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본 2008 북한

올해 북한 사회의 움직임을 한마디로 보여주는 `키워드’로 이렇다 할 새로운 것을 찾기 어려워 북한 사회의 정체를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북한 사회는 당국이 주민들을 동원하는 체제여서 북한 사회를 움직인 ‘키워드’라는 것도 당국의 주민동원을 위한 구호 성격의 것들이 대부분이지만 올해는 그마저 뚜렷하게 새로운 것이 없다.

지난해 북한 언론매체들은 ‘태천의 기상’, ‘삼복철 강행군’, ‘강성대국’ 등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주민들의 노력 동원에 나섰다.

그러나 올해는 ‘강선의 봉화’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와병설 중에 뒤늦게 공개된 김 위원장의 ‘담화’ 외에 특별한 것이 눈에 띄지 않아 북한 사회가 전반적으로 가라앉은 분위기였던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 당국이 연초부터 정권수립 60주년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올해를 2012년 강성대국 달성을 위한 역사적 전환의 해로 삼자며 야심차게 출발했던 것에 비해 미미한 끝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는 특히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문제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은 김 위원장이 쓰러진 것으로 알려진 8월 중순 이후 미국과 핵협상에서도 한동안 미국의 제의에 뚜렷한 대답을 하지 않음으로써 책임있는 결정을 할 수 있는 권력의 공백 현상이 생겼다는 분석을 낳았었다.

김 위원장의 건강문제는 그렇잖아도 개혁개방에 거부감을 갖고 있던 북한 당국을 주민결속과 체제단속으로 더욱 내모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북한은 올해 신년 공동사설에서 경제 정상화와 주민생활 향상에 주력할 뜻을 밝히면서도 “선군조선의 제일 국력인 정치사상적 위력을 더 높이 떨쳐야 한다”며 사상문화적 침투 방지, 심리모략전 배격, 사회주의 위해요소 불허 등을 강조해 주민에 대한 사상 교양 및 내부 통제를 강화해 나갈 방침을 밝혔었다.

연말에 등장한 ‘강선의 봉화’는 지난 24일 평안남도 남포의 천리마제강연합기업소를 시찰한 김정일 위원장이 2012년까지 ‘강성대국’ 달성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천리마의 고향인 강선(천리마제강연합기업소의 옛 이름)” 노동자들이 선봉에 설 것을 주문하면서 등장했다.

이후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30일 ‘강선의 본때로 용감무쌍하게 앞으로’라는 제목의 장문의 ‘정론’에서 ‘강선의 봉화’를 언급하면서 이는 “우리 식대로 창조하고 제힘으로 번영하고 승리하자”는 것이라고 해설했다.

김 위원장 시찰 이후 북한에서는 궐기모임과 함께 각 계층의 ‘반향(반응)’이 잇따르고 있으며 언론매체의 분위기 띄우기가 열기를 더해 내년에 ‘강선의 봉화’가 주민동원 구호로 북한 사회를 달굴 것으로 전망된다.

김 위원장의 ‘담화’는 그의 와병설 속에 북한 방송들이 노동당 창당 63주년을 맞은 지난 10월10일 발표했다.

김 위원장이 노동신문과 민주조선에 보냈다는 지난 9월5일자 담화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불패의 위력을 지닌 주체의 사회주의 국가이다’는 북한 정권 60년사를 개관한 뒤 ‘선군정치’ 유지 방침을 밝히면서 국방력 강화와 경제건설을 강조하고 개혁.개방에 대한 거부 입장과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의 이행 촉구 입장을 담는 등 구성과 내용면에서 신년 공동사설(신년사)과 매우 유사하다.

북한 언론매체들은 이 담화를 보름 넘게 반복 홍보했으며, 각 단위에서 단체 및 개별 학습이 대대적으로 전개됐다. 재일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이 담화가 김 위원장의 ‘시정연설’이라고 규정했다.

이 담화는 김 위원장이 ‘9.9절’ 행사에 불참해 ‘건강이상설’을 증폭시킨 후 한달이나 지난 시점에 공개됨으로써 ‘건강이상설’의 추가 확산을 막고 주민 사상교육의 강화를 통해 체제를 더욱 공고히 다지려는 의도를 지닌 것으로 분석됐다.

김 위원장의 ‘건강’ 문제는 올해 하반기 이후 북한 내에서도 최대의 관심사였을 것이지만 북한 당국은 이에 대한 공식 언급없이 김 위원장의 건재를 과시하는 상징조작에 총력을 기울였다.

매년 반복되는 것으로 ‘식량위기’와 ‘시장통제’는 올해도 북한의 현실을 반영한다.

특히 식량문제와 관련, 북한은 세계적인 식량위기에 ‘편승’해 자신들의 식량난을 인정하면서 식량문제의 자체 해결과 절약을 주민들에게 강하게 주문했다.

북한 언론매체들은 세계적인 식량가격 폭등과 그 원인을 집중 보도하면서 “이제는 어디서 쌀을 가져 올 데도 없고 또 누가 가져다 주지도 않는다”거나 식량문제 해결이 “단순한 경제실무적 문제이기 전에 우리 식 사회주의의 운명과 관련된 심각한 정치적 문제”라고 강조했다.

미국이 올해 중반 대북 식량지원을 재개했지만, 남북관계의 악화때문에 남한 정부로부터는 식량지원을 전혀 받지 못했다.

또 수년째 지속되는 시장통제 조치는 시장이 몰고온 변화에 대응해 북한 당국이 체제 단속에 고심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장에서 장사할 수 있는 연령을 50세 이상으로 제한해 노동자들의 직장 복귀를 유도하고 있고 최근에는 각종 지시문을 통해 내년부터 공산품과 농산물 등 모든 물품을 매매해오던 종합시장의 기능을 대폭 축소하는 방침을 발표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북한 전문가들은 그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북한 언론매체들이 4월 이래 “남조선 괴뢰”, “역도” 등의 험구를 지치도 않고 쏟아낸 것은 남북관계 악화를 그대로 보여줬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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