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아산 유씨 억류 85일, 해법 있나?

현대아산 직원인 유모씨가 북한에 억류된 지 85일째를 넘기고 있다. 유씨는 지난 3월30일 탈북책동, 체제비난 등 혐의로 북한 당국에 체포돼 현재까지 조사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확한 소재 및 건강상태, 조사경과 등은 일체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한 때 유씨의 ‘평양 압송설’, ‘사망설’까지 대두되기도 했다. 북한 당국이 우리 정부의 접견 요구를 묵살하고 ‘비공개 조사’를 유지하면서 갖가지 억측까지 난무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9일 개성공단 관련 남북 당국간 실무회담에서도 북측은 유씨에 대해 “잘 있다”고만 확인했을 뿐이다. 우리 대표단이 기조연설을 통해 조기 석방 및 면회 허용 등을 요구했으나 ‘콧방귀’도 뀌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가족들이 쓴 편지 전달 요청도 거부됐다.

다만, 북측이 이번 실무회담에서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 관광지구의 출입 및 체류에 관한 합의서(이하 출입·체류 합의서)’에 따라 유씨를 처리할 것이라고 표명한 것이 최소한의 위안거리다. 최소한 남측 동의 없이 유씨를 기소하지는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출입체류 합의서 10조 2항은 남측 인원의 범법행위에 대해 ‘위반 정도에 따라 경고 또는 범칙금을 부과하거나 남측으로 추방하되 남과 북이 합의하는 엄중한 행위에 대하여는 쌍방이 별도로 합의하여 처리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북한이 유씨 문제를 회담 테이블에 올려야 협의가 가능하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북한이 개성공단과 관련한 협상에서 대남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 유씨를 한동안 계속 억류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가 남북 당국간 실무회담과 관련해 ‘신변안전과 개성공단의 안정적 운영’이라는 원칙에 따라 유씨 문제를 최우선적으로 해결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만큼 북한의 무리한 임금·임대료 인상 요구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회담장에 끌려 다닐 수밖에 없는 형국이라는 지적이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22일 데일리NK와 통화에서 “북한은 미국과의 여기자 문제 협의 이후 유씨 문제를 거론할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하지만, 한·미를 비롯한 국제사회가 강력한 대북제재를 실행에 옮기는 등 대결국면이 심화되고 있어, 북한의 입장 선회는 당분간 기대되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당분간 북한은 유씨 문제를 ‘의제’로 꺼낼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이다. 이미 개성공단 관련 법·계약 무효화를 선언하고 임금·임대료 인상안까지 발표한 북한으로서는 ‘유씨 카드’를 서둘러 꺼낼 이유가 없어 보인다.

북한이 유씨 문제에 전향적인 자세로 나오게 할 수 있는 정부의 ‘히든 카드’도 마땅치 않다. 그나마 ‘개성공단 폐쇄 검토’나 ‘북측의 임금·임대료 인상 요구안 수용’ 등이 북한을 압박할 수 있는 수단으로 꼽히지만, 남한내 여론 합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정부가 이를 밀어부치기도 여의치 않다.

이미 우리 정부는 기존 개성공단의 법·계약 준수를 밝히면서 북측의 임금·임대료 인상 요구를 거부했지만, 아직까지 북측이 협상할 의지가 있다는 판단아래 ‘개성공단 폐쇄’는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때문에 북한으로서는 유씨 억류 문제를 일종의 ‘꽃놀이 패’로 활용하면서 자신들이 만족할 만한 대가를 요구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이어진다. 미국인 여기자들 문제와 관련, 미국의 ‘인도적 석방’ 요청에도 불구하고 ‘억류→구속→재판→형집행’이라는 수순을 차근차근 밟고 있는 모양새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북한의 핵실험에 따른 주변정세도 유씨 문제 해법을 어렵게 하고 있다. 한·미를 비롯한 국제사회는 강력한 대북제재를 다짐하고 있고, 북한 역시 한·미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격렬하게 반발하는 등 강경 분위기를 고수하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이날 “정부로서는 유씨 문제 해결을 위해 남북대화의 모멘텀을 이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그러나 북측이 유씨 문제에 대해 계속 함구하고 있어 상황 진전이 어렵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