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판갈이 싸움’은 시작되었다

잔치는 끝났다. 8.15 민족대축전 북측 대표단은 17일 평양으로 돌아갔다. 한판의 ‘허무 개그’도 끝났다.

광복 60주년 8.15 민족대축전이 진정 민족의 대축전이었던가? 아니다.

광복 60년의 주인공이 되어야 할 남북 7천만 민중은 빠지고 남한의 얼빠진 황색정권과 북한의 김정일 독재정권, 그리고 친북단체들이 만들어낸 허망한 단막극이었다. 뜻깊은 광복 60주년 잔치는 그렇게 허무하게 끝났다.

광복 60주년을 맞은 국내 정국은 마치 해방공간의 어수선한 상태로 돌아갔다.

14일 북측 대표단이 분단 후 처음으로 현충원을 찾아가 묵념했다. 16일에는 헌정사상 처음으로 국회를 방문했다.

15일 서울역과 광화문에서 보수단체들의 집회가 열렸고 이날 밤 ‘통일연대’ ‘한총련’ 등 확실한 친북단체들은 끼리끼리 모여 ‘미군철수’를 울부짖으며 밤의 향연을 벌였다.
광복 60년을 맞아 이른바 ‘반외세 남북공조’ 분위기는 절정에 올랐다. 정동영 장관은 북측 대표단과의 만찬에서 “우리의 자주 평화 통일의 목소리가 도쿄, 베이징, 워싱턴까지 들리도록 하자”고 건배를 제의했다.

남한 고립화와 남한 흔들기

이 어수선한 한반도 정세를 어떻게 읽어야 할 것인가.

지금 김정일의 전략은 남한을 지렛대로 삼아 자신에게 불리한 대내외 정세를 타넘고, 한편으로 남한 내부를 흔들어놓자는 것이다. ‘우리민족끼리’를 내걸고 남한을 방패막이 삼아 북핵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세를 피해가자는 것이다.

‘우리민족끼리’의 이름 아래 남한의 목을 감아 북쪽으로 잡아당기면 당길수록, 또 남한이 ‘민족공조’로 반미, 반일을 외치며 이에 호응하면 할수록, 한반도 전체는 국제사회로부터 왕따가 되어가는 것이다. 국제사회로부터의 ‘남한 고립화’ 전략이다.

여기에는 김일성의 이론적 지침도 한몫하고 있다. 김일성은 생전에 ‘남한 갓끈론’을 제시한 적이 있다. 남한이라는 나라는 한미 군사동맹과 한일 협력관계라는 두 개의 갓끈으로 유지되고 있으니, 그중 하나의 갓끈만 날려버려도 남한이라는 ‘갓’은 바람에 날아간다는 것이다.

물론 남한사회는 이미 모든 영역에서 세계화 조류에 깊숙이 편입돼 있지만, 한미동맹-한일협력관계가 국제사회의 이해관계에서 남한을 지탱해주는 중요한 두 개의 축임은 여전히 부인하기 어렵다. 김정일은 남한의 목을 감고 남한의 대미관계, 대일관계부터 약화시키려는 것이다. 이같은 전략은 북핵문제를 다루는 6자회담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김일성의 이론적 지침은 이어진다.

“남한은 4천만, 우리는 2천만이니 남한사회를 절반으로 나누어 우리 편으로 붙이면 결국 우리가 이긴다.”

김일성의 이 지침이 ‘무식하게’ 보이든 말든, 김정일의 ‘남한내부 흔들기’는 김일성의 이 지침에서 출발하고 있다. 우리가 오랫동안 들어온 이른바 ‘평화적 연북, 연공전략’이다. 북측 대표단이 현충원에 묵념을 올린 것이나, 국회를 방문한 것도 결국 남한 내부 흔들기의 맥락에서 해석된다.

또 김정일의 전략이 맞아떨어졌든 아니든, 김대중 정부 이후 북한문제를 둘러싸고 남한사회가 둘로 갈라진 것은 분명한 ‘현재진행형’이다.

국제관계에 암수와 꼼수는 통하지 않아

그렇다면, 김정일의 이같은 전략은 북한의 ‘우세’ 속에서 진행되고 있는가, 아니면 내외적으로 불리해진 ‘열세’를 만회하려는 움직임인가. 이 두 가지를 놓고 따지면 후자에 무게가 실린다.

그러나 김정일은 이 ‘열세’를 두 가지 수단으로 단번에 만회하려 하고 있다. 첫째는 핵무기, 둘째가 ‘우리민족끼리’다. 핵무기를 통해 1인 독재정권을 지키고, 민족공조로 미국, 일본의 공세를 방어하며 남한의 경제를 계속 뜯어먹는 것이다.

그렇다면 김대중 정부 이후 남한의 대북유화정책은 이같은 북한의 ‘열세’를 충분히 파악하고, 소위 북한에 ‘말려들어가면서’ 김정일 정권을 바꾸기 위한 암수(暗手)였던가? 아니다.

