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뉴욕접촉 회신 왜 깜깜 무소식인가

▲ 뉴욕 북한대표부를 방문한 美 디트러니 대사

북한 외무성이 22일 미국측에 뉴욕접촉에 대한 회신을 약속한 지 한 주가 지나가고 있는데도 별 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셉 디트러니 미 국무부 대북협상 대사가 13일 뉴욕에 있는 유엔 주재 북한 대표부를 직접 방문, 주권국가 인정과 대북(對北) 불가침 입장을 구두로 전달하자, 북한은 22일 외무성 대변인 설명을 통해 이에 대한 입장을 뉴욕접촉을 통해 전달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수 개월만에 재개된 양자접촉이 6자회담 재개에 물꼬를 터줄 것으로 기대하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정부 당국자는 “북핵문제의 분수령”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그러나 북한 외무성은 이후 일체의 입장 발표를 자제하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의 입장 전달이 늦어지는 데는 여러 속사정이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달 중순 남북 당국자 회담 이후 남북 간에는 6.15 공동선언 5주년 행사와 남북 장관급 회담이라는 굵직굵직한 교류∙협력 사업이 준비되고 있다. 각종 민간 교류도 꼬리를 물 예정이다. 북한은 남북관계 개선에 전력하고 있는 남한 정부를 십분 활용, 추가적인 대북지원과 남북공조를 확대시키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北, 한∙미 정상회담 결과에 촉각 곤두 세울 것

따라서 섣불리 미국측에 긍∙부정의 입장을 표명하기보다는 당분간 시간을 갖는 것이 남북관계에서 실익(實益)이 크다고 보는 것 같다.

또한, 향후 북핵 상황 전개에서 다음달 11일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이 주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양국 정상이 북핵 대응에 어떠한 합의를 이뤄내느냐에 따라 여러 가지로 국면 전환이 가능하다. 북한이 여기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당연지사(當然之事). 양국 정상회담을 지켜본 이후 향후 대응을 결정할 가능성도 높다.

북한은 최근 북-미 대화 재개, 남북관계 개선, 핵 실험 준비설 부인 등 대화 분위기 조성에 나서고 있다. 이러한 북한 움직임에 대한 배경을 한마디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다만, 북한은 현 단계에서 북핵의 ‘평화적 해결’ 의지를 과시하고 미국을 압박하면서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내려는 의도를 가진 것은 분명해 보인다.

북-미 뉴욕접촉은 북한이 미국과 직접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의지를 대외에 과시할 수 있는 공간이다. 뉴욕채널은 양자회담의 예비적 성격을 띠고 있다. 따라서 북한은 어려운 결단을 내리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뉴욕접촉을 발전시킨 형태의 양자회담을 촉구할 가능성도 있다.

북한이 향후 뉴욕접촉에 대해 어떤 회신을 해오든 간에 뉴욕채널은 6자회담의 기로를 결정할 수 있는 중대한 의미를 가진 것은 분명하다.

신주현 기자 shin@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