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미얀마 소식들은 北 간부들 “민주화 시위 알려지면 정권에 타격”

소식통 “北 주민들, 대통령 우리 손으로 뽑고 중국처럼 개혁개방되길 원해”

군부 쿠데타 규탄하는 재한 미얀마인들
재한 미얀마인들이 14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중앙우체국 앞에서 미얀마 군부 쿠데타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연합

러시아와 미얀마에서 민주화 시위가 거세다. 러시아에서는 야권 지도자인 알렉세이 나발니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부 고위 인사들의 사치 및 부정부패를 폭로하면서 정권퇴진 운동이 일어나기 시작했고, 미얀마에서는 군부가 선거로 선출된 정부를 무너뜨리고 아웅산 수치 여사를 구금하자 쿠데타를 거부하는 항의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의 원인과 사회적 배경은 다르지만 두 나라의 시위가 권력의 횡포를 몰아내기 위해 국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은 공통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국제면인 노동신문 6면을 통해 우리나라와 미국 등 세계 각국의 반정부 시위를 자세하게 전했던 북한 당국이 러시아와 미얀마의 시위 상황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북한 주민들은 현재 양국의 정치사회적 상황을 알고 있을까. 그렇다면 러시아와 미얀마 국민들이 주도적으로 일으키고 있는 민주화 시위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데일리NK는 평안남도의 한 간부와 함경북도의 북중 접경 도시에서 활동하는 또 다른 간부급 소식통을 통해 최근 양국의 시위 소식과 관련한 생각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다음은 소식통들과의 일문일답.

– 최근 러시아와 미얀마에서 정권 퇴진과 쿠데타를 반대하는 시위가 각각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

함경북도 소식통(이하 함북)= “라지오(라디오)를 통해 들었는데 정확한 상황은 잘 모르겠다. 로씨야(러시아)에서는 뿌찐(푸틴)을 퇴진시키기 위해 시위를 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잡혀가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먄마(미얀마)에서도 군대가 정변을 일으켜서 현 정권을 무너뜨렸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잘 모른다.”

평안남도 소식통(이하 평남)= “알고 있다. 한국 라지로(라디오)를 들으면서 알게 됐다.”

– 러시아 국민들이 푸틴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

함북= “로씨야에서는 그나마 최소한의 자유로운 시위가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느꼈다. 더욱이 뿌찐이 KGB(옛 소련의 정보기관) 출신이라 비밀스런 정보 정치를 하는 데 있어서는 최고라고 생각했는데 어떻게 이런 시위가 일어날 수 있었는지 신기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평남= “뿌찐이 뭘 그렇게 잘못했나 하는 생각이다. 부강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지도자로서의 역할을 한 것이지 않나. 다른 한편으로는 대통령의 사생활을 어떻게 알 수 있었을지 의문이다. 놀랍기도 하고 이해가 안 되는 부분도 있다. 우리나라 같으면 (최고지도자의 사생활에 대해) 절대 알 수 없을 일이다. 다만 상대 지도자를 감옥에 넣은 것을 보면 아직 로씨야가 쏘련에서 벗어나지 못 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 러시아의 경우 푸틴 대통령이 공금 횡령으로 초호화 저택을 지었다는 것과 그의 사생아가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들의 공분을 샀고 특히 이 사실을 폭로한 야당 지도자가 구속되면서 시위가 산발적으로 일어났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역시 해외 고급 브랜드의 자동차, 명품시계 등을 애용하는 등 사치스런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사실이 주민들에게 알려진다면 러시아 같은 정권 퇴진 운동이 일어날 수 있을까.

함북= “아직까지 (북한의) 많은 사람들은 김정은이 고급 제품을 쓰는 것을 당연하다고 여긴다. 김정은이 사치스런 생활을 한다고 해도 로씨야 같은 정권 퇴진 운동까지 일어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여진다. 최고지도자의 사치보다는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의 정치적 부패와 관련된 흑력사(역사)가 밝혀진다면 정권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일어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평남= “총비서가 좋은 차를 타는 것은 국가 위상을 높이기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것이 사치라고 생각은 못 해봤다. 나라의 지도자가 중국이나 다른 나라 대통령보다 좋은 것을 쓰면 좋은 것이라고 본다.”

– 노동신문 세계 여러 나라에서 일어나는 시위를 보도하면서도 러시아나 미얀마의 최근 시위 소식을 보도하지 않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함북=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로씨야가 사회주의의 전통을 이어받은 나라이기 때문에 우호 관계를 맺는 게 나라에 유리하기 때문이고 둘째는 로씨야의 시위 소식을 사람들에게 알려주면 큰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말해 사회주의 나라에서 국민들이 최고지도자를 반대하는 시위가 일어난다는 것을 주민들에게 알리는 것 자체가 정권에 리득(이득)이 될 게 없다는 말이다. 먄마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평남= “로씨야든 먄마든 우리 공화국에 우호적이면 좋은 나라이고 적대적이면 나쁜 나라다. 그 나라의 지도자가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이것은 노동당 입장이기도 하다. 기본적으로 다른 나라의 내정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것이 우리의 기본 입장이라는 것이 학습에서도 여러 번 강조됐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신문이 최근 시위 소식을 전하지 않는 것이다. 

또한 뿌찐의 장기집권과 독재에 대해 반대하는 인민들의 시위가 우리 인민들에게 알려진다면 그 영향이 작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민들을 추동하는 것이 국가에 무슨 도움이 되겠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도하지 않는 것이 우리나라 신문, 방송의 문제라는 것 쯤은 우리도 알고 있다.”

– 북한 주민들도 김씨 일가의 독재를 끝내고 새로운 대통령을 국민들의 선거로 선출하는 정치적 민주화를 이루고 싶어할까. 

함북= “당연한 얘기다. 민주화는 아니더라도 지금의 김정은 정권만은 교체됐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그래야 개혁개방도 되고 자유로운 생활을 할 수 있지 않겠는가. 다만 정권의 퇴진 자체 보다는 개혁개방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평남= “아직은 인민을 위한 대통령을 인민의 손으로 뽑아야 한다는 생각보다 정부가 인민의 삶을 풀어주기는 바라는 사람이 더 많다. 현 정부가 중국만큼이라도 개혁개방을 해서 중국처럼 발전하고 잘 살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