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장 말고 배급을, 배급 말고 자유를!

▲ 국기훈장 1급. 중앙 별이 은색이면 2급.

14일 북한의 주간지 <통일신보>는 작년 7월 제10차 이산가족 상봉을 통해 남한의 가족을 만난 강원구(80)씨의 근황을 소개했다. 기사에서 강씨는 “남조선의 누이들과 남동생, 조카들이 제일 부러워한 것은 공화국 북반부에 와서 훈장을 많이 받고 큰 식솔의 가장으로 행복하게 일하며 살고 있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이 기사를 보면 남과 북의 모든 주민들이 북한에서 받은 훈장에 대하여 매우 큰 자랑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비쳐진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남한은 말할 것도 없고 북한에서도 예전과는 달리 주민들은 국가에서 훈장을 받아도 시큰둥하다.

“600에 60 의미 없어”

북한은 주민들에게 정치적 인센티브를 목적으로 많은 훈장들을 만들어 정치적 및 경제적으로 성과가 있는 주민들에게 수여하고 있다. 그 가운데서 대표적인 것이 ‘국기훈장’이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북한 주민들은 국기훈장을 받으면 남한 주민들이 ‘무궁화 훈장’을 받는 것쯤이나 영예롭게 생각했다. 지금은 예전처럼 국기훈장을 받는 것을 영예와 긍지로 여기지 않는다.

원래 북한 주민들이 훈장을 받으면서 갖는 기대는 연로보장(퇴직)후에 생계조건을 보장해주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국기훈장 2급에 공로메달 몇 개만 받으면 퇴직 후 하루 쌀 600g, 한 달에 돈 60원을 주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것을 “600에 60”이라고 불러왔다. 그러나 1990년대 경제난 이후부터는 이런 경제적 보상이 하나도 없다.

훈장 많이 받아 뭐하나?

현재 북한 주민 대부분은 훈장을 받는 행사장에서는 긍지를 가질 지 몰라고, 돌아서기만 하면 ‘도대체 이것이 무슨 쓸모가 있냐’며 불만스런 표정을 짓는다. 정부가 규정한 물질적 대가는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에 대하여 그 누구에게 하소연할 데도 없다. 오히려 “훈장까지 받은 사람이 정치적 식견이 그렇게 낮은가?”하는 질타의 물음만 되돌아온다. 따라서 지금 북한 주민들은 “훈장이나 많이 받아 뭐하냐?”는 의견뿐이다.

주민들이 받고 싶은 것은 쇳조각 훈장이 아니라 배급이며, 배급을 못 주면 맘 놓고 농사지을 수 있는 자유를 달라는 것이다. 훈장 천 만개 보다 이것이 간절한 것이다.

이주일 논설위원 (평남 출신, 2000년 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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