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일 정상 對北 입장차 뚜렷”

한국과 일본 정상의 17일 회담을 계기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의 대북(對北) 정책 입지가 매우 옹색해졌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18일 보도했다.

고이즈미 총리의 입지가 좁아진 것은 북한이 납치피해자의 것이라며 보내온 유골이 다른 사람의 것으로 판명된 뒤 일본 안에서는 대북 경제제재 여론이 급격히 고조된 반면 북핵 6자회담의 한 축인 한국의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회담에서 일본 정부의 신중한 자세를 공식 당부하는 등 안팎에서 상반된 압력에 부닥쳤기 때문이라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이 신문은 특히 미국과 중국 정부도 6자회담을 재개하기 위해 일본 내 대북 강경론에 대해 우려하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신문은 한ㆍ일 정상이 회담에서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을 조속히 재개해야 한다는 큰 틀에 합의했으나 실제 대북 접근 방식을 놓고는 서로 국내 사정에 따라 뚜렷한 입장 차이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대북 경제제재에 상당히 신중한 편이었던 고이즈미 총리는 국내 강경여론을 고려한 듯 “일본인 납치문제와 관련해 북한의 대응에 많은 일본 국민이 강한 분노심을 갖고 있다”며 “앞으로 북한의 태도를 지켜본 뒤 대북 압력이나 제재 문제를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문은 ‘압력’ ‘제재’ 등을 거론한 고이즈미 총리의 발언은 지금까지의 신중 자세에서 강경론 쪽으로 한 발짝 더 나아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 반면 노 대통령은 일본 국민의 분노에 이해를 표하면서도 “성급하게 경제제재로 갈 것이 아니라 북한의 성의있는 해명도 듣는 등 시간을 두고 확인해보는 게 필요하다”며 “성급한 판단은 일본 국익에도 맞지 않을 것”이라며 냉정을 당부했다.

일본의 경제제재 움직임이 자칫 북핵 6자회담에 악영향을 줄 수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신문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6개월여 중단상태인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실마리를 풀려고 한 한국측으로서는 북한측이 일본의 강경론에 반발해 일본을 6자회담에서 배제하려 할 경우 6자회담의 틀이 깨질 것을 크게 우려했다면서 한국 정부 뿐 아니라 미국과 중국측도 일본의 경제제재 여론을 우려의 눈길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경제제재 여론에 대한 일본 정부의 대처를 “매우 주의깊게 지켜볼 생각”이라는 미 국무부 관계자의 발언을 전하면서 미국은 기본적으로 일본 정부의 태도를 존중하는 입장이나 어떤 식으로든 6자회담에 악영향을 미쳐서는 곤란하다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 역시 일본이 경제제재에 나설 경우 6자회담이 제대로 진행될 수 없다는 우려 속에 ‘납치문제’에 비해 ‘북핵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할 사안이라는 입장을 일본측에 전달하고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도쿄=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