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했던 남북 외교전

박정희 정권 시절인 1976년 우리 정부는 미국 시민의 북한지역 여행제한을 해제하려는 미 정부의 움직임을 차단하기 위해 전방위 로비활동을 전개했으며 이런 활동이 주효해 미 정부는 북한여행 제한조치를 1년간 재연장한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새로 등장한 카터 행정부 시절에는 상황이 크게 변해 한미 양국간 갈등요인이 된 것으로 드러났다.

외교통상부가 4일 공개한 외교문서에 따르면 1976년 3월 당시 박동진 외무장관은 주미대사에게 보낸 전문을 통해 미국 시민의 북한 여행제한 조치 유효기한이 3월24일로 만료되기에 미 국무부의 고위 당국자와 접촉해 유효기간이 재연장되도록 노력할 것을 요구했다.

박 장관은 그 이유로 북한의 호전적 태도와 한반도의 긴장이 여전하고 조치가 해제될 경우 미국시민 및 미국 시민권을 소지한 한국계들이 북한을 왕래할 수 있는 만큼 북한이 이를 이용해 재미교포 사회에 침투할 수 있다는 점 등을 들었다.

주미대사관은 이후 미 국무부 차관보 및 담당 과장과 접촉, 미국 시민의 북한지역 여행제한 조치를 재연장해 줄 것을 요청했다.

미 차관보는 이와 관련, 해제 여부는 상부에서 결정하기 때문에 약속할 수는 없지만 한국 정부 입장을 반영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변했다.

이후 헨리 키신저 미 국무장관은 1976년 3월19일부터 북한, 베트남, 쿠바, 캄보디아 등의 지역에 대한 여행제한 조치를 6개월간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키신저 장관은 당시 재연장 이유로 미국에 대한 북한의 적대감, 비무장지대의 불안정한 정세,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인 한국 정부의 특수상황 등을 들었다.

6개월 뒤인 같은 해 9월에도 우리 정부는 주미대사를 통해 미국이 이 조치를 다시 6개월간 연장토록 조치할 것을 주문했고 미 국무부 역시 9월 이를 재연장했다.

그러나 상황은 지미 카터 대통령 등장 이후 급변했다.

1976년 11월 미 대통령선거에서 제럴드 포드 대통령을 누르고 승리한 지미 카터 민주당 후보는 대통령 취임 직후인 1977년 3월9일 미국민의 북한지역 여행제한을 해제했다.

또 3월17일에는 유엔 연설을 통해 북한을 포함한 아시아의 모든 적성국과의 관계 개선의지를 비쳤다.

이와 별도로 북한의 유네스코(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 가입 문제를 둘러싸고 남북한이 치열한 외교전을 전개한 사실도 이번에 공개된 외교문서를 통해 드러났다.

북한은 1974년 유네스코(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에 가입했으며 2년 뒤인 1976년 유네스코 본부가 위치한 프랑스 파리에 상주대표부를 설치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 정부는 북한 대표부 규모를 최소로 제한토록 유네스코측과 교섭했으며 북한 대표부가 다른 정치활동 등을 하지 못하도록 요청하는 등 북한의 유네스코 가입을 통한 대외활동을 견제했던 것으로 밝혀졌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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