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병 연장’ 논리도 이제는 국익 차원 넘어서야

23일, 노무현 대통령은 ‘이라크에 파병된 자이툰 부대의 철군 시한을 내년 말로 연장하는 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는 내용의 대국민담화를 발표했다.

국방부가 밝힌 파병 연장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북한 핵문제를 비롯한 남북관계 개선에 미국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에서 이라크에서 미국 정부가 처한 입장을 외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둘째, 다국적군의 일원으로 더 남아서 활동해달라는 이라크 정부와 국민의 입장을 반영했다는 것이다. 셋째, 한국 기업의 이라크 진출에 따른 경제적 이익을 고려했다는 것이다.

모두가 국익과 연결된 중요한 문제들이다. 산적한 북한 문제 해결은 굳건한 한미동맹의 토대 위에서만 가능한 일이라는 노 대통령의 평가도 내외 정세와 한반도를 둘러싼 국가간 역학관계를 정확히 진단한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시대변화를 통찰하고 파병이 갖는 새로운 의미와 명분을 세워 그것으로 국민을 설득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

냉전 이후 세계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개인의 생활단위는 국가와 민족을 넘어 세계와 인류로 확대되고 있다. 가난과 질병, 생명과 안전, 인권과 환경 문제 등은 이제 일국의 내정 문제에서 국제사회가 공동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로 그 성격과 차원이 달라지고 있다.

국가주의 시대의 관점에서 보면, 이라크 전쟁은 미국의 안보를 위한 전쟁에 지나지 않는다고 규정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세계화 시대, 인류공동체 시대의 관점에서 보면, 국제사회가 협력해 폭력으로 자국민의 인권을 유린하고, 화학무기로 자국민을 학살한 반인간, 반인류 범죄자 후세인을 응징하고, 이라크 민중을 해방하며 이라크 민주화를 지원하기 위한 전쟁이었다.

이제 우리도 세계화 시대를 개척한다는 적극적이고 창조적인 마인드를 바탕으로 외교정책을 펼쳐야 할 때가 오고 있다. 눈 앞에 보이는 국가주의 시대의 국익을 고려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다가오고 있는, 아니 이미 시작된 세계화 시대의 새로운 국익을 고려해야 한다. 동맹국 미국에게 성의를 보이기 위한 파병을 넘어서서, 세계민주화 실현을 위한 지원과 협력이라는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자이툰 부대 파병에 부여해야 한다.

아프카니스탄 인질 피랍 사태로 우리 국민들이 겪어야 했던 고통은 이루말할 수 없었다. 지난 인질 사태는 아무리 지역적으로 거리가 떨어져 있다해도 세계화 시대에는 우리 국민 어느 누구도 테러세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을 일깨워줬다.

주권불가침이라는 국가주의 시대의 질서를 무기 삼아 자국민의 생명과 삶을 파괴하는 독재자에 대해서는 국제사회가 힘을 모아 독재자의 폭정을 막고, 고통 받는 사람들을 해방하는 문제가 세계화 시대의 핵심적인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수단, 미얀마, 북한의 민주화는 세계민주화 실현을 위한 주요 당면 과제들이다. 우리는 자이툰 부대 파병을 통해 이 세계사적 과제 실현을 위한 행진에 당당하게 동참하고 있다.

정부와 대통령은 미국과의 관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파병을 1년 더 연장하자는 식의 낡은 논리에서 벗어나자. 당당히 세계 민주화 실현에 앞장서고 있는 자이툰 부대의 의미와 중요성을 적극적으로 부각해 국민을 설득하자. 이라크 내의 안정과 평화를 달성함으로써 이라크 민주화와 경제발전을 위한 정치적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자이툰 부대의 목표이며, 이 목표가 실현될 때까지 자이툰 부대는 이라크 주민과 함께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확고한 신념으로 국민의 동의를 얻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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