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넘기는 북핵신고..새해에는 돌파구 열릴까

한반도 비핵화 2단계인 핵프로그램 신고 및 핵시설 불능화가 결국 시한인 연말을 넘길 것으로 확실시되면서 북핵 6자회담이 다시 한번 고비를 맞고 있다.

남북한과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 6자회담 참가국들은 `10.3합의’를 통해 북한이 연내 신고와 불능화를 이행하면 나머지 참가국들은 중유 95만t에 해당하는 경제.에너지 지원을 제공하고 미국은 북한에 대해 테러지원국 해제와 적성국 교역법 적용 종료 등의 조치를 취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 중 지난 11월 착수된 불능화는 폐연료봉 제거에 기술적인 시간이 필요해 내년 2∼3월에나 완료될 예정이지만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평가다.

현학봉 북한 외무성 미국국 부국장이 최근 경제적 보상이 늦어져 불능화 속도를 조정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까지 그의 말이 행동으로 옮겨졌다는 징후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비해 신고는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문제를 신고서에 담을 지 여부를 놓고 북.미가 여전히 팽팽히 맞서면서 결국 아무 소득없이 시한을 맞게 됐다.

성실한 신고를 촉구하는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친서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전달되고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와 우다웨이 중국 외교부 부부장이 잇따라 방북,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을 만나 설득을 거듭했지만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이어진 성 김 미 국무부 과장의 방북과 평양에서 열린 남북.중 3자 대북 설비지원 실무 접촉에서도 신고 문제에 대한 해답은 나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북핵 외교가에서는 시한을 넘기는 데 대해 애써 큰 의미를 두지는 않는 분위기다.

정부 당국자는 “연말은 목표시한일 뿐, 시한을 넘긴다고 상황이 달라질 것은 없다”면서 “부실한 신고서를 시한 내 내는 것보다 늦게 내더라도 완전하고 정확한 신고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러시아 6자회담 수석대표인 알렉산드르 로슈코프 외무차관도 27일 “중요한 것은 볼이 굴러가고 있다는 것”이라며 “과거에도 서로 약속한 사안을 이행하는 작업이 지연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내년 11월 대선을 앞두고 북핵문제 진전을 유일한 외교적 성과로 내세우고 있는 미국이나, 핵문제가 틀어졌다가는 국제사회는 물론 남측의 지원도 기대할 수 없고 테러지원국 해제도 물건너가는 북한이나 모두 판이 깨지기를 원하지는 않을 것이니 당분간 동력은 유지될 것이라는게 당국자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양측의 의지와는 별개로 새해에도 신고의 최대 쟁점인 UEP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과거 UEP 추진이 사실일지라도 북한으로선 이제껏 없다고 했던 UEP의 존재를 갑자기 시인했다가는 `거짓말 정권’이라는 꼬리표가 예상되는 등 정치적 부담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미국으로서도 2차 북핵위기의 진원이었던 UEP 문제를 확실한 해명없이 슬쩍 넘어갔다가는 핵실험까지 목도해야 했던 지난 5년 간의 북핵정책이 도마 위에 다시 오를 수 있어 양보가 쉽지 않다.

외교 소식통은 “UEP는 어느 한쪽이 완전히 양보하는 방식으로는 풀릴 수 없는 문제”라며 “결국 양측 모두 수용할 수 있는 묘수를 중간지대에서 찾을 수 있느냐가 관건으로, 시한을 넘겼다는 압박감에 내년 초가 되면 접점을 찾는 작업이 보다 적극적으로 펼쳐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6자회담 참가국 사이에서 내년 1월중 6자회담 수석대표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이 적극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진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된다.

북핵 현안에 정통한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당초 이달초 열기로 했던 비공식 6자회담 수석대표회담을 내년 1월중 열자는 의견이 6자회담 참가국 사이에 돌고 있으며 북한도 6자회담 협상에 대해 적극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만큼 회담이 개최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1월중 6자 수석대표회담이 개최되면 일단 시한(12월31일)을 넘긴 북핵 10.3합의 이행상황을 평가하는 한편 이행되지 못한 부분을 촉진하기 위한 참가국간 의견조율이 집중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내년 1월 회담이 열리더라도 신고 문제를 둘러싼 교착상태가 풀리지 않을 경우 미국 내 강경파들의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한국에서도 이제까지와는 다른 대북 정책을 예상케 하는 신정부가 출범하는 등 외부환경이 급변하면서 회담 동력이 소진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김성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책임연구위원은 “UEP문제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 지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결단이 앞으로 한 두달 내에는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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