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 사태와 중국의 딜레마

티베트(시짱.西藏) 시위대 투항 시한인 17일 자정을 앞두고 중국 중앙정부가 티베트 수도 라싸(拉薩)에 치안병력을 추가 파견해 긴장의 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티베트 시위에 ‘인민전쟁’을 선포한 중국 정부는 탱크와 장갑차를 앞세운 대규모 군 병력을 라싸에 투입해 거리를 장악했다. 장갑차와 군인들이 새까맣게 거리에 깔렸으며 총을 든 군인들이 시위 가담자를 찾겠다며 조직적인 가택수색을 벌이고 있다. 시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으며 라싸시는 팽팽한 긴장감과 위기감에 쌓여 있다.

중국 정부는 국제사회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강경한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중국 정부는 “17일 자정까지 투항하거나 정보를 제공하는 자들에 대해서는 처벌을 면제하겠지만, 범법자들을 숨기거나 그들에게 은신처를 제공하는 자들은 법에 따라 처벌하겠다”는 포고문을 도시 곳곳에 붙여놓았다.

티베트 망명정부는 국제적 관심을 호소하며 인도 다람살라 남걀수도원에서 연이은 촛불 기도집회를 갖고 있다. 인도에 있는 티베트 망명정부는 16일 발표를 통해 “이미 80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을 확인했으며, 내부 소식통에 의하면 중국 경찰이 살해한 티베트 시위대가 100명이 넘어섰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시위는 1959년 티베트 독립을 요구하는 최초의 봉기가 일어난 지 49주년을 기념해 라마교 승려들의 주도하에 10일부터 시작됐다. 초기 승려들의 평화시위가 주민들까지 참여하는 폭력 사태로 번진 것은 14일 오후부터. 14일 오후 1시10분(현지시각)경 라싸 도심 라모기아사원 인근에서 상점과 차량 등 160여개 장소에 화재가 발생했으며 그 와중에 1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외신들은 전하고 있다.

시위가 격화되자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을 비롯한 정치국 상무위원 9명은 14일 오후 7시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政協) 폐막 직후 긴급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강경 진압을 결정하고 베이징에 머물고 있던 장칭리(張慶黎) 시짱자치구 당서기를 비롯한 주요 간부를 라싸시로 긴급 파견 사태 수습을 지휘토록 했다.

티베트는 중국에 강제 합병된 뒤 줄곧 독립운동을 벌여왔다. 중국 공산당은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을 건국한 후 1950년 티베트를 강제 합병했다. 티베트인들은 1959년 독립을 요구하는 대규모 군중 폭동을 일으켰으나 중국 정부의 탄압으로 뜻을 실현하지 못한 채 최고지도자 달라이라마는 인도로 망명했다.

중국 당국은 1950년 이후 49년간 망명정부를 이끌고 있는 티베트 불교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와 티베트와의 연결 고리를 끊기 위해 애를 썼다. 티베트 불교 승려들에게 달라이 라마를 부정할 것으로 강요하였으며 달라이 라마에 대한 기도 금지령을 내리기도 했다.

1965년 중국 정부는 티베트 땅의 절반만 ‘티베트 자치구’로 지정하고 나머지 땅들은 주변의 각 성(省)에 통합시켰다. 1966년부터 10년간 이어진 문화대혁명 시기에는 홍위병들에 의해 티베트 불교사원이 파괴되는 수난을 겪기도 했다. 천안문 사태가 발생했던 1989년 티베트에서도 분리 독립을 요구하는 시위가 발생했지만 중국 정부는 유혈 진압을 감행해 신속하게 사태를 수습했다.

2006년 베이징(北京)과 라싸(拉薩)를 연결하는 ‘칭짱철도’의 개통은 티베트를 둘러싼 정세를 빠르게 변화시켰다. 티베트 분리 독립 세력은 이를 ‘티베트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려는 중앙 정부의 음모’라며 거세게 반발했고, 철도 공사 기간 내내 곳곳에서 철도 공사를 방해하는 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칭짱철도를 타고 들어온 것은 관광객들뿐만이 아니었다. 라싸가 관광객으로 붐비기 시작하자 장사와 돈벌이를 목적으로 한족들 역시 빠른 속도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분리 독립 세력은 이번에도 ‘중국 중앙정부가 한족들을 티베트로 이주시켜 중국에 흡수하려는 조치’라며 반대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번 사태는 중국 당국이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공무원들과 학생들을 중심으로 티베트 주민들에 대한 대대적인 사상 교육을 조직 진행한 것이 화근이 되었다. 승려들은 그 동안 중국 정부가 자신들의 종교와 고유의 생활양식을 억압해 온 것은 물론 한족 이주정책을 통해 노골적인 티베트 말살정책을 펴고 있다며 강력히 항의하고 있다.

우려스러운 것은 이번 시위를 계기로 티베트 주민들과 현지 한족들간의 갈등이 본격화되리라는 점이다. 당시 현장에 있던 한 부상자(한족)는 “그 날 우리는 모두 2층에 숨어 있었다”며 “그들은 돌을 든 채 내 상점 문을 때려 부순 뒤 상점 안에 휘발유를 붓고는 불을 질렀다”고 말했다. “부인이 먼저 아래층으로 뛰어내렸고 뒤이어 나도 딸을 안고 뛰어내렸다”는 그의 증언은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을 충분히 짐작케 한다.

중국 정부에게 티베트 문제는 쉽게 피해갈 수 없는 골치 아픈 문제다. 특히 이번 사태가 올림픽을 앞두고 벌어진데다 56개 소수민족의 독립 움직임에 불을 당길 수 있는 사안이라고 보고 있다. 이것이 당 간부와 군중조직을 대거 동원한 이른바 ‘인민전쟁’을 통해서라도 신속하게 사건을 마무리 짓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이유다.

56개 소수민족으로 구성된 중국의 특수성 때문에 분리 독립 움직임에 단호할 수밖에 없는 사정이나, 올림픽을 앞두고 가뜩이나 신경이 예민해져있을 중국 정부의 곤혹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사고만 터지면 속전속결로 차단하는 중국 정부 특유의 방식대로 탱크와 장갑차를 동원해 강경 진압에 나선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중국 정부는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을 희망하는 세계인의 목소리에 응당 귀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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