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지방선거의 결과는 가히 충격적이다.
여야 모두 전혀 예상 밖의 결과라고 입을 모은다. 천암함 사태의 숙연한 정국 속에서 국민들은 참으로 조용하게 자신의 한표로 마음을 드러냈다. 한나라당이 2002년, 2006년 두 차례 걸쳐 차지했던 지방 권력을 이번에는 바꿔야 한다는 것이 국민들의 생각이었던 것 같다.
선거 결과를 두고 말들이 많다. 한나라당 지지층에서는 자성과 질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자신들이 잘해서 승리한 것처럼 자화자찬을 벌이며 벌써부터 이명박 정부를 항해 ‘모든 사업의 폐기와 내각 총사퇴’라는 맹공을 퍼붓는다.
장수(將帥)는 전쟁의 승리까지를 목숨 걸고 생각하고, 정치인은 전쟁 승리 후 ‘선거 승리’까지 생각한다고 한다. 그러나 국민은 전쟁이나 선거를 뛰어 넘어 국가가 나가야 할 총체적인 미래까지 생각한다. 따라서 투표 결과에 대한 산술적 복기(復碁)보다는 선거를 통해 국민들이 정치권에 전달하려 했던 ‘메시지’가 무엇인지 해석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아전인수격 해석으로는 국민의 마음을 헤아릴 수 없다. 열길 물속 같은 국민의 마음을 두레박 하나로 훔쳐보고 마치 다 안 것처럼 말하고 행동하는 것은 금물이다.
국민들은 우선 한나라당을 질책했다. 국민들이 여권에 느끼는 심리는 한마디로 ‘피로감’이다. 한나라당에게 정부도 주고 총선에서 의석도 몰아주었는데 나라가 조용할 날이 없었다. 국민들은 4대강사업이나 세종시 수정안과 같은 굵직한 국책사업에 대한 정부와 여당의 주장을 이해하지 못했다. 눈앞에서는 결사반대만 주장하는 야당들만 보이고 있으니 그저 정부가 힘으로 밀어부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경제성과에 대해서는 과반수 이상의 국민들이 지지를 밝히고 있는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게다가 한나라당 내부에서는 새로운 정책과 비전을 가지고 국가의 미래를 계획하려는 신진세력들이 눈에 띄지 않는다. 사분오열된 정쟁에 매몰되어 ‘한나라당=웰빙당’이라는 이미지가 벌써 10년째 굳어지고 있는 것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한나라당 지지층 안에서 “화살을 맞서 칼 휘두르는 사람은 없고 방패를 덮어 쓰고 복지부동한 사람들뿐”이라는 냉소가 나오는 것은 이제 더 이상 뉴스 거리도 안된다.
민주당의 축포는 섣부른 감이 있다. 애당초 야당 지지층을 제외하면 이번 선거에서 야당의 정책과 공약이 좋아서 찍었다는 국민들이 얼마나 될까? 한나라당이 싫어서 야당을 찍었다는 국민들의 대답이 상당하다. 심지어 “민주당이 너무 열세여서 내 표 한나 쯤 보태주고 싶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미국산 수입쇠고기 파동 당시 한미 협상의 주무 장관이었던 정운천 후보가 야당의 텃밭인 전라북도에서 18.2%의 득표를 하였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전라남도, 광주광역시도 한나라당 후보가 13.3%, 14.2% 라는 전례 없는 득표율을 보였다. 야당이 여당 강세지역이었던 강원도, 충청도, 경상남도에서 승리하고, 부산에서는 40%가 넘는 지지를 얻었던 결과 이면에는 이런 성적표도 상존한다.
6.2 지방 선거의 여진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국민들은 여당이든 야당이든 개혁과 변화를 주문하고 있다. 여당과 야당 중에 누가 먼저 국민들의 주문을 먼저, 깊이, 전략적으로 깨닫는가 문제를 놓고 새로운 경쟁이 시작되어야 한다.
한나라당은 보다 개혁적인 모습으로 국민들 앞에 다가서야 한다. 야당에 대해서도 더 높은 수준의 정치력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야당들은 미숙한 정치공세와 반대를 위한 ‘난타전’을 벗어나야 한다. 이성과 과학성이 살아 있는 대안제시로서 대한민국이라는 울타리를 여당과 함께 지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