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영화 JSA, 인정사정 볼것 없다…다 봅니다”

북한당국의 지속적인 단속에도 불구, 남한 드라마를 복제한 CD와 녹화테이프가 북한에 대량 반입되어 주민들이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옌지(延吉)에서 만난 탈북자 김영일(함흥시, 38세)씨는 ‘공동경비구역 JSA’ ‘아스팔트 사나이’ ‘인정사정 볼 것 없다’ ‘경찰특공대’ 등 남한 드라마를 북한에 있을때 보았다고 10일 밝혔다.

김씨에 따르면 2000년 들어 함흥시에 녹화기(VCD 포함) 있는 집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젊은사람들은 재미있는 CD를 구하기 위해 장마당과 중국상인들에게 직접 부탁한다는 것. 한국 CD 외에 미국영화 ‘007-작전’을 비롯, 중국영화와 홍콩영화는 부지기수라는 게 김씨의 말이다.

이런 현상은 북한이 새해부터 ‘자본주의 문화를 뿌리 빼자’며 불법비디오 관람을 통제하게 된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하나전자’ 상표없으면 판매 불가

과거 북한은 중국에서 중고 녹화기와 VCD를 대량 구입해갔다. 중국과 교역하고 있는 ‘북한대방'(무역 대상자)들은 무역원천을 조성하기 위해 싼값에 중고를 사갔다. 한편 중국 음향계 상인들은 한국드라마를 CD에 구워 북한을 들락거리는 사람들에게 넘기는 식으로 돈벌이를 한다.

북한산 VCD플레이어도 나오고 있다. 평양에 있는 ‘하나전자합영회사’에서 출시된 VCD와 CD에는 ‘하나전자’ 마크가 새겨져 있다. 북한 장마당에서는 ‘하나전자’ 마크가 있어야 판매가 가능하다. 북한산 CD에는 집단체조 ‘아리랑’과 ‘소년장수’ 등 만화를 담기 때문에 사람들은 별로 재미를 느끼지 않는다.

CD가격도 영화의 내용에 따라 다르다고 한다. ‘아스팔트 사나이’의 경우 북한 돈 5천원, 2천원씩 하는 중국 CD가격의 두 배 이상을 호가한다.

주민들이 한국드라마를 본다는 소문이 돌면서 북한당국이 단속에 나섰다고 한다. 김씨는 “보위부와 보안서에서 한국영화를 본 사람들은 TV와 녹화기를 몰수하고, 엄중한 경우 추방까지 보낸다”고 말했다.

김씨도 친구가 한국드라마 ‘인정사정 볼 것 없다’를 빌려달라고 해서 빌려줬다가 다섯 달 동안 보위부에 불려 다녔다고 한다.

결국 김씨는 한 갑에 1천원씩 하는 영국제 ‘고양이'(CRAVEN)담배 한보루를 주고 겨우 풀려났으며, 이번 탈북도 ‘한국드라마 사건’으로 감시가 심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중국 = 김영진 특파원kyj@dailynk.com
한영진 기자(평양출신, 2002년 입국) hyj@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