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대국 소리에 귀기울이는 사람 없다”

핵실험후 북한당국이 “이제 강성대국이 됐다. 긍지를 가져라”고 선전하고 있지만 정작 북한주민들은 관심 없어 하는 분위기가 퍼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령 거주 북한주민 K씨는 28일 기자와의 전화인터뷰에서 “핵시험 후에 당에서 강연회와 인민반 회의를 열고 ‘강성대국이 되었으니 긍지를 가지라’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선전하는데, 이젠 거기에 귀 기울이는 사람 없다”며 “도리어 그렇게 강성대국이 되었으면 왜 통일은 못하느냐고 뒤에서 수군대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K씨는 “예전에도 그런 소리(강성대국) 많이 했다”며 “이제 사람들은 핵이고 뭐고 관심 없고 어떡하면 먹고사느냐만 생각한다”고 말했다.

K씨는 또 “그동안 백암굴간(터널)이 핵시험 여파로 파손돼 열차가 다니지 못하다가 오늘부터 평양-혜산행 열차가 다시 운행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양강도 백암은 핵실험 추정장소인 길주 풍계리에서 40km 정도 떨어져 있다. 그는 또 청진까지만 들어오던 평양- 온성행도 회령을 경유해 온성까지 운행된다고 전했다.

한편 K씨는 “성홍열은 여전히 퍼져 있다”며 겨울이 되면서 꽃제비(동냥하는 어린 아이)가 다시 늘어나 역 대합실로 몰려들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K씨와의 일문일답]

– 핵실험 이후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는가?

10월 핵시험 하고부터 당에서 강연회와 인민반 회의를 열고 “강성대국이 되었다. 긍지를 가지라”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선전한다. 그런데 거기에 귀 기울이는 사람은 이젠 없다. 이전에도 그런 소릴 하지 않았는가, 그렇게 강성대국이 되었으면 왜 통일을 못하냐고 뒤에서 수군대는 사람들이 많다. 사람들은 핵이고, 뭐고 별로 관심 없다.

– 식량배급은 좀 주는가?

이번 12월 24일 김정숙 생일을 맞아 회령에서는 통강냉이를 좀 줬다. 김정숙이 김정일의 어머니가 아닌가. 그날 통강냉이 몇 킬로그램씩 공급받았다. 그러나 무산, 온성 같은 데서는 통강냉이도 공급하지 않았다. 그냥 자체로 살아가라고 내버려둔다.

– ‘꽃제비’들이 다시 생겨났다는데…

말이 아니다. 그동안 꽃제비들이 없어졌다고 말했지만, 정도의 차이지 항상 있었다. 앞쪽지대(평안도 황해도)보다 청진 쪽이 더 많다. 앞쪽 지방은 쌀 고장이어서 좀 적은 편이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꽃제비들이 또 역 대합실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함흥, 청진 역에서는 역무원들이 몇 시간 간격으로 순찰 돌면서 꽃제비 차림을 한 사람들을 내쫓고 있다. 작은 역에서는 아예 대합실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 장마당 쌀 가격은 얼마나 하나?

쌀 1kg에 1000~1050원, 강냉이는 1kg당 320원이다. 달러는 암시장에서 1달러에 3천400원 한다. 최근에 장마당 쌀값이 조금씩 오르기 시작한다. 협동농장들이 탈곡을 다 끝내서 나돌아 다니는 쌀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핵실험 이후에 쌀값 오를 것을 타산(계산)하고 쌀을 사들인 사람들은 쌀값이 오르기를 느긋하게 기다린다.

– 열차운행이 왜, 언제부터 중단됐나?

10월 14일부터다. 핵실험 한 다음 백암 굴간(터널)이 무너지고, ‘성홍열’까지 돌면서 아예 기차가 뛰지(운행하지) 않았다. 지금은 굴간 보수도 끝나고, 새해를 맞아 운행조치를 내린 것 같다. 역에 있는 사람에게 물어보니 기차가 수일 내로 들어올 것 같다고 말했다.

– 그동안은 어떻게 여행 다녔는가

청진부터 회령까지 기차가 다니지 않아 ‘써비차’(돈 내고 얻어 타는 차량)를 타고 다녔다. 나는 함흥에서 회령까지 아는 운전수에게 1만원을 주고 왔다. 다른 사람들은 2~3만원 이상 내야 다닐 수 있다.

– 곧 설날인데, 내년에는 어떻게 될 것 같은가?

우리가 언제 내년 생각하면서 살아온 적이 있나? 하루 벌어 먹기도 힘든데… 그냥 오늘 벌어 오늘 먹고, 내일 벌어 내일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