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북핵위기 맥박 빨라지고 있다

▲ 지난해 10월 실시된 일본 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 훈련

북한이 원자로 가동 중단에 이은 미사일 발사 등 강경 대응을 지속하면서 주변국의 대북 제재 움직임이 더욱 가시화 되고 있다.

미•일 양국은 이달 말부터 대북(對北) 경제 제재를 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부 절차를 시작하는 방안을 조정 중이라고 일본 산케이(産經) 신문이 외무성 고위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5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한국과 중국, 러시아와도 안보리 회부에 관한 협의를 진행하기 위해 북한을 제외한 5자 협의를 개최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대북 제재를 위한 6자회담 참가 5개 국 협의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는 지난달 28일 일본 방문에서 야치 쇼타로 일본 외무성 차관을 만나 북한이 회담 복귀에 적극 나서지 않을 경우 안보리 회부 절차에 착수키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힐 방문 계기, 주변국 대북제재 착수 검토

주변국 대북 제재 참여와 관련,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지난 4일 ‘6자회담의 전망이 밝지 않은 만큼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해 한국도 대북 제재 시나리오를 검토하는 작업에 착수했음을 시사했다.

이러한 대북 제재 발언은 힐 차관보가 지난달 한•중•일을 연쇄 방문한 직후부터 주변국 정부 관계자를 통해 터져 나왔다.

힐 차관보는 3국 방문을 마치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6자회담이 중단된 지 10개월이 되고 있고 북한이 핵 보유를 선언하고 지난 3주간 영변 원자로를 가동 중단했기 때문에 상황은 명백히 급박하게 흘러가고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산하기관 연구원은 4일 <데일리엔케이>와의 통화에서 “미국과 주변국의 대북 접근은 일관된 대화 원칙에서, 제재라는 압박수단을 동반한 ‘대화’로 당분간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러한 상황이 상당기간 지속된다면 대화는 물 건너 가고 북한이 견디기 어려운 결정적인 수단이 사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美, 군사적 수단을 동원한 대북 압박 가능성 시사

미국이 주도하는 대북 제재 내용은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과 UN안보리 회부를 통한 대북 경제제재. 그러나 중국이 여전히 북-중 동맹에 집착하고 외교적 해결에 무게를 싣고 있는 상황에서 그 실효성이 의문시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미국은 중국의 반대에 대한 대응 방안도 최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 정부 관계자들의 잇다른 중국의 대북 영향력 행사 촉구와 핵 실험 관련 정보 공개, 힐 차관보의 방문을 통한 공동 행보 요구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최근에는 강력한 대북 억지력을 천명하면서 군사적 압박을 강화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딕 체니 미국 부통령은 3일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총무상을 만난 자리에서 “지금 전세계에서 (미국의) 가장 관심을 모으는 곳은 동아시아의 북핵 문제”라고 말했다고 교토통신이 전했다.

지금까지 미국은 중동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왔다. 이번 체니 부통령의 발언은 부시 행정부 내 기류가 ‘북한 문제가 중동보다 더 시급하다’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체니 부통령, 정책 우선 순위 중동에서 동아시아로 이동 시사

이번 발언은 이라크에 집중 배치되어 있는 미군을 동아시아로 이동할 의지도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미국은 이란 문제도 EU에 넘기는 분위기다.

데이비드 고든 미 국가정보위원회(NIC) 위원장은 4일 한 청문회에서 “북한이 공공연하게 핵 보유국 지위를 추구하는 것은 미국 이익에 대한 심각한 도전 중의 하나”라며 “한국에서 전쟁이 일어난다면 매우 격렬하고 파괴적이 될 것이며, 이 전쟁은 사전 경고도 없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라이스 장관의 ‘모든 상황에 대비한 대북 억지력 보유’ 발언에 이어 리처드 마이어스 미 합참의장도 4일 “(북한이 한국을 상대로 전쟁을 일으켜도) 우리가 승리하고 압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최근 상황을 ‘종착점을 향한 본 게임의 시작’이라고 풀이했다. 다만, 중국이 움직일 때까지는 미국이 섣불리 행동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 봤다. 대북 제재는 주변국과 함께 치밀히 준비되지만, 상당 기간 북-미 간 설전을 통한 지리한 공방이 이어진다는 것.

모스크바 60주년 전승행사 연쇄 정상회담, 북핵 대응 중대한 고비

조지프 디트러니 미 국무부 대북협상특사는 3일 북핵 관련 세미나에서 “우리의 초점은 북한과 대화재개이지만 사실 이 상황이 계속되면 다른 대안이 고려돼야 한다”며 “그것은 모든 파트너(관련국)들과의 매우 의미있는 대화를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2차 대전 승전 60주년 기념행사에서 갖는 미-중, 한-중, 미-러 연쇄 정상회담은 북핵 대응 관련 주변국의 행보를 가름하는 중대한 고비가 될 전망이다. 그러나 북한의 태도변화가 없을 경우 대북 제재는 그 수순만 남겨두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신주현 기자 shin@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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