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평창올림픽 참가에 ‘올인’…회담으로 얻은 것은?



조명균 통일부 장관(右)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9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회담에서 공동보도문을 교환한 뒤 악수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연합

2년여 만에 열린 남북 고위급회담에서 남북은 평창올림픽 계기에 북한 대표단을 파견하고 이와 별도로 군사당국회담을 개최하자는 데 합의했다. 아울러 남과 북이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남북 고위급회단 대표단은 9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3개항의 공동보도문을 채택했다.

이번 회담에서 채택된 공동보도문은 북측의 입장이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북측은 이날 오전 첫 전체회의 기조발언에서 평창올림픽 참가 문제와 관련해 고위급 대표단 등을 파견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고, 해당 사항은 공동보도문에도 그대로 담겼다.

이날 오후 8시 5분부터 42분까지 열린 종결회담이 종료된 직후 발표된 공동보도문에 따르면 북측은 고위급 대표단과 민족올림픽위원회 대표단, 선수단, 응원단, 예술단, 참관단, 태권도시범단, 기자단을 파견하고, 남측은 이에 필요한 편의를 보장하기로 합의했다.

이와 함께 양측은 북측의 사전 현장 답사를 위한 선발대 파견문제와 북측의 평창올림픽 참가와 관련한 실무회담을 개최하고, 일정은 차후 문서교환 방식으로 협의키로 했다.

실제 북측은 이날 회담에서 평창올림픽과 관련된 의제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당초 일각에서는 북측이 회담장에서 한미연합 군사훈련 중단 등 군사적인 의제와 개성공단 문제 등 남북경협 사안을 거론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으나, 예상과 달리 북한은 이날 평창올림픽에 한정해 자신들의 입장을 전달하는 데 그쳤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북한이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남북관계 개선에 노력하는 모습을 대내외에 과시함으로써 대북제재의 틈을 벌리고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의도를 여실히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이번 회담에서 북한은 평창에 완전히 올인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난관이 예상되는 의제는 꺼내지 않고 순조롭게 회담을 진행하면서 남북관계가 봇물 터지는 듯한 장면을 연출한 것”이라고 말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대북제재 국면을 탈피하기 위해 남북관계를 뚫어 우회로를 확보하려는 의도가 확실히 엿보인다”며 “북한 입장에서는 고립무원인 상황 속에서 남북관계를 활성화 시키는 것 자체가 활로이자 출구가 되기 때문에 일단 이번에는 남북관계를 여는 데 집중하고 추후에 한미연합 군사훈련 중단이나 개성공단 재개 등을 다루려고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영태 동양대 통일군사연구소 소장도 “북측은 이번에 한미연합 군사훈련이나 대북제재와 관련한 언급을 하지 않으면서, 오직 평창올림픽에만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면서 “여기에서 (역설적으로) 평창올림픽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목적이 분명히 있다는 점이 드러난다”고 말했다.

특히 정 소장은 “리선권이 모두발언에서 회담 내용을 전체 공개하자고 한 것은 자신들의 방식대로 민족적 차원에서의 연대를 과시하려는 것”이라며 “평창올림픽을 ‘민족의 축제’로 부각시켜 남북관계를 더욱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는 여론을 형성하고 제재의 틈을 벌리려는 소위 통일전선의 일환”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남북은 이번 회담에서 현재의 군사적 긴장상태를 해소해나가야 한다는 데 견해를 같이 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군사당국회담을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남북 군사당국회담 개최와 관련해서는 우리 측이 먼저 북측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비무장지대에서의 상호 적대행위 및 비방 금지 등 군사적 긴장 해소를 위한 군사회담은 북한으로서도 잃을 것이 없는 선택이라는 평가다.

특히 우리 측이 동시 제안한 설 계기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회담 개최 부분이 공동보도문에 포함되지 않은 것은 북측의 입장이 상당 부분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북한은 그간 북측의 가족들이 남한의 우수성을 몸소 체험할 수 있는 이산가족 행사 개최를 극도로 꺼려왔다. 또 내부에 흩어진 이산가족을 찾고, 상봉 전 교육 등을 실시하는 데 상당한 비용이 들어가는 점도 북한이 이산가족 행사를 꺼리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이밖에 양측은 남북관계에서 제기되는 모든 문제들을 우리 민족이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결해 나가기로 했으며, 이를 위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고위급회담 등 각 분야의 회담들도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민족의 문제는 민족끼리 해결하자’는 취지의 해당 공동보도문 내용은 북한이 줄곧 강조해왔던 ‘우리민족끼리’와 직결되는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은 지속적으로 한미동맹을 외세추종으로 비하하면서 남북문제의 자주적 해결을 강조해왔다. 이에 따라 향후 북한은 우리 정부에 남북관계 개선과 한미동맹 중 한 가지를 선택할 것을 강요하면서 지속적으로 대남 압박을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