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남북관계에서도 때론 얼굴 붉혀야”

독일을 국빈방문중인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10일 오후(한국시간 11일 새벽) “남북관계는 상호 존중하고 약속을 지키는데서 이뤄져야지 일방적으로 요구하는대로 한쪽이 끌려가는 상황이 돼선 건강한 발전이 어렵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베를린 시내 숙소 호텔에서 가진 동포간담회에서 독일통일 과정의 어려움을 설명하면서 “때로는 남북관계에서도 쓴소리를 하고 얼굴을 붉힐 때는 붉혀야 하며, 이웃(일본)과도 쓴소리하고 붉힐 때는 붉혀야 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또 “강대국간에 합의하고 많은 국가들이 그걸 현실로서 인정해 합의한 핵무기 질서가 바로 NPT(핵확산금지조약) 조약”이라며 “이 조약의 공평성을 둘러싼 문제제기가 많지만 적어도 핵무기를 확산시키지 않음으로써 평화체제를 유지하기로 합의한만큼 이 핵무기 질서체제는 존중돼야 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남북간에도 비핵화에 합의했으면 북한이 어떤 판단을 하더라도 남북간 합의를 지켜야 하는데 전적으로 무시하고 있다”면서 “북한은 미국의 위협이 있다는 이유로 대미관계에서 이를 정치적 무기로 생각, 핵을 가질 이유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 대통령은 “북한은 한국정부를 당사자로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우리는 그것을 참아내고 있다”면서 “그것은 6자회담을 통해 한꺼번에 해결되면 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굳이 남북한 비핵화 합의를 왜 지키지 않느냐고 딴지걸지 않으면서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북정상회담과 관련, 노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하고 싶지만 지난 2000년 합의한 6.15 남북공동선언에 따라 답방을 하기로 돼 있으면 답방을 해야 (하는게 순리가 아니냐) “면서 “당시 합의가 하나라도 이행돼야 다음 일이 진행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노 대통령은 “누차 확인하지만 북한이 협력하고 대화를 진행시키면 한국은 항상 열려있고 일체의 조건이 없다”면서 “다만 비료지원문제는 북한이 공식대화 창구에 나와 요청하는게 도리일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북한은 지난번 조문 불허용과 베트남 경유 탈북자 입국 문제를 북한에 대한 적대행위로 간주, 대화를 막고 있다”며 “서로 지킬 건 지키고 존중할 건 해야 하는데 일방적으로 대화를 끊은 상태에서 평화선언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우리 정부는 이를 결정적 파경으로 생각하지 않고 남북관계를 끊거나 막지 않는 정책을 갖고 대응하고 있다”면서 “최근 북한이 핵보유를 선언했지만 정치적 무기이거나 6자회담을 유리하게 하기 위한 전략적 주장으로 접어두고 남북교류를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우리에겐 북핵문제와 동북아 평화구조 정착이 중요한데 잘 안되고 있다”면서 “하지만 전 과정이 판을 깨는 방향으로 가지 않도록 충분히 냉정하게 상황을 관리해갈 수 있다”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한국 국민의 의지와 역량은 이제 한반도에서 다시 전쟁같은 것이 일어나지 않도록 막을 수 있고 동북아에 어떤 상황이 와도 우리 국민의 의지와 역량이 동북아 평화를 깨뜨리는 어떠한 일도 용납지 않을 만한 역량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