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바드 “볼턴 불필요하게 北자극·”

토머스 허바드 전(前) 주한 미국대사는 지난 2003년 7월 한국을 방문했던 존 볼턴 당시 미국 국무부 차관이 서울에서 행할 예정이었던 연설에 대해 “민감한 시점에 불필요하게 북한을 자극할 수 있다”면서 반대했으며 어조를 순화시켜 달라고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밝혔다고 월 스트리트 저널이 4일 보도했다.

저널은 허바드 전 대사가 볼턴 주유엔 대사 지명자의 인준 청문회 과정에서 논란이 된 이 연설에 관해 조사에 나선 공화, 민주 양당 참모진과의 회견과 자사와의 e-메일 인터뷰 등을 통해 볼턴 지명자의 연설을 둘러싼 이견에 관해 이같이 설명했다고 밝혔다.

볼턴 지명자는 지난달 12일 열린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이 연설은 국무부 담당관리들로부터 승인을 받았으며 허바드 당시 주한 대사에게는 ’좋은 연설에 감사한다. 이 연설은 이곳의 우리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는 말까지 들었다”고 말했지만 허바드 전 대사는 이는 사실과는 거리가 멀다고 부인했다고 저널은 지적했다.

저널에 따르면 현재 미국의 민간 법무법인에서 일하고 있는 허바드 전 대사는 당시가 6자 회담 등을 둘러싼 북한과의 협상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시점이었음을 지적하면서 볼턴 지명자에게 연설의 어조를 순화시켜 줄 것을 부탁했으나 거절당했다.

볼턴 지명자는 25분간에 걸친 이 연설에서 김정일(金正日)북한 국방위원장의 이름을 41차례나 거론하면서 그가 “폭압적인 독재자”이며 북한을 “지옥같은 악몽”으로 만들고 있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허바드 전 대사는 다만 사소한 몇가지 사실적 오류를 바로 잡고 한국인들의 입맛에 맞는 문구를 선택해달라는 부탁은 볼턴 지명자가 들어줘 이에 대해 감사하다고 말한 적은 있다고 밝혔다.

허바드 전 대사는 그러나 “볼턴 지명자의 대북 접근법에 대해 나는 분명히 다른 의견을 갖고 있었고 불필요하게 적대적인 언어는 피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었다”면서 볼턴 지명자도 이와 같은 견해차를 잘 알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허바드 전 대사는 볼턴 지명자의 연설 내용을 지지하고 사의를 표명했다는 그의 증언은 “최소한으로 말하더라도 사실을 오도하는 주장”이라고 밝혔다.

월 스트리트 저널은 오는 12월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인준 표결을 받을 예정인 볼턴 지명자를 비판하고 나선 전현직 관리들은 주로 그와 마찬가지로 보수주의적 성향의 공화당원이며 조지 부시 대통령을 강력히 지지하는 임명직 공무원들이라면서 이런 일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전문가의 말을 소개했다.

보수성향의 싱크 탱크인 미국기업연구소(AEI)의 노먼 온스타인 의회담당 연구원은 “이런 일이 전례가 없는 지는 몰라도 이례적인 것만은 분명하다”면서 “같은 진영 내에 이견이 있더라도 한 구성원의 공직 인준을 저지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이 나서는 것은 좀처럼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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