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중국, 이란 등에 핵 기술과 장비 등을 넘긴 파키스탄의 압둘 카디르 칸 박사의 핵기술 유출 내용이 담긴 편지가 공개됐다.
영국의 일간지 더 타임스는 “칸 박사가 핵 확산 혐의로 체포된 직후인 지난 2003년 12월에 독일에 사는 아내에게 보낸 비밀 편지를 지난 2007년에 입수했다”면서 북한이 칸 박사에게 핵기술 제공을 요청한 경위와 그 대가로 지급한 돈의 액수를 20일 보도했다.
칸 박사는 서한에서 “과거 퇴역한 북한 장성이 자신에게 3백만 달러를 가져와 핵 설계도와 기계 제공을 부탁했었다”고 밝혔다.
기계가 무엇인지에 대해 언급은 없지만 칸 박사가 지난해 일부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에 원심분리기를 제공했다고 인정한 점을 볼 때 농축우라늄 생산을 위한 원심분리기일 것으로 추정된다.
페르베즈 무샤라프 전 대통령도 자서전을 통해 “미사일 전문가로 위장한 북한의 핵 전문가들이 파키스탄 칸 박사 연구실을 방문해 비밀 브리핑을 받았다”면서 “칸은 북한에 거의 20기의 원심분리기를 넘겨주고 기술 지도도 해주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칸 박사는 자신의 첫 번째 고객이 중국이라는 점을 밝히고 당시 중국 정부의 요청으로 산시성 한중시에 원심분리 시설을 만들었다고 편지에 썼다.
핵 개발 의혹을 받고 있는 이란 정부에게도 “(부토의 국방담당 보좌관이던 퇴역 장성) 임티아즈 장군이 나에게 설계도와 장비 일체를 이란에 제공해 달라고 요청했다”며 “제공자들의 이름과 주소를 이란에 줬다”고 시인했다.
칸 박사는 현재 파키스탄 정부에 의해 가택연금 상태에 놓여 있다.
한편 데니스 블레어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이달 15일 캘리포니아에서 가진 강연을 통해 북한 등에 핵기술을 넘겨준 것으로 알려진 칸 박사 조직을 거론하며 “무기 거래의 암흑가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