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의 핵..北 폐기물저장소

북한이 1990년대 1차 핵위기 당시 ‘진실규명’의 핵심시설이었던 액체폐기물저장소 2곳을 핵 신고서에 포함시킨 것으로 확인되면서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런 관심은 액체폐기물저장소가 핵신고의 성실성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바로미터라는 점에서 비롯된다.

이 시설은 북한이 1992년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받을 때 공개를 거부했던 것으로, 1차 핵위기 발발의 주 요인이 됐다.

액체폐기물이란 재처리 시설에서 화학적 방식으로 플루토늄을 농축할 때 부산물로 나오는 화학폐기물로, 그 자체가 핵재처리의 증거일 뿐 아니라 재처리의 시기나 용량 등을 계측할 수 있는 방사능 데이터까지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폐기물 저장소에 대한 검증이 이뤄지면 자연스럽게 얼마만큼의 핵활동이 있었는지, 무슨 활동을 벌였는지, 얼마만큼의 재처리가 이뤄졌는지에 대한 파악이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더군다나 최근에는 계측장비 등의 수준이 향상돼 이들 시설에 대한 검증이 이뤄지면 나노 단위의 핵물질까지도 추적이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러한 이유로 북한은 1990년대 초 이 시설을 신고하지도 않았고 사찰에서도 제외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었다. IAEA의 사찰이 개시되기 직전 북한은 이들 시설을 은폐하기 위해 노력했고 ‘군사시설’이라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당시 두 개였던 액체폐기물 저장소 중 하나는 저장소 전체를 흙으로 덮고 그 위에 많은 나무를 심어서 위장했고 다른 하나는 흙으로 덮은 후 그 위에 다른 건물을 지어 은폐했다.

그러나 문제는 그 모든 은폐과정을 미국이 첩보위성을 통해 낱낱이 감시하고 있었다는 점이고 북한은 이 과정에서 미국의 감시능력을 뼛속 깊이 느낄 수 밖에 없었다.

북한이 이처럼 숨기기 위해 애썼던 폐기물 저장소를 이번 핵신고에 포함시킴에 따라 6자회담 참가국들이 적잖은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소식통은 11일 “북한이 90년대에는 신고서에도 명기하지 않고 은폐하려 했던 액체폐기물저장소를 신고서에 포함시킨 것은 큰 의미가 있는 사건”이라며 “과거 북한 핵활동의 진실을 규명하자면 이 시설은 반드시 검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욱 중요한 것은 북한이 이 시설물을 핵신고에 포함시킴에 따라 검증도 가능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외교소식통은 “이번 6자 수석대표회담에서 세부시설의 검증 문제에까지 구체적으로 아직 이야기를 안하고 있다”며 “하지만 신고서 내용이 검증 대상이라는 것은 북한도 이해하고는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신고한 시설인 만큼 앞으로 구체적인 검증체계 수립과정에서 1992년 핵문제를 야기했던 핵폐기물 저장소에 대한 의혹도 풀려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