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은 파산…DJ는 ‘인권’을 되찾아라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무엇일까? 실수를 인정하는 것이다. 실수에 대한 인정이 개인의 차원을 넘어 어떤 이해관계를 지닌 세력일 경우 그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혁신은 혁명보다 어렵다. 이 까닭에 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을 하는 사람들에 대해 우리는 가슴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마음으로 격려와 애정을 보내야 할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다행스러운 일은 무엇일까? 실수를 만회하거나 그를 넘어설 기회를 얻는 것이다.

DJ 재방북이 6월 27일, 육로방문으로 결정되었다. 이 재방북이 역사에 어떻게 기록될지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다. 김정일씨에게 농락당하고 역사의 조롱거리로 전락되는 마침표가 될 지, 아니면 민주화 인권운동가이자 자랑스런 역대의 대통령으로 자리매김되는 장이 될지 아직은 속단하기 어렵다.

햇볕정책과 그 아류인 평화번영정책은 파산했다. 파산 선언은 남과 북, 세계 곳곳에서 들려왔고, 들려오고 있다. 통치권차원(?)에서 지원했던 돈과 온갖 굴욕에도 불구하고 지속했던 관광사업은 북한의 경제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핵무장 선언은 도와 준 모양새로 결과되어 있다.

햇볕정책의 파산은 분명해졌다

햇볕정책이 북한 동포들의 민주적 인권신장에 기여하지 못했다는 것은 DJ를 비롯해서 햇볕론자들도 인정하고 있는 바이니, 이 측면에서는 스스로 파산을 선언한 셈이다. 생존권적 인권과 민주적 인권을 도대체 어떻게 나눌 수 있는지 알 수 없지만 굳이 박정희 전 대통령은 생존권적 인권운동가였고, DJ는 정치권적 인권운동가로 놓고 억지로 설정해 보자.

이렇게 가정하고 들여다 보더라도 햇볕정책이 생존권적 측면에서 동포들의 처지를 개선시켰는가에 대해 의문을 떨칠 수가 없다. 동포들에 대한 배급제도가 부활되어 자유경제의 기초가 오히려 후퇴한 조짐을 보이고 있다. 또한 북한은 지난해 말 한국의 식량지원과 비료지원의 결과, 세계 식량기구들의 지원과 감시활동을 거부하였다. 김정일체제의 전횡에 경종을 울릴 최소한의 장치도 제거해 버린 꼴이다. 세계식량기구 등 제 단체의 지원이 생존권적 인권 개선에 도움이 되었다면 햇볕은 오히려 이를 방해한 모양새다.

2000년 6월 15일 평양에 있다가 2003년 탈북한 최철민 선생 등의 이야기를 빌리면 DJ의 방북 의미가 북한동포들에게 어떻게 전달되었는지 알 수 있다. 그는 말한다. 노동신문 등 북한의 모든 매체들은 “봐라, 우리의 장군님이 얼마나 위대하신가? 남조선의 민주투사가 우리의 위대한 장군님을 뵙고 가르침을 받자고 나이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찾아오지 않았는가?” 이렇게 선전했다고 말이다.

수백만의 동포들이 죽어가고 측근들이 서서히 김정일의 권력유지에 회의를 품어갈 무렵 DJ의 지원은 이데올로기적으로, 그리고 물질적으로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탈북자들은 평가한다. 잔혹한 어둠에 비춰진 햇볕은 북녘동포들에게 지탄의 대상이 되고 말았다.

햇볕정책의 파산선언은 이에 한정되지 않는다. 유엔총회가 압도적인 표로 인권개선을 촉구한 것은 그 파산선언의 인류적 표현이다. 파산 선언은 한국 국민에게서도 발견된다. 중앙일보가 2006년 5월 16일 “북한에 많은 양보를 하려 한다”는 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여론 조사를 실시하였다. “지금보다 양보하지 말아야 한다”(49.5%)는 의견이 “지금 정도가 적당하다”(29.7%), “지금보다 더 양보해야 한다”(9.9%)는 의견보다 압도적으로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여론조사결과에서 보듯이 약 80%의 국민이 추가적인 양보를 반대하고 있다. 북한인권개선의 목소리가 차차 국민들의 지지를 넓혀가고 있다. 끝을 알 수 없는 상태에서 한없는 햇볕을 보내야 하는 햇볕정책은 이제 한국 내에서 파산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진정 ‘민주-인권운동가’로 남고 싶다면…

햇볕의 파산은 최종적으로 김정일씨가 해 주었다. 철도방북을 애타게 희망한 DJ의 바램을 북풍으로 낙엽 떨구듯 해 버렸다. 노 대통령이 ‘북한에 더 많은 양보를 하려 한다’고 하자 곧이어 NLL의 변경을 요구하며 시범철도운행을 하루 전날 취소하였다. 김정일씨의 눈에 한국정부는 없다. ‘해’가 없는데 어떻게 햇볕이 있을 수 있겠는가!

결과적으로 파산되었지만 햇볕정책이 애초부터 김정일씨를 지원하고 한국정부를 우스개로 만들 작정으로 추진되었다고는 보지 않는다. 이른바 DJ의 철학을 펴보고도 싶었을 것이고, 일견 그 정책을 추진하면 상황이 개선되지 않을까 하는 국민들의 기대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DJ의 진가는 지금부터다. 민주주의와 인권개선의 한 길을 간 분으로 기록될 것인가, 아니면 비현실적인 망상에 사로잡혀 잔인한 독재자의 우스개로 전락한 사람으로 평가될 것인가! 이번 재방북에서 DJ는 적어도 납치 피해자, 국군포로 문제만이라도 당당하게 언급하고 대책에 대한 확답이라도 듣고 오길 바란다. 현재의 피해자에 비하면 조족지혈이지만 DJ도 과거에 그런 비슷한 종류의 피해를 받아 보았으니 그 심정을 누구보다도 잘 알 것이 아닌가?

박정희 56%, 김대중 25%, 전두환 3%, 이승만과 김영삼 각 2%, 최규하 1%, 노태우 0.5%… 이상은 중앙일보가 창간 40주년 특집으로 실시한 역대 대통령 지지도 조사 결과이다. 안타깝고 이상한 일이다. 한심한 나라들도 그들의 존경하는 지도자를 갖고 있는데, 빛나는 성취의 길을 걸어온 대한민국이 이런 모양이다. 가파른 인식들이 걷히는 10여년 후가 되면 또 달라질 것이겠지만 현재의 안타까움은 여전하다.

이미 서거하신 분들이야 그저 역사의 평가를 기다릴 수밖에 없겠지만 DJ에게는 기회가 남아 있다. 참으로 어렵겠지만 재방북을 통해 실수를 넘어서길 바란다. 당신의 명예 때문만이 아니다. 한국민들의 마음에 존경받는 지도자로 남아 대한민국과 함께 추억되는 것은 한 나라의 대통령이었던 분에게 남겨진 의무인 까닭이다.

재방북! 위기이자 기회이다. 사람에겐 끝이 중요함을 DJ를 보면서 새삼 절감한다. 건강 잘 살피시면서 부디 민주화 인권운동가로서의 모습을 찾아오시길 간절히 희망한다. 자신의 이론보다 사람의 목숨이 언제나 더 소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