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선의 일기⑫] “친절한 할머니”

“북조선에서 왔지. 배 고프지 않니?”

“미안합니다. 실은 배가 많이 고픕니다.”

할머니와 오빠의 대화를 들으면서 나는 이상하게 생각했습니다. 아까부터 할머니는 계속 조선말을 하고 있었습니다.

“할머니 중국사람도 조선말을 합니까?”

내가 물어 보니까 할머니는 슬그머니 웃으면서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중국사람은 중국말을 쓰고 있다. 그러나 나는 중국에 살고 있지만 조선사람이야. 너희들과 똑같단다.”

나는 중국에서는 중국말밖에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중국이라고 하여도 이 부근에는 조선말을 하는 조선족 사람이 많이 살고 있어서 북조선에 친척이 있는 사람도 많다는 것입니다.

오빠도 나도 그 말을 듣고 기분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그날 밤 할머니는 우리들에게 음식을 차려 주셨습니다. 음식을 먹으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우리들이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을 말씀 드렸더니 할머니는 때때로 “불쌍하게…”라고 하시며 눈물을 흘리며 들어주셨습니다.

할머니는 이 근방에서는 북조선 사람들이 굶어 죽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고 했습니다. 1∼2년 전부터 두만강을 건너오는 어른들이 많아짐에 따라 최근에는 우리들 같은 애들까지도 자주 눈에 띈다고 했습니다.

그건 그렇지만 할머니 집의 음식을 보니까 눈이 휘둥그래질 정도였습니다. 하얀 쌀밥은 수북하니 담았고 고기와 야채 반찬도 몇 종류나 되었습니다.

이 정도의 맛있는 식사를 한 것은 몇 해 만인지 알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할머니 집은 그렇게 낡아 보이지는 않았지만 제법 오래된 것 같고 방도 두 개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이런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런 음식을 먹을 수 있다니, 중국에 사는 사람은 전부 부자 같네요…”

내가 아무런 뜻도 없이 말하니까 할머니는 웃으며 말하였습니다.

“나는 이 마을에서도 어려운 축에 든단다. 이 마을이라고 해서 그렇게 풍족한 마을은 아니다. 우리 집은 나 하나 뿐이니까 좋은데 다른 사람들은 ‘언제나 `더 벌지 않으면’ 하는 말을 하고 있단다. 그런데 생각해 봐, 땀을 흘리며 밭을 갈아서 그것으로 배부르게 먹지 못한다면 이상한 일이 아닌가. 이것이 보통이란다. 정말 어떻게 북조선은…”

할머니는 거기까지 말한 후 급히 기력을 잃은 듯한 얼굴을 하시면서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미안하다. 너희들을 집에 놔두고 싶은 마음은 태산 같지만 북조선 사람을 숨겨 놓는 것을 알게 되면 공안(경찰)이 가만있지 않아. 벌금도 뜯어가고 말이야. 이 앞으로 더 가면 좀더 큰 마을이 있으니까 거기라면 거처할 수 있는 집도 있을 것 같다. 집에 놔두지 못해 정말 미안하다…”

할머니는 알지도 못하는 우리들을 집에 들어오라고 해서 많은 음식을 먹게 해주신 은인입니다. 그런 분이 우리에게 자꾸 미안하다고 하니까 우리들은 어떻게 해야 좋을지를 알 수 없었습니다.

“밥을 먹게 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우리들의 일은 걱정하지 말아주세요.”

나도 오빠도 그렇게 말하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우리들은 할머니 집의 따뜻한 온돌방에서 하룻밤 푹 잘 수 있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할머니께서 일러주신 대로 큰 마을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습니다. 할머니는 눈물을 흘리시며 우리들을 떠나 보내셨습니다. 그때의 고마웠던 할머니의 얼굴은 지금도 잊지 못합니다.

The DailyNK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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