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진 구당권파 ‘以夷制夷’로 쇄신바람 막는다?

부정선거→폭력→종북(從北) 문제로 궁지에 몰리던 통합진보당 구(舊) 당권파가 검찰의 압수수색을 계기로 색깔론 및 공안탄압을 내세워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일단 부정선거 여파로 경기동부와 연대에서 이탈한 인천, 울산연합의 복귀와 혁신비대위 쇄신안에 물타기를 노린다는 분석이다.


외부의 적을 끌어 들여 내부의 적을 막는 이이제이 전술은 민족해방(NL)계열의 상투적인 수법이다. 2008년에도 ‘북한과 연계돼 간첩활동을 벌인 일심회 연루 당원도 국가보안법을 통해 피해자로 둔갑시켜 PD계열을 당에서 쫓아내는 명분으로 삼은 바 있다. 또한 외부의 위협을 과장해 내부의 분열을 무마시키려는 수법으로 북한이 자주 사용하는 선동방식이다.


검찰의 압수수색 직후에 행동대원 격인 대학생들을 동원해 기습 시위에 나선 것도 최대한 판을 키우기 위한 실천 방안 중 하나이다.


일단 이러한 노림수는 일정 부분성과를 내고 있다. 이석기·김재연 등의 사퇴에 찬성했던 NL진영 비주류 관계자는 “검찰의 압수수색과 보수 언론의 색깔공세는 전형적인 중세 ‘마녀사냥’과 일치한다”며 “이번 사태를 통해 분열 위기에 놓인 당이 합심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한 신당권파가 공안탄압을 불러왔다는 책임론을 부각시켜 이석기, 김재연 당선자를 지키는 명분으로도 활용하고 있다. 김미희 당원비대위 대변인은 “검찰의 공안탄압으로 당이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해있는데 내부 갈등을 격화시키는 조치를 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이는 통합정신에 맞지 않고 단결해야 할 당원들에게 위기를 조성하는 발언”이라고 밝혔다.
 
이석기 등의 사퇴를 주장해온 조국 서울대 교수가 “통합진보당 내부에서 해결해야 할 일인데, 검찰이 나서면서 당내에서 (구)당권파는 책임자에서 피해자로 바뀌었고, 일이 더 꼬였다”고 말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한편 구당권파는 최근 ‘종북’ 시비에서 벗어나기 위해 침묵보다 적극적 방어 논리를 구사하고 있다. 구당권파인 이상규 당선자는 100분토론 이후 연일 언론에 등장해 내재적 접근법에 기반한 종북 방어 논리를 구사하고 있다.


그는 25일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3대 세습은)문제가 있다고 보지만 일반적으로 죄악시하는 식으로 얘기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정치적으로도 한반도 비핵화를 지향하므로 남쪽에 있는 핵도 반대하고 북쪽에 있는 핵도 당연히 반대한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재연 당선자도 이날 김용민의 인터넷방송에 출연, “통일운동을 열심히 했다거나 국가보안법을 의도적으로 위반했다거나 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종북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구당권파의 이 같은 전술이 신당권파와의 전세를 역전시키기는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사실상 분당 수순을 밟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적 명분은 이미 신당권파가 챙긴 상황이다. 검찰의 수사도 당분간 정치적으로 활용하겠지만 수사가 핵심간부 층으로 확대되면 파장은 일파만파 커질 수 있다.


25일까지 출당계가 제출되지 않으면 혁신위는 이, 김 당선자에 대한 출당 조치를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김재연 당선자는 이날 오후까지 출당계를 제출하지 않고 당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당기위원회 개최 중단을 요구했다.


경기동부연합에 의해 주도된 노골적인 종북 성향을 청산하기 위한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당 중요행사에 애국가를 부르기로 한 것도 이들 입장에선 큰 변화로 간주된다. 


박원석 통합진보당 새로나기 특별위원장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북핵, 3대세습 문제에 대해 “개인의 양심과 사상의 자유는 존중되고 보호돼야 하지만 공직자로서, 공당으로서 국민이 의문을 갖거나 보다 더 분명하게 입장을 표현할 것을 요구한 것에 대해서는 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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