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대북정책 갈팡질팡…여권北 공격 빌미만

대북정책 수정을 예고하며 남북정상회담 개최에 대해 긍정적 반응을 보였던 한나라당이 다시 강경한 입장으로 선회하고 있다.

26일 일부 언론을 통해 드러난 한나라당 대북정책 수정안은 북한 실체 인정, 남북정상회담 개최 수용 등 전향적인 내용을 담았다.

김형오 원내대표는 이달 16일 “핵불능화까지 가는 데는 1년 정도 걸리는데 그렇다고 1년 후에나 정상회담을 하자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전재희 정책위 의장도 “무조건 반대가 아니라 일정한 조건하에 남북정상회담이 추진되어야 한다”고 말해 연내 ‘남북정상회담’ 추진을 수용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그러나 당내외에서 대북정책 수정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수정안에 대한 일체 ‘함구령’을 내린 데 이어 남북정상회담에 대해선 다시 강경한 입장으로 회귀하고 있다. 이런 한나라당의 오락가락 행보에 정치권에서는 당이 중심을 못잡고 갈팡질팡한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유기준 대변인은 28일 “이해찬 전 총리가 조만간 2차 방북을 한다는데 남북정상회담 준비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대선을 앞둔 민감한 시기에서의 남북정상회담은 결국 북한에 일방적으로 끌려가는 회담이 될 뿐이다. 정략적 남북정상회담에 반대한다”고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당론이 하루가 지날 때마다 갈지자 행보를 하자 당 내에서도 소란스런 말다툼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전날 김용갑 의원이 “한나라당이 친북정책으로 돌아서고 있다”면서 “어느 대통령 후보와 진영에서 당의 대북정책을 친북좌파정책으로 변질시키는데 앞장서고 있는지 실체를 밝히고 싸워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그러자 권영세 최고위원은 “한나라당 대북정책에 어느 정도의 변화 필요성이 있는지 재점검은 틀림없는 상황”이라며 “걸핏하면 친북좌파정책이라고 딱지를 붙이는 것은 명백한 구태”라고 주장했다.

또한 권 최고위원은 “대선후보 경쟁이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긴 하지만 모든 사안에 대해 대선후보들과 연결시켜서 상대후보를 공격하려는 태도, 특히 ‘색깔론’은 당이 반드시 극복해야 될 구태 중에 구태”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한나라당이 대북정책에 대해 다시금 강경한 입장으로 선회하는 기미를 보이자 범여권과 북한은 한 편이 돼 ‘대북정책 수정=위장전술’이라며 한나라당을 두들기고 있다.

최재성 열린당 대변인은 “한나라당이 대북정책을 수정한다고 하면선 오락가락하고 있다”면서 “대권에 승리하기 위해서 남북문제에 대한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면 대선전략차원의 위장전술은 이제 집어치워야 한다”고 비난했다.

북한의 대남정책총괄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도 “그 동안 한나라당은 안팎으로 고립과 궁지에 몰릴 때마다 대북정책 수정놀음을 벌여왔다”면서 “한나라당이 돌변해 대북정책 조정을 표방해 나선 것은 시대와 민족의 버림을 받은 자들의 궁여지책”이라고 비판했다.

적극적인 대북협력 정책을 통해 남북관계를 주도하겠다던 기세는 오간 데 없다. 범여권의 발빠른 대북 행보에 당황하며 정치적 배후를 꼬집는 성명을 내는 데만 급급하다.

당 핵심 관계자는 “대북정책 수정의 방향타를 결정했으면 빠른 시기 원칙을 잡고 적극적으로 추진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지리멸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여권의 공세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자칫 국민 여론이 돌아서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대북정책 수정을 둘러싼 한나라당의 갈팡질팡하는 최근의 행보가 자칫 장기화될 경우, 이후 국내정치는 물론 대선정국에서도 범여권과 북한의 합동 전술에 상당히 고전할 것이 분명하다는 것이 정치권 안팎의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