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비핵화’와 북·미관계 정상화의 함수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미국과 우방이 되고 싶어한다” 6월17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특사자격으로 김정일 위원장을 면담한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은 핵문제 해결의 최우선적 요소로 북.미관계 정상화를 꼽았다.

김정일 위원장의 언급이 아니더라도 북한은 이미 북.미관계 정상화를 전제로 한 핵포기를 끊임없이 주장해 왔다.

노동신문은 6자회담 복귀 발표 이틀 뒤인 11일 “우리에 대한 미국의 핵위협이 제거되고 제도전복을 노린 적대시 정책이 철회된다면 우리는 단 한 개의 핵무기도 필요없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정동영 장관과 면담에서 대미관계 정상화의 의지를 표명했고 박길연 유엔주재 대사는 지난달 2일 캐나다 토론토대학 아시아문제연구소가 주최한 초청강연회에서 “우리는 미국의 영원한 적으로 남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북한이 대미관계 정상화를 요구하고 있는 논리는 ’핵개발 불가피’ 주장의 연장선에 놓여있다.

미국이 대북적대시정책을 통해 북한을 위협하고 있는 만큼 자위적 억제력 차원에서 핵을 개발할 수밖에 없었고 따라서 이 문제가 해결되면 자연스럽게 핵무기 개발도 포기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등 북측이 잇달아 내놓고 있는 한반도 비핵화의 주장 속에도 사실 수교를 포함한 미국과 관계정상화 의지가 내포돼 있다.

한반도 비핵화는 일견 북한의 핵포기로 받아들여지지만 실질적으로는 북한과 남한, 미국 모두의 노력이 동반되어야 하는 다무적 합의체계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한.미 상호방위조약을 통해 한반도 유사시 핵보유국인 미국의 자동개입이 보장되고 주한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은 북.미수교를 통해 미국에 으로부터의 안보 우려를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부시 행정부 들어 북한 등 불량국가에 대한 핵선제공격까지 거론되는 만큼 북한이 핵을 포기하기 위해서는 북.미 간 상호신뢰의 구축이 급선무인 셈이다.

북한이 한반도 인근에 배치되는 미군의 이지스함이나 핵잠수함, 스텔스기 등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도 결국은 이같은 불신에 기인한다.

과연 북.미 간에 관계 정상화가 이뤄지면 북한은 핵을 포기할 것인가.

지난 3월 방북해 영변 핵시설을 둘러본 셀리그 해리슨 미국 우드로 윌슨센터 선임연구원에게 북측 관계자들은 “평양에 미국 대사관이 들어오고 사업가들이 상주하면 미국이 북한을 공격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 대목은 미국의 위협이 사라진 상황에서 핵포기가 가능함을 시사하고 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북핵 문제의 해결은 곧 바로 북.미관계의 정상화라는 등식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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