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전쟁 불사론’ 내홍 조짐”

▲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와 이재오 최고위원이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귓속말을 나누고 있다. ⓒ연합

한나라당 공성진, 송영선 의원의 잇따른 ‘전쟁 각오’ ‘국지전 감수’ 등의 강경 발언이 나오는 가운데 당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려 한나라당이 내홍을 겪고 있다.

‘전쟁 불사’ 발언을 언급해 논란의 중심이 됐던 한나라당 공성진, 송영선 두 의원은 발언 직후 “전쟁을 하자는 게 아니라 최악의 경우를 상정하고 대비해야 평화가 있는 것”이라며 “핵으로 우리를 위협하는 북한에 끌려 다녀서는 무력도발을 막을 수 없음을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창희 최고위원은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전쟁은 전쟁을 불사할 각오가 돼 있을 때 막을 수 있는 것”이라며 “꽁무니를 뺄수록 전쟁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고 주장했다.

강 최고위원은 이어 “많은 돈을 들여 군대를 육성하는 것은 전쟁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전쟁을 막기 위해서”라면서 “전쟁할 각오가 돼있을 때만 전쟁을 막을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강재섭 대표도 이날 취일 100일 기자회견에서 “말한 사람들의 취지가 많이 와전된 것”이라며 “강력 대처만이 전쟁을 막는 근본적인 길이라는 게 한나라당의 입장”이라며 공성진, 송영선 의원의 발언에 힘을 실어줬다.

반면 소장파의 리더격인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은 이날 CBS 뉴스레이다에 출연해 “전쟁위험이 높아지는 사안이 있을 때 전쟁위협을 피하기 위해 신중하고 조심스런 접근이 필요하다”며 “국지전을 감수해야 한다는 표현은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원 의원은 “마치 전쟁을 치르더라도 북한에 대해서 무력제재를 가하자는 쪽으로 잘못 전달될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 “전쟁 불사론은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재오 최고위원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나라당이 마치 전쟁불사 세력인 것처럼 오해를 사게 만든 심히 유감스런 일로, PSI 참여확대가 전쟁으로 이어질 것처럼 호도하는 열린당의 논리에 그대로 말려드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열린우리당은 ‘전쟁불사론’에 대해 “비록 북한의 행위가 용서할 수 없는 행위라고 할지라도 해법 속에 전쟁이라는 목록을 넣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국민적 합의이며 정치인이 조심해야 할 매우 중요한 교훈”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19일 열린당 김근태 의장, 김한길 원내대표, 한명숙 국무총리, 청와대 이병완 비서실장 등 당∙정∙청 수뇌부는 회동을 갖고 야당에서 ‘전쟁 불사론’이 제기되고, 미∙일에서도 대북 강경론이 우세해짐에 따라 동북아 정세가 평화냐 전쟁이냐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수 있다고 판단,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처해 상황을 관리해 나가기로 의견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