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에 남북 차이 없어요”

“형편이 아무리 어려워도 한가위가 다가오면 시장에 나가 햇곡식을 조금이라도 삽니다. 남한과 다를 게 거의 없다고 봐야죠.”

2003년 입국한 탈북 여성 김모씨는 18일 “북한이든 남한이든 추석을 쇠는 풍습에는 차이가 없는 것 같다”며 북녘의 한가위 풍경을 전했다.

다른 건 몰라도 조상의 성묘는 반드시 다녀와야 한해의 가정사가 펴인다는 것이 일반적인 민심이라는 것.

북한에선 추석 당일만 ’휴식일’이어서 남한처럼 ’추석 연휴’는 없지만 “그래도 ’민속 음식’으로 송편과 쌀밥, 고기 등을 준비해 추석 아침 조상의 묘를 찾아가 성묘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김씨는 말했다.

북한 당국은 60년대 말부터 80년대 중반까지 봉건유습 타파와 사회주의 생활양식을 외치며 조상숭배와 민간풍속을 봉건적 잔재로 매도했었으나 그때도 추석 명절만큼은 그대로 뒀다.

당국이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을 일반 민속명절로 퇴색시키기는 했으나, 완전히 없애버리지는 않았기 때문에 주민들은 매년 추석이면 빠짐없이 성묘를 다녀오곤 했다.

김씨는 “가까운 곳에 사는 형제들은 한자리에 모이기도 하지만 멀리 떨어져 사는 친척은 교통이 불편해 자주 만나지 못한다”며 “이때문에 남한처럼 ’민족 대이동’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남한에서는 많은 가정이 집에서 차례를 먼저 지내고 성묘를 하지만, 북한에서는 차례없이 곧바로 성묘를 간다.

묘에 도착하면 가져간 낫 등으로 벌초를 하고 상돌 위에 음식을 차리고 술을 부은 후 절은 하지 않고 묵례를 한다.

북한에서는 절하는 문화가 오래전에 사라졌다가 1980년대 들어 조금씩 부활되고 있으나 극히 일부에 불과하며, 북한 출판물들은 묵례나 서서 깊숙이 머리를 숙여 인사를 하는 것을 ’서서하는 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묵례 후에는 빈 접시에 술, 밥, 국, 반찬 등을 조금씩 담아 묘 주변 땅속에 묻은 뒤 온 가족이 상석 주위에 둘러앉아 음식을 먹으면서 담소하고 각자 집으로 돌아간다.

북한 당국도 추석 당일 성묘객의 편의를 위해 특별수송 대책을 세우고 새벽과 심야에 버스와 전차 등을 연장 운행하고 있으며 평양시에서는 추석용으로 약간의 쌀과 술을 가구별로 공급하기도 한다.

또 수년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민족풍속을 보존 장려해야 한다고 지시한 뒤 북한 TV 등은 추석을 맞으면 전통 문화를 소개하고 문예 프로그램 등을 편성해 명절 분위기를 띄운다.

추석관련 행사도 다양하게 열리는데, 이미 17일부터 해마다 추석을 앞두고 열리는 북한판 천하장사 대회인 제5차 ’대황소상 전국민족씨름경기’가 개막됐다.

사흘간 열리는 이번 씨름대회의 우승자에게는 전통대로 몸무게가 1t에 달하는 황소와 금으로 만든 소방울 등을 수여하며, 추석 당일 조선중앙TV는 주요 경기장면을 녹화중계하기도 한다.

그러나 올해는 지난달 집중호우로 가족을 잃거나 보금자리를 떠나야한 주민들이 수십만명에 달하는 만큼 어느 해보다 힘겨운 명절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최근 평양을 포함한 대도시에서는 화장을 하는 가정이 많아졌으며 1998년부터 당국의 지시에 따라 평양시 모든 구역에 ’유골보관실’이 마련되면서 간소하게 추석을 쇠려는 분위기가 일고 있다고 지난해 재일본 조선인 총연합회 기관지인 조선신보가 전했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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