것 같다. 신 차관이 듣기에 거북한 별명일 것이다. 그만큼 차관이라는 자리가 말을 아껴야 하는 자리다. 유인물 100만장을 생각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말을 ‘100만불 짜리’로 만들기 위해 신중하기 바란다.

정부와 민간이 머리를 맞대고 어떻게 하면 북한의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겠는지, 북한 인권개선을 위해 각자 역할분담을 어떻게 할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도 부족할 시간에 ‘차관의 입’ 걱정이나 하고 있어야 하다니 개탄할 노릇이다.

신언상 차관의 자숙을 촉구한다.

곽대중 논설위원 big@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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