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 물결타고 지구촌 5개대륙 여성파워 쑥쑥

‘칠레 사상 첫 여성 대통령 탄생’, ‘핀란드 여성 대통령 재선 당선 유력’, ‘아프리카 첫 여성 대통령 취임’. 외신들은 15,16일 연달아 지구촌 여성 파워의 위력을 보도했다.

지구촌 6개 대륙 중 북미를 제외한 5개 대륙에서 펼쳐지는 여성 정치인들의 활약은 가히 눈부시다. 북미 대륙의 미국에서도 공화, 민주 양당의 가장 유력한 대통령 후보로 모두 여성들이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15일(현지시간) 집권 중도좌파연합의 미첼 바첼렛(54. 여)후보가 당선됨으로써 칠레에서 첫 여성 대통령이 탄생했다. 남미 지역에서는 세번째지만 남편의 후광을 입지 않은 오리지날 ‘자수성가’ 여성 대통령으로선 최초다. 한편 4월 대선을 앞둔 페루에서도 여성 후보, 오얀타 우말라(43)의 당선이 유력하다.

유럽에서 불 붙은 여성 정치 파워

우먼 파워가 가장 강력한 곳은 유럽이다. 핀란드 첫 여성 대통령 타르야 할로넨(62)은 이미 재선이 유력시 되고 있다. 지난 15일 실시된 대선 투표에서 월등히 앞서는 표차로 1위에 올랐지만, 근소한 차로 과반수를 넘지 못해 오는 29일 결선을 치러야 한다.

아일랜드의 메리 매컬리스(56) 대통령 또한 재선에 성공, 지난 해 한국을 방문해 정상외교를 가지기도 하였다. 아일랜드는 전직 대통령도 여성이어서 여성이 3번째 연임 집권하는 셈이다. 그녀는 선진 도약국들이 너도 나도 따라 배우려 하는 ‘아일랜드 경제 성장 모델’의 장본인이기도 하다.

지난 해 단연 각광을 받은 여성 파워는 독일판 ‘철의 여인’으로 불리는 앙겔라 메르켈(51) 총리다. 그녀는 동독 출신의 독일 첫 여성 총리로서 세계 정치 무대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여성 지도자가 됐다. 북유럽이 여성의 정치 진출을 선도했다면, 서유럽의 메르켈 총리는 영국의 대처 수상을 잇는 가장 역사적인 여성 지도자 반열에 남을 것으로 전망된다.

90년대 이후 꾸준히 민주화의 격동을 지나고 있는 동유럽에서도 여성 지도자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최근 실각한 우크라이나의 율리야 티모셴코 전 총리도 활발한 정치 활동을 지속하고 있으며, 라트비아의 바이라 비케프레이베르(69)는 동유럽 최초의 여성 국가 원수로 등극했다.

유라시아 대륙에도 여성 지도자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필리핀에서는 글로리아 마카파갈 아로요(59) 대통령이 2004년 재선에 성공하는 등 위력을 과시했다. 최근 선거 도청 스캔들을 비롯한 혼란 정국의 지속으로 거센 하야 요구에 직면하고 있지만 ‘2010년까지 임기 고수’라는 강공으로 정면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아프리카, 아시아 지역에도 여성 파워 확대 양상

불교의 나라 스리랑카의 찬드리카 반다라나이케 쿠마라퉁가(60) 스리랑카 대통령도 이목을 끈다. 거대한 인도를 머리에 이고 있는 작은 섬나라지만 서남아시아와 전 세계 개도국 중에서는 국민소득이 가장 높다. 특히 타밀 반군과의 평화 협상을 이끌어 내는 등 지도력을 십분 발휘 하고 있다.

한편 인도 집권 여당의 당수 소냐 간디(60)의 총리 등극도 시간문제다. 베트남의 트롱마이호아 부통령도 빼놓을 수 없는 인물. 어느새 베트남 정치 경제 중심에는 여성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여성 국회의원 비율이 고작 13%에 불과한 한국에 비해 베트남 여성 의석 비율은 27%에 달하며, 30세 이하 청년 노동력의 60%이상이 여성으로 채워지고 있다.

