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대미(對美)관계 ‘전략’을 가져라”

▲ 나카소네 야스히로

조선일보 주최 ‘아시안 리더십 콘퍼런스’에 참석했던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86) 전 일본총리는 지난 3일 인터뷰에서 “(동북아 협력관계 강화를 위해) 한·중·일 3국 정상회담을 제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한국이 이를 주도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총리 재임시 미·일 관계를 정착시킨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바람직한 한·미 관계 구축을 위한 조언을 해 준다면.

“한국은 대미전략을, ‘전략’을 가져야 한다. 미국은 초대국이다. 여러 가지 비판이 있지만 분명한 사실은, 미국이 기본적으로 자유민주주의, 인권, 인도주의를 전개하려 한다는 점이다. 이를 한국은 통찰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미국이 세계에서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만들 수 있을지…. 한국과 미국의 정치인들은 서로 비판하고 있는 부분을 상호 점검해 해소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초대국 미국 움직임 통찰을 한·미 정치인의 불만사항 해소방법 서로가 연구해야

―‘론·야스’(로널드 레이건·나카소네 야스히로)란 표현으로 대표되는 긴밀한 미·일 관계를 구축했는데 비결이 무엇이었나?

“외교를 수행하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점은, 자국이 국제관계 등에서 위기를 맞았을 때 믿음직한 친구가 되어줄, 신뢰할 수 있는 벗을 1~2명 정도는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그런 전략을 택해, 레이건, 후야오방(胡耀邦), 전두환씨 등과 깊은 신뢰를 구축했다.”

―한국이 21세기 글로벌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어떤 시각과 자세가 필요한가?

“심포지엄에서도 지적했듯, 공산소련이 붕괴된 뒤 각국이 미국 진영, 소련 진영, 제3세계 진영에서 벗어나 자주 독립으로 나갔다. 한국에도 그런 풍조가 있으며 국내문제, 내셔널리즘이 우선시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국내문제로는 국익은 그리 늘어나지 않는다. 정계 언론계 지도자들이 진정한 국익이 어디 존재하는지를 국민에게 설명하고 국민의 시각을 바꿔 줘야 한다. 내셔널리즘으로 인한 갈등을 막기 위해선 각국 지도자들이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국제관계에서 지도자의 리더십 발휘는 극히 중요하다.”

―한·일 관계가 다시 삐그덕거리고 있다.

“일본이 희망하는 것은 중국 한국 일본이 정기적으로 정상회담을 순번제로 여는 것이다. 지금은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정상회의 때나 만나는 상황이다. 이는 슬픈 일이다. 불행하게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3국 정상회담이 열린 적이) 없었다. 한국은 3국의 중심에 있으므로 먼저 주도해 주길 바란다. (노무현 대통령을 만났을 때 이야기했더니) 노 대통령은 찬성했고 이를 추진할 의향이 있는 것 같다.”

내셔널리즘 국익에 도움안돼 진짜 국익이 어디에 있는지 국민이 시각 바꾸도록 해야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이 제대로 진전이 되지 않고 있다.

“북한을 6자회담에 조속히 복귀하도록 하기 위해 한·미·일 3국이 단결해 의연히 북한에 대처해야 한다. 6자회담을 열기에 앞서 그 조건이 어떤 것인지 한·미·일은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지금까지 북한 외교를 보면 매우 기만적이거나 조종하는 데 능숙하다. 북한 외교 정책(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중국이 정치·경제·군사적으로 도약하고 있다. 한·중·일 3국 간 관계는.

“3국 간 정상회담을 실현하는 것이 하나의 목표다. 대국(大局)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소국(小局)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 3국 모두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하지만 이는 소국이다. 3국이 우호 속에 제휴하면서 공존공영을 확대시켜야 한다. 덩샤오핑(鄧小平)은 그런 소국적 문제들을 제쳐 놨었다. 각국 지도자가 덩샤오핑의 도량을 배워야 한다.”

―일본 헌법개정에 적극 나서 온 것으로 알고 있다.

“(현 일본헌법은) 시대에 맞지 않는 요소들이 명확히 나타나고 있다. 자위대는 무력행사를 못하기 때문에, 이라크 부흥을 위해 파견된 자위대를 네덜란드 군대가 보호해주고 있다. 독립국가, 혹은 세계에 공헌한다는 면에서 보면 이건 부끄러운 모습이다. 그런 예들 때문에 헌법을 바꿔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일본의 개헌 후 군사적 행동에 대한 주변국의 우려가 적지 않다.

“이웃 국가를 배려해야 하고, 개헌에 대해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고 말해왔다. (현재의 일본은) 책임을 다하는 국가가 아니다. 그런 상황으로 바꿔가려는 것이다. 일본이 다시 침략한다거나 군국주의가 될 가능성은 전무하다.일본인들은 시대의 흐름을 잘 알고 있다.”/ 조선일보 (2005-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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