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터 前대통령 오늘 방북…美 “특사 아니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북한에 억류중인 미국 국적의 아이잘론 말리 곰즈 씨 석방을 위해 24일(워싱턴 시간) 민간 항공기편으로 미국을 출발, 방북길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에는 부인 로절린 여사와 카터센터 대표 겸 최고경영자인 존 할드만 박사 등이 함께한 것으로 전해졌다.


CNN방송은 “카터 전 대통령이 오바마 대통령 측과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오바마 대통령의 친서는 휴대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미 행정부는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을 공식 확인하지 않고 있다. 이는 지난해 8월 억류 여기자 석방을 위해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전격 방북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곰즈 씨의 신병이 안전하게 확보될 때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어떤 코멘트도 하지 않겠다는 것이 이유다.


필립 크롤리 국무부 공보담당차관보도 24일 “개인적 차원의 인도적 노력과 관련된 자세한 사항을 논의함으로써 곰즈의 귀환 전망을 위태롭게 하고 싶지 않다”고 했고, 빌 버튼 백악관 부대변인도 “인도적 차원의 임무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어떤 언급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터 전 대통령의 이번 방북에는 미 행정부도 일정 부분 관여했지만, 전체적으로는 카터 전 대통령이 독자적인 라인을 통해 방북 의사를 타진하고 북측과 물밑 조율을 벌이는 과정을 거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을 50여 차례 방문했던 조지아대 박한식 교수가 중재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카터 전 대통령은 평양에서 1박을 한뒤 곰즈씨를 데리고 미국으로 돌아올 예정이며, 평양체류 중 지난 1994년 방북시 김일성 주석과 면담한 것처럼 이번엔 김정일과 면담을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카터 전 대통령은 버락 오마바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갖고 있으며 자신의 방북을 통해 경색된 북미관계를 풀어내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역시 전직 대통령의 방북의 효과를 극대화할 것으로 보인다. 유엔 안보리의 천안함 의장성명 이후 대화국면 전환을 노리며 미국의 추가제재를 피해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이번에도 평화공세를 펴 올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지난해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 이후 “대화의 방법으로 문제를 풀어나갈 데 대한 견해일치가 이룩되었다”고 밝혔고, 오바마 대통령에게도 구두메지시를 전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 행정부는 카터의 방북이 ‘정부 특사(envoy)’가 아닌 인도주의적 임무를 위한 개인 차원의 방북임을 강조하고 있다. 클린턴 전 대통령 방북 이후에도 미 행정부는 북한 태도에 대해 ‘의미있는 변화가 없다’가 평가하면서 기존 대북정책 기조를 유지한 바 있다.


크롤리 차관보는 “어떤 노력도 우리가 다른 나라에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말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 문제와 관련해 기자들이 ‘특사’라는 표현을 쓰자 “미국은 북한에 특사를 보내고 있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