DJ는 햇볕정책을 실시하면서 “햇볕정책은 튼튼한 안보 속에서 진행된다”고 했다. 대북정책 ‘정경분리’도 언급했다. 그러나 이것이 결국 거짓말이었다는 사실은 북한의 핵보유로 확증됐다.

햇볕정책이 상대를 속이는 암수였다면, DJ의 암수는 김정일 정권을 속인 것이 아니라, 남한 국민과 북한 동포들을 상대로 속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정부와 많은 국민들은 대북유화정책, 민족공조를 통해 북한체제를 바꿀 수 있다는 착각에 빠져 있다.

국제관계에서 암수나 꼼수는 결국 통하지 않는다. 바둑에서도 암수는 상대가 알아차리면 도리어 당하게 되어 있다. 김정일은 8년간 이 암수를 역이용하면서 결정적으로 핵무기까지 챙겼다. 김정일은 DJ에게 노벨평화상을 ‘선사’하고 자신은 남한으로부터 지원받은 달러로 핵무기를 쟁취한 것이다.

이것이 광복 60년, 오늘의 한반도 정세의 현주소이다.

김정일 전략, 결국 실패할 것

그렇다면, 김정일의 남한 고립화 전략과 남한내부 흔들기는 종내 성공할 것인가. 그렇지 않다.

현재 김정일이 갖고 있는 체제 유지수단은 핵무기와 선군정치의 인질로 잡아놓은 2천3백만 북한 인민들뿐이다.

그러나 2천3백만 북한 인민들의 의식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90년대 중반 대아사 기간을 거치면서 10년이 지난 지금, 죽음의 문턱을 넘나든 이들 사이에 ‘反김정일’의 기운이 싹트고 있는 것이다.

지금 평양에서조차 ‘김정일 나쁜 놈’이라는 말이 나돌고 있다. 햇볕정책의 성과가 아니라, 김정일을 믿지 못하는 북한인민들이 이제는 앉아서 굶어죽기 싫다는 자구적 표현의 일환인 것이다.

남한정부의 대북공조는 오히려 이같은 움직임에 훼방을 놓고 있을 뿐이다. 김정일의 부하들이 현충원을 방문했으니, 앞으로 방북하는 남한인사가 김일성 동상에 헌화하는 모습을 주민들이 보게 되면 이들은 절망할 것이다.

김정일은 체제유지의 최후 수단으로 핵무기에 기대고 있다. 그러나 김정일이 갖고 있는 핵무기는 결국 사용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핵무기를 사용하는 순간 자신이 죽는다는 사실을 김정일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김정일의 핵무기는 두려워 할 필요가 없다. 김정일이 두려워하는 것은 자신이 갖고 있는 핵무기를 국제사회가 ‘무시’해버리는 것이다. 따라서 김정일의 핵무기는 철저히 무시해버리는 것이 옳은 전략이다.

김정일이 핵무기보다 진정 더 두려워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인권’이다. 핵무기로도 막을 수 없는 것이 인권, 자유, 민주의 무기다. 김정일이 진정 두려워하는 것이 바로 이 ‘무기’인 것이다. 또 이것이 암수나 꼼수가 아닌, 정도(正道)와 상도(常道)의 대북전략인 것이다.

한반도 전체 진보운동은 시작되었다

광복 60년을 기해 한반도는 완전히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노무현 정권과 친북단체는 낡은 이념을 부여잡고 민족공조의 신기루 속으로 더욱 빠져들고 있으며, 김정일은 이를 활용하여 독재정권 연장을 기도하고 있다. 이것이 광복 60주년 한반도의 어두운 모습이다.

반면 광복 60년을 맞아 등장한 새로운 진보단체들의 북한인권선언과 8월 15일의 대학생 북한인권선언, 국내외의 진정한 자유와 민주, 법치의 양심세력, 잇따르는 국제사회의 북한인권촉구, 그리고 무엇보다 서서히 깨어나는 2천3백만 북한 민중.

이것이 광복 60주년을 맞은 한반도의 밝고 희망찬 모습이다.

우리는 광복 60년의 이 어수선한 한반도를 새롭고 밝고 희망

찬 선진미래로 추동해가야 한다. 인권과 자유와 민주가 한반도 전체를 관류하는 새로운 역사로 나아가야 하는 것이다.

광복 60년, 이제 한반도에는 밝음과 어둠, 선과 악, 옳고 그름, 쾌와 불쾌, 자유-민주와 독재 간의 새롭고 본격적인 싸움이 시작되었다.

이 투쟁은 한반도 전체를 놓고 벌이는 진정한 판갈이 싸움이다. 그리고 이 싸움은 明-善-是-快, 자유-민주가 완전히 승리를 쟁취할 때까지 계속될 것이다.

손광주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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