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알바트로스>를 아십니까?

‘알바트로스’라는 영화가 있다. 1996년에 개봉되었던 한국 영화다. 차인표, 이정재, 이휘재, 강리나, 이무송 등 유명배우들이 대거 출연하였다. 언제 그런 영화가 있었냐고 물을 분들이 많을 텐데, 관객이 1만 명도 되지 않아 막을 내렸다고 하니 아는 사람이 별로 없는 게 당연하다. 기자도 지난해에야 어렵사리 비디오테잎으로 구해 보았던 영화다.

국군포로와 북한 정치범수용소의 실상을 다뤘다. 당시로서는 거액인 23억 원의 제작비가 투여되었다고 하지만 작품의 완성도는 상당히 떨어진다. 영화를 보면서도 ‘좀 더 잘 만들지……’하는 안타까움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차인표와 같은 ‘A급 스타’들이 출연할 수 있었던 것은 당시 그들이 군복무 중이었기 때문이다. 국방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만들어진 영화라고 한다.

북한의 실상을 잘 전달하고 있는 ‘알바트로스’

‘알바트로스’에 대한 기사를 작성하려고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당시 이 영화의 홍보를 맡았던 분의 홈페이지를 찾을 수 있었다. 그는 이 영화를 ‘반공영화’라고 했다. 1970년대의 대표적 반공영화 ‘배달의 기수’에 견주면서 “거부감만 생기는 배달의 기수 2시간짜리 버전”이라고 일축한다. 그래서 사람들의 거부감을 줄이면서 영화를 홍보하기 위해 “출연배우 개인의 인기를 이용했다”고 솔직히 회고하고 있다. 작품성이 떨어지는 영화를 홍보해야 했던 고충이야 십분 이해가 되지만, 그는 나중에 “내 이력에서 지우고픈 경력 중 하나가 돼버렸다”고 까지 이야기한다.

카피라이터는 영화를 상업성의 견지에서 바라볼 수 밖에 없겠지만, 그가 ‘알바트로스’를 그냥 반공영화라고 단정짓기 전에 국군포로들의 북한에서의 삶과 정치범수용소의 실상에 대해 면밀하게 알아보고 당시 홍보사업을 진행했는지 묻고 싶다. 기자 역시 북한에서 직접 살아보지 않았고 정치범수용소에 가본 적도 없지만, 수년 간 북한민주화운동을 하면서 북한의 실상을 들어본 바에 따르면 ‘알바트로스’에 비춰진 영상은 북한의 어제, 오늘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알바트로스’는 1994년 남한으로 온 조창호(75세) 예비역 중위가 북한에서 겪었던 일들을 기본 스토리로 하고 있다. 조중위는 한국전쟁 당시 포로로 잡혔다가 43년 만에야 북한을 탈출했으며, 북한에 억류된 국군포로들이 어떤 비참한 삶을 살고 있는지 그의 입을 통해 분명히 알려지게 되었다.

지난 18일 서울 재향군인회관에서는 ‘6.25전쟁 국군포로 가족모임’(대표 서영석)이 결성되었다. 이 자리에는 조중위가 노구에도 불구하고 참석, 명예대표로 추대되었다. 거동이 불편해 한동안 바깥 출입을 하지 못했지만 ‘국군포로 가족모임’이 결성되었다는 말에 힘을 내 일어섰다고 한다. 귀환 후 전역식장에서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죽지 않은 노병’의 모습을 보여주었던 조중위도 이젠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는 못하는구나 하는 생각에 가슴이 아렸다. 창립대회 후 만찬 자리에서 조중위를 만났다.

– 선생님을 소재로 만들었다는 영화 ‘알바트로스’를 보셨습니까?
“봤지.”
– 그 영화가 북한을 있는 그대로 잘 표현하고 있습니까?
“(고개를 흔들며) 많이 부족해.”

선입견의 늪을 헤어나와야

‘알바트로스’의 홍보를 맡았던 분은 “반공영화라는 선입견이 아주 강하고 작품성을 논할 여지가 없었던 영화”라고 까지 스스로 홍보를 담당했던 영화를 폄훼한다. 평소 관심이 없거나 알지 못했던 분야의 영화 홍보를 맡게 되었다면 일단 먼저 관심을 갖고 알아보는 것이 우선이고, 그랬더라면 사람들의 선입견에 매몰될 것이 아니라 ‘이것이 진실’임을 알리는데 주력해야 마땅했을 것이다. 하지만 홍보를 맡았던 사람부터 선입견의 늪을 빠져 나오지 못했다.

영화라는 형식을 빌리긴 했지만 ‘알바트로스’는 ‘논픽션’에 가깝다. 과거 남한의 권위주의 정권 시절에 체제의 우월성을 선전하는데 우선을 두고 만들어낸 반공영화들과는 달리 북한의 실상을 있는 그대로 잘 담아내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충분하다. 어느새 우리 사회에는 북한에 대한 부정적인 측면을 이야기하기만 하면 ‘반공’이라고 몰아 부치는 역(逆)선입견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그 사이 진실은 외면의 벽 뒤에서 통곡하고 있다. 선입견에 휩싸이지 말고 진실을 보아야 할 때다. 북한에 생존해 있는 것으로 알려진 5백여 국군포로와 고통 속에 신음하는 2천만 북한 인민의 진실에 대해서 말이다.

곽대중 기자 big@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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