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20일 국회 정보위 여야 간사들에 대한 북한 동향 보고에서 “북한 인민군 총정치국장 황병서, 제1부국장 김원홍 등 총정치국 정치 장교들이 처벌을 받았다는 첩보를 입수했다”고 밝히면서 고위 간부들에 대한 숙청이 다시 재개됐는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정원은 이외에도 “최룡해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의 주도하게 당 조직지도부가 군 총정치국에 대한 검열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이번 검열은 당에 대한 총정치국의 불손한 태도가 명분이라고 분석했다. 총정치국이 검열을 당한 것은 20년 만에 처음이다.
김정은의 측근 황병서 총정치국장은 지난 9월 21일 황해남도 과일군 과수원 현지지도를 끝으로 김정은 공식 수행에서 자취를 감췄다. 황병서의 마지막 공개 행사는 지난달 12일 만경대혁명학원, 강반석혁명학원 창립 70주년 기념보고대회였다.
이와 관련,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데일리NK에 “김정은이 내년부터 핵건설, 경제건설에 본격 돌입해야 하는데 이때 권력 재편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라면서 “김정은의 동생 김여정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조직지도부에 배치하면서 자신의 말을 잘 듣는 군부로 만들려고 의도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안 소장은 20년 만에 이뤄진 총정치국 검열과 관련해선 “북한에 3대 군기구가 있는데 명칭이 한 번도 바뀌지 않는 곳이 총정치국”이라면서 “그만큼 총정치국이 상당한 중요한 일을 해왔고, 김정은 집권에도 기여했다. 총정치국의 힘을 빼서 자신의 통치력을 더욱 부각시키려는 의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처벌을 두고 김정은의 심기를 건들여 좌천한 상황이라기보다 항일빨치산 계열의 2, 3세대들 간의 권력 또는 알력다툼일 가능성을 지적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실제 선군시대에서는 총정치국을 건드리는 사람이 없었다”면서 “그러나 제7차 당대회를 통해 당중심의 국정운영에 대한 체계를 갖춰 국방위원회나 총정치국의 위상이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홍 실장은 “총정치국이 월권을 행사하는 등 권력에 도전한 것은 아니지만 비대해진 측면이 있어 이를 조정하는 차원의 검열과 조정을 하려는 것”이라고 이같이 설명했다.
전현준 우석대 초빙교수도 “1997년 노동당 조직지도부 주도로 수천 명의 간부를 숙청했던 ‘심화조 사건’처럼 북한체제를 유지하게 위해 대대적으로 숙청하는 것은 관행화 됐다”면서 “북한은 서로 감시하는 것이 전통적 통치 수법인데, 총정치국이 권력에 도전했다기보다 내부적으로 다른 세력을 이용해 다른 조직을 약화시키는 작업의 일환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이번 총정치국 검열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최룡해는 김일성의 항일 빨치산 동지였던 최현 전 인민무력부장의 아들로 김정은 체제 핵심 실세로 꼽혔다. 하지만 2014년 4월 총정치국장에서 해임됐고, 2015년 11월엔 지방 협동농장으로 좌천돼 혁명화 교육을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