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한달 李통일 “표풍부종조..”

취임 한 달을 맞은 이재정(李在禎) 통일부 장관이 11일 올해 첫 정례 브리핑에서 노자(老子)의 도덕경(道德經)을 인용해 밝힌 말이다.

그는 이에 대해 “회오리바람은 아침 내내 불지 않고 소나기는 하루종일 내리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풀이하고 “새해에는 북핵 문제가 하루빨리 타개돼 한반도 평화에 대한 희망이 실현됐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고 했다.

북한의 핵실험과 그에 따른 유엔의 대북 제재, 당국 간 회담이 중단된 남북관계 등 어려운 정세를 회오리바람과 소나기에 빗댄 것으로 보인다.

불확실성에 휩싸인 현재의 정세 인식과 앞으로의 기대를 함축한 셈이다.

앞서 이 장관은 작년 12월 11일 취임사에서 `최상의 선은 물과 같다’는 뜻으로 노자의 도덕경에 나온 `상선약수(上善若水)’를 인용, 물이 가진 덕목을 나열하고 대북정책에 대한 합의와 관용을 강조한 바 있다.

그가 대북정책 사령탑을 맡아온 지난 한 달은 그리 순탄치만은 않았다.

앞서 내정자 시절인 작년 11월 17일 치른 인사청문회에서도 그는 6.25전쟁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즉답하지 못하면서 한나라당의 공세를 받았고 청문보고서 채택이 무산돼 취임이 미뤄지면서 마음고생이 심했다.

상선약수를 화두로 던지며 취임한 뒤에도 상황은 비슷했다.

6자회담이 교착상태를 뚫지 못하고 남북관계 역시 경색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는 나날을 보내야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핵실험의 후폭풍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기대했던 5차 2단계 6자회담도 휴회에 들어가면서 남북관계의 활로를 모색해야 하는 통일장관의 입지가 상당히 좁아졌기 때문이다.

이 장관은 취임 직후 밖으로는 각계 원로들을 만나 의견을 수렴하고 안으로는 부문별 업무보고를 받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우선 12월 13일 열린우리당 김근태(金槿泰) 의장과 민주당 한화갑(韓和甲) 대표 등 정치권 인사들에게 취임 인사를 했고 15일부터는 김수환(金壽煥) 추기경 등 종교계 지도자들을 만났다.

대북 정책 수행을 위해서는 국회를 통한 공감대 확보와 사회 원로들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부 발언이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 장관이 2일 “북의 빈곤에 대해 같은 민족으로서 책임을 감수해야 한다”고 하고 “북한이 핵실험까지 간 여러가지 배경을 본다면 빈곤문제도 하나의 원인이 아니겠느냐”고 밝힌 것이 도화선이 됐다.

그는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서는 핵문제와 함께 빈곤문제를 병행해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일각에서 북한의 빈곤에 대한 책임이 우리에게 있느냐는 등의 반론을 낳았다.

지난 8일 대북 쌀 차관의 일부 또는 전부를 인도주의 형식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도 논란이 됐다.

이는 종교인으로 인도적 지원을 강조해 온 그의 신념이 반영된 정책적 고민의 하나로 받아들여지지만, 정부 내에서 제대로 검토되기도 전에 내용이 노출되면서 혼란을 초래한 게 아니냐는 지적에 직면해야 했다.

이런 지적 때문인지 이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는 자료에 크게 기대지 않던 종전과는 달리 미리 준비된 발표자료를 그대로 읽어내려가는 신중한 모습을 보여 눈길을 모았다.

한편으로는 탈(脫)권위적이고 소탈한 행보가 관심사가 되기도 했다.

장관 책상에는 으레 놓여있는 명패(名牌)를 없애고 전 직원이 모인 가운데 진행하던 종무식도 각 본부별로 재량껏 하도록 지시한 것이다.

지금 이 장관의 앞에는 당국 회담이 중단된 지 6개월이 지난 남북 관계를 복원해야 하는 책무 외에도 정치권의 민감한 관심사가 되고 있는 남북정상회담 개최문제도 현안으로 놓여 있어 보인다.

회오리바람과 소나기가 오래 가지 않는다는 이날 발언이 폭풍우를 헤쳐 나가겠다는 뜻인지, 그치길 기다리겠다는 의중인지 다소 모호하다는 해석을 낳고 있어 산적한 현안에 대한 이 장관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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