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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주자 가운데 지지율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6일 북한 개방정책 추진을 포함한 외교안보정책, 일명 MB독트린을 발표했다. ‘한반도 대운하’ 등 경제정책 홍보에 주력하던 이 전 시장이 구체적인 대북정책 구상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전 시장은 이 날 오전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클럽 초청 간담회에서 “현 정부의 ‘대북포용정책’은 결과적으로 성공하지 못했다”고 단언했다.
그는 “원칙이 없고, 일방적이기만 한 대북정책에서 벗어나 북한의 실질적 변화를 유도하는 전략적 ‘대북 개방정책’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밝혔다.
그는 “쌀과 비료의 지원으로 일시적인 식량난을 해결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결코 근원적 처방은 될 수 없다”며 “우리의 대북정책은 북한 주민들의 의식주 문제를 해결하고 나아가 그들이 인간적 존엄성을 지키며 살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차기 대권 레이스에서 국민들의 가장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후보가 사실상 대북유화 정책 폐기를 선언하고, 적극적인 북한 개방 유도정책을 구사하겠다는 포부를 밝혀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그러나 이 전 시장은 구체적인 정책수단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북한 지도부는 핵이 아닌 개방을 통한 경제발전만이 북한의 미래를 약속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며 “김정일 위원장은 핵을 포기하고 개방을 택하는 대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정일에게 위원장이라는 호칭을 붙이는 것이 어떤 의미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공식명칭이라서 부른 것 뿐”이라며 “김정일이 독재자라는 것은 지구상이 인정하는 것이고, 나도 똑같이 장기 독재자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핵동결 우선 합의하더라도 시간 오래 끌지 말아야”
지난 4일 극비리에 만난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차관보와의 면담 내용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고 못박은 뒤, 6자회담에 대해 “이번 6자회담에서 핵동결에 우선 합의 하더라도 그 전제는 반드시 핵 폐기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1994년 제네바 합의 결과 북한은 핵실험을 실시했다”며 “핵무기 폐기를 전제로 한 1, 2단계는 있을 수 있지만, 동결하고 시간을 오래 끄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밝혔다.
“현재로서는 6자회담과 그 안의 미·북회담을 강화해서 북한이 반드시 핵을 폐기하도록 해야 한다”며 “이번 6자회담이 핵을 폐기하는 시발점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 전 시장은 “김정일 위원장이 좋은 방향으로 나갈 수 있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김정일이) 생각을 바꾼다면 핵을 가진 것보다 북한 당국과 주민들을 위해 훨씬 유리하다는 것을 알리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한국이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를 포함한 국제사회와 적극 협력한다면 앞으로 10년 안에 북한 경제는 일인당 국민소득 3천불이 되는 수준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확신한다”며 “북한이 올바른 선택만 한다면 짧은 기간 안에 경제의 새로운 동력을 얻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북핵 폐기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두 정상 간 만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했다. 이어 “최소한의 신뢰조차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남북 정상이 만나서 평화를 다짐한들, 이는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말로만 평화를 선언하는 것에 불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만약 다음 정권에서 집권하게 된다면 “남북한 관계에 도움이 되고. 국제사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남북정상회담을)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전 시장은 대북 전략 이외에도 ▲ 한미관계 강화·발전 ▲ ‘아시아 외교’ 확대 ▲국제사회 기여 외교 ▲ 경제선진국 진입을 위한 ‘에너지 외교’ 추진 ▲ ‘문화 코리아’ 확대 등 7가지 외교안보정책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