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종전선언 누가 하나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한국전쟁을 종결시키는 평화협정을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공동서명할 수 있다고 한 것을 계기로 종전(終戰)선언을 어느 나라가 해야하는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노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은 지난 7일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검증 가능한 비핵화 조치를 성실하게 이행할 경우 한국전쟁을 종결시키는 평화협정을 김 위원장과 공동서명하겠다는 뜻을 10월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김 위원장에게 전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일단 남북한과 미국이 평화협정 체결의 주체가 돼야한다는 점은 사실상 확인된 셈이다.

한반도 정전협정을 대체할 평화협정이 체결되기 위해서는 한국전쟁 종전선언이 선행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1953년 7월 체결된 정전협정 이후 한반도는 사실상 종전상태에 가깝지만 이를 법적, 제도적 종전상태로 바꾸려면 ‘정치적 선언’이 필요하며 평화협정 체결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할 과정이라는 것이다.

평화협정의 전 단계 조치로 ‘선언 또는 잠정협정’이 필요하다는 견해는 과거 사례에 비춰보더라도 설득력이 있다.

1978년 9월 카터 미국 대통령과 사다트 이집트 대통령, 베긴 이스라엘 총리가 미국에서 회동, 완전한 평화협정을 체결하기 전 단계 조치로 ‘캠프데이비드 협정’을 발표한 적이 있다.

또 캠프데이비드 협정 때와는 성격은 다르지만 북한은 1996년 2월 외교부 대변인 담화에서 완전한 평화협정이 체결될 때까지 정전협정을 대신한 잠정협정을 북.미가 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문제는 종전선언의 주체가 누구냐인데, 이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전쟁 당사자인 남북한과 미국이 서명을 해야한다는 주장과 정전협정의 체결 당사국이 미국을 중심으로 한 유엔군과 중국, 북한이었기 때문에 이들 모든 전쟁 당사국이 참여해야 한다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것.

남북한과 미국이 종전선언에 서명해야 한다는 논리는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사실상 재확인됐다.

부시 대통령은 회담에서 “우리의 목적은 한국전쟁을 종결시키기 위한 평화협정을 김정일 위원장 등과 함께 서명하는 것”이라며 “이제 우리는 한국전쟁을 종결시켜야 하며 종결시킬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남북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에게 전해달라”고 노 대통령에게 요청했다.

앞서 부시 대통령은 작년 11월18일 하노이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때도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종전선언과 평화조약을 체결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두 차례 회담에서 부시 대통령의 발언은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 대상이 남북한과 미국이라는 사실을 주지시킨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한국국방연구원(KIDA) 백승주 박사는 이와 관련, “국제정치적 현실 속에서 지금 ‘상대를 교전상대, 적대관계’로 인식하는 국가들만 참여해 종전선언을 해야 한다”며 “현실적으로 종전선언이 필요한 국가는 북한을 공통변수로 해 미국과 한국이라고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교전 당사자였던 중국의 경우 당시의 교전 당사국들과 모두 국교를 정상화했고 현재 기술적으로 교전상태에 있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지 않다”고 말해 중국의 참여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반면 유엔 안보리 결의에 의해 유엔군이 참전한 만큼 유엔참전국과 미국, 남북한, 중국이 종전선언에 참여해야 한다는 논리도 있다. 유엔 안보리는 1950년 6월 미국의 주도에 의해 회원국들에게 북한의 남침을 격퇴할 수 있도록 한국을 도울 것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한 바 있다.

고든 존드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지난 7일 한.미 정상회담 직후 기자들과 이메일 문답을 통해 “한국전쟁은 미국과 북한 사이가 아니라 북한과 유엔간에 치러진 것”이라며 “모든 당사국들이 개입돼 있는 문제인 만큼 부시 대통령이 혼자 (종전)선언만 한다고 전쟁을 끝낼 수 있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KIDA 백 박사는 “유엔참전국들이 모두 참가해 당시 교전 상대국이었던 중국, 북한과 새롭게 종전선언을 검토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며 “정전협정의 서명 당사자가 종전선언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현재의 미국과 중국관계, 중국과 한국관계를 고려할 때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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