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체제 현대호 위기맞나

현정은 회장이 이끄는 현대호(號)가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김윤규 부회장의 개인비리를 밝혀내기 위해 시작된 내부 경영감사가 대북사업 주도권을 둘러싼 내부 암투와 대(對) 정부 갈등으로까지 비화되면서 현 회장의 입지를 크게 흔들리게 하는 부메랑으로 날아오고 있는 것.

4일 현대그룹 등에 따르면 김 부회장이 남북협력기금을 유용했다는 내용이 담긴 내부 감사보고서가 외부에 공개되자 “남북협력기금의 유용은 불가능하다”던 통일부가 진상확인 작업에 나서고 현대그룹 내부에서는 부실감사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사태가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특히 현대그룹 내부에서는 “김 부회장을 제거하기 위해 미리 결론을 내려놓고 꿰맞추기식 감사가 진행됐다”는 주장도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만약 이같은 주장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현대그룹의 도덕성에 치명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현대그룹 고위관계자는 “대북사업의 주도권을 둘러싸고 현 회장과 김 부회장이 심한 갈등을 빚었다”면서 “김 부회장에 대한 감사도 이같은 배경에서 시작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현대그룹 내부소식에 정통한 재계 전문가들은 김 부회장이 여러차례에 걸친 ‘신호’에도 불구하고 물러나지 않고 버티자 현 회장을 둘러싼 신(新)실세그룹이 그를 제거하기 위해 내부 감사보고서를 일부 언론에 슬쩍 흘린 것으로 분석했다.

현대그룹 고위관계자는 이에 대해 “김 부회장에 대한 감사보고서 내용이 우리쪽에서 유출되지는 않았으며 관련된 국가기관쪽에서 일부 언론에 제보한 것으로 안다”면서도 “그 기관이 어떤 경로로 현대 내부 감사보고서를 입수했는지는 모른다”고 발뺌했다.

현재로선 현대의 내부 감사보고서가 어떤 경로에 의해 언론에 유출됐는지 알 수 없지만 원자료는 현대측에서 나올 수 밖에 없었던 만큼 현대그룹 최고위층은 이번 자료 유출에 대한 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김 부회장을 제거하기 위해 현대측이 내부 감사보고서 내용을 직접이든 간접이든 언론에 슬쩍 흘렸다면 현대 최고위층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음모적 행태를 서슴지 않았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김 부회장의 비리 여부를 떠나 더 큰 문제는 현대그룹의 불투명한 행태”라며 “성실함과 정직성으로 승부해야 할 현 회장이 이같은 이미지로 비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남편인 정몽헌 회장 사후 어렵사리 현대그룹 총수 자리에 올라선 현 회장이 대북사업 주도권을 둘러싼 대내외 암투로 촉발된 이같은 위기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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