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천작우’ ‘밀운불우’…정치권 2006 사자성어 결산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는 갖가지 사자성어가 나오고 있다. 각 정당들과 유력 대선주자들이 선택한 사자성어는 대선 승리에 대한 갈망과 의지가 그대로 표출되어 있다.

열린우리당은 ‘무심운집(無心雲集)’, 한나라당은 ‘쾌도난마(快刀亂麻)’를 선정했다. 그 이유에 대해 “마음을 비우고 자신을 비워 구름이 모일 수 있는 1년을 만든다” “내년을 국운 융성의 계기로 만들겠다”는 각각의 변을 달았다.

민주당은 ‘굴정취수(掘井取水)’를 신년 화두로 제시했다. 이상열 대변인은 “인간의 의지로 땅바닥의 바위를 뚫고 내려가서 맑은 물을 얻는다는 점에서 구름과 비를 주제로 한 다른 화두와 차별화된다”며 “어려운 시기에 하늘만 쳐다보고 있지 않고 굳센 의지로 땅을 뚫고 내려가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노동당은 불경에 나오는 ‘백척간두 진일보(百尺竿頭進一步)’를 제시했다. 박용진 대변인은 “아무리 어려운 지경에 있어도 스스로 과감히 내딛지 않으면 진보가 아니다”고 주석을 달았다.

내년 대선주자들도 사자성어를 통해 대선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출했다.

김근태 열린당 의장은 한글로 ‘처음처럼’, ‘국민의 질책에 따른 반성과 통합신당으로의 새로운 도약’을 밝히고 있는 김 의장으로서는 정권을 창출했던 97년, 2002년 초심으로 돌아가야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같은 당 정동영 전의장은 ‘구동존이’(求同存異). 다른 점이 있더라도 같은 점을 취하면서 이견을 좁혀나간다는 뜻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정 의장은 ‘내부갈등이 있더라도 이를 용광로처럼 녹아내려 함께 가자는 포용과 통합의 의미’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결국 통합신당을 두고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 당내 갈등을 봉합, 이름만 바꾸는 ‘도로 열린당’으로 규합, 내년 대선에 총력을 다하자는 의견이 아닌가 의심케 한다.

최근 노 대통령과의 충돌로 지지율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고건 전 총리는 ‘운행우시’(雲行雨施)를 새해 화두로 잡았다. 고 전 총리 측은 “시대적 변화 요구가 모여 변화를 이뤄나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나라당 유력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한천작우(旱天作雨)’를 꼽았다. ‘어지러운 세상이 계속되고 백성이 도탄에 빠지면 하늘이 길을 열어준다’는 뜻으로 대선승리에의 강한 의지가 녹아있다는 관측이다.

사자성어로 내년 출사표를 던진 각 정당과 대선 후보들의 행보가 주목된다. 단, 정당과 후보들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밀운불우(密雲不雨)’, ‘구름은 빽빽하나 비는 오지 않는 상태’. 교수신문이 선택한 2006년 사자성어다. 치솟는 집값, 북핵 실험 등 여러 문제로 인해 사회 각층의 불만이 폭발 직전에 달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올 한해 이런 말이 나온 배경에는 정치권을 빼놓을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