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출입은행’은 BDA 北자금 중개 정중히 거절하라

우리 정부가 방코델타아시아(BDA)에 묶여 있는 북한의 불법자금 2500만달러 송금을 한국수출입은행을 통해 중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언론보도가 나왔다.

7일 조선일보는 이 기사를 처음으로 보도하면서 “전 세계 모든 은행이 신뢰도 하락을 우려해 북한의 불법자금을 취급하지 않으려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국책은행을 통해 북한 돈을 ‘세탁’해주려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파장이 예상된다”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하여 청와대는 지난 3일 문재인 비서실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백종천 안보실장 주재로 안보정책조정회의를 열고 BDA문제의 해법을 논의했는데, 이 회의에 고정 멤버가 아닌 재정경제부장관과 법무부장관도 특별히 참석했다고 한다.

보도에 따르면 이 회의에서 한국수출입은행의 해외점포에 북한 계좌를 개설하고, 이를 통해 북한 자금 2500만달러를 BDA로부터 송금 받아 러시아나 이탈리아 등 제3국 은행의 북한 계좌로 이체해주는 방안이 논의됐다는 것이다.

청와대 안보정책조정회의에서 한국수출입은행을 통해 북한 불법자금을 중개하는 것으로 최종결론이 났는지는 아직 알려진 게 없다.

만약 정부에서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면 ‘그저 한번 검토나 해봤다’는 정도로 결론 내리고, 아예 없었던 일로 빨리 이 문제를 접는 것이 좋다.

북한은 지금까지 BDA 자금을 미국에 있는 은행을 통해 제3국으로 이체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해왔다. 미국이 그렇게 해주면 다른 나라의 은행도 앞으로 북한 자금을 거래할 수 있게 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미 재무부는 자국의 애국법에 따라 BDA가 돈세탁 기관으로 지정된 만큼 미국의 은행을 이용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중국의 BOC(중국은행)도 BDA 돈을 중개해줄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그런데 왜 한국의 수출입은행이 대상에 떠올랐을까.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북한에 대해 ‘동결됐던 BDA 자금을 해제했으니 돈을 찾아가라’하고, 북한은 ‘현금으로 찾지 않고 계좌를 통해 이체하겠다’고 해 우리 정부가 나서게 된 것”이라고 한다. 또 “미국도 우리 정부의 방침에 동의, 한국수출입은행 측에 BDA 자금 송금에 협조해도 문제 삼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달할 것으로 안다”는 것이다.

이것이 도대체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미국도, 중국도 BDA 북한 불법자금 송금이 ‘뜨거운 감자’라는 사실은 삼척동자라도 다 안다. 이 때문에 미, 중은 ‘남한이 받아서 처리해주면 좋겠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골치 아픈 일을 ‘민족공조’ 좋아하는 남한에 미뤄버리자는 것이다.

만약 한국의 은행이 이 불법자금을 넘겨받아 중개해준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물론 미, 중이 말로써 국제금융기관에 보증해주고 권고한다면 지금 당장은 ‘1회용’인 만큼 별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불법자금 문제가 그동안 BDA 한 곳에만 국한되어 있었다고 단언할 수 없다. 북한당국이 사용하는 계좌는 BDA에 외에 러시아를 비롯하여 유럽 중립국 어디에선가 더 있을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고 또 상식적이다. 그러면 만약 무기 밀매 자금 등 북한 불법자금이 앞으로 더 포착되는 사건이 발생하면 어떻게 될까. 국제 금융기관들은 불법자금을 중개해준 경력이 있는 ‘전과자’ 한국수출입은행에 맨먼저 의혹의 눈길을 보낼 것이다. 아무리 선의로 중개해주었다고 해명해도 불법자금을 중개해준 ‘전과기록’은 엄연한 팩트(fact)이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에 온정주의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것 자체가 어리석은 일이다.

국제 금융거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신용’이다. 신용을 인정받을 때까지는 오래 걸리지만 한 번 신용에 금이 가면 복구가 어려운 것이 금융거래다. 만약 북한의 불법자금 문제가 재발할 경우 외국 금융기관들이 한국수출입은행과 계속 신용거래를 하려고 할까. 한마디로 말도 안되는 요구를 지금 미국과 중국이 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중국은 매우 비상식적인 판단을 하고 있다. 공자(孔子)도 “자기가 하기 싫은 일은 남에게도 하지 말라”고 했다. 하물며 자국이 하기 싫다고 미국에 뻗대면서 ‘쓰리 쿠션’으로 한국에 떠미는 것이 말이 되는가.

북한 자금 송금문제는 북한당국이 고집 부리지 말고 현금으로 먼저 찾아간 다음, 새 은행을 물색해서 처음부터 계좌 주인의 실명을 공개하고 국제금융 기준에 맞게 거래하는 것이 정직한 해법이다. 그 다음부터 ‘신용’을 회복하기 위해 투명하게 거래하면서 신용도를 쌓아야 한다. 그것이 원칙이다.

또 동맹국인 중국은 북한이 그렇게 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사리에 맞다. 동맹이란 좋은 일이든 궂은 일이든 고락을 같이 하는 것이 상식 아닌가.

아무튼 한국이 나서서, 그것도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이 불법자금을 송금해주는 행위는 나중에 자승자박의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 거의 틀림없다.

한국수출입은행은 북한의 미사일 판매 등 불법무기 밀매 등의 불법자금이 정녕 BDA 한 곳에만 집중돼 있다고 장담할 수 있는가? 만약 장담할 수 없다면 설사 정부의 권고가 있다고 해도 정중하게 거절해야 한다.

나중에 관계자들이 국회 청문회나 미국의 청문회에 참고인으로 출석하기 싫으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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