오세아니아에서는 헬렌 클라크(57) 뉴질랜드 총리가 대표적 여성지도자로 꼽히고 이다. 전임총리도 여성이었던 뉴질랜드는 여성 참정권이 세계 최초로 정착된 나라(1893년)이기도 하다. 클라크 총리는 미얀마의 아웅산 수지 여사와 함께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 후임의 물망에 오를 정도이다.

의외인 점은 인권의 오지 아프리카 대륙에도 여성 지도자들이 많다는 것이다. 아프리카 최초 공화국 라이베리아에서는 극심한 내전의 상흔 위에서 첫 여성 대통령이라는 민주주의의 꽃을 피워 냈다. 미국 유학파이자 민주 투사인 존슨 설리프(67) 당선자는 아프리카 첫 여성 대통령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설리프는 16일 유엔군의 호위와 세계 각계의 경축 속에서 감격적인 취임식을 가졌다.

이외에도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는 음람보 누카(50) 부통령이 아프리카의 지도자로 활약하고 있다. 짐바브웨의 조이스 무주루(51) 부통령은 무장 독립 투사 출신이다. 모잠비크의 루이자 디오고(48) 총리는 2004년 2월 사상 첫 여성 총리가 되었다. 서아프리카의 작은 나라 감비아에서는 이사투 은지에 사이디 부통령이 활약하고 있다. 100만명 이상이 학살되는 제노사이드의 자행으로 악명높았던 르완다는 학살 10주년을 기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여성 정계 진출 비율을 보이며 평화와 민주주의의 싹을 키워 가고 있다.

민주화 바람 타고 여성 정치인 영향 확대

세계적 흐름에서 가장 뒤떨어져 있던 중동의 여성 인권도 이러한 변화의 물결을 거스르지는 못하고 있다.

쿠웨이트는 지난 해 5월 16일 여성의 참정권 법안을 통과시켰으며 바레인, 카타르, 오만에 이어 최초 여성 각료를 입각하는 전격적인 조치까지 취했다. 이로써 여성의 참정권을 불인한 나라는 사우디 아라비아 한 곳만 남게 됐다. 탈레반 치하의 아프가니스탄은 여성에게 상상못할 비극의 땅이었다. 그러나 아프가니스탄 재건 이후 치러진 지난 8월 총선에서 여성 의원 22% 진출 이라는 쾌거가 창조되었다. 그것은 극악한 테러 공격과 위협을 무릅쓰고 탄생한 것이기에 감격이상의 것이었다.

신정 국가 이란에서 여성의 정치 참여는 불가능에 가깝다. 신정 체제는 지난 해 대선에서 여성 후보 89명의 피선거권을 무자비하게 박탈했다. 또한 신임 보수강경정권의 집권은 여성의 미래를 더욱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철권독재공포통치의 서슬에 비해 비교적 여성의 권리 신장에는 관대했던 이라크에서는 후세인 이후 과도 정부에서 여성 각료 7석(17석 중)의 요직을 점했다.

90년 이래 여성들을 위한 ‘다보스’ 로서 대륙을 순회하며 개최되고 있는 세계여성지도자회의에서는 각국의 각계 각층 여성지도자들이 참석해 만남을 가지고 있다. 가장 최근의 회의는 2004년 서울에서 개최됐었는데, 이 자리에서는 의미있는 통계들이 많이 소개됐다.

회의에서 발표된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 장관의 비율이 30% 이상을 차지해야 여성의 입장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는데, 이러한 수치를 기록하는 나라들이 1996년 세계 9개국에서 2004년 14개국으로 늘어났다고 한다. 당시 전 세계 장관급 각료 여성 장관의 비율은 11. 3%로 1987년 통계(4.5%)보다 3배나 증가했다. 그러나 여성 장관들의 활동 분야가 사회교육 분야에 55.2%로 대거 집중되어 있었으며 국방 외교 분야는 극히 미약했던 것이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

이종철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