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석의 일기⑫] “다시 박 할아버지에게로”

할 수 없이 나와 희선이는 박 할아버지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전과 다름없이 웃는 얼굴로 우리들을 맞아 주셨고 곧 다음에 보호해 줄 수 있는 곳을 찾아주셨습니다.

이번에는 나와 희선이가 각각 다른 곳에 맡겨지게 되었습니다. 나는 최 할머니의 동창생 집에, 그리고 희선이는 지난 번에 한번 만나 인사 드렸던 젊은 부부의 집으로 갔습니다.

그러나 이것도 오래 가지는 못했습니다. 우리 남매는 서로 떨어져 있는 것이 정말 싫었습니다. 또한 박 할아버지와 헤어지는 것도 싫었습니다. 그 마음이 가슴 속 깊숙한 곳에 남아 있어서인지 나도 희선이도 맡겨진 집의 가족에게 마음을 터놓기 힘들었습니다.

2∼3개월 후 또 쫓겨나 박 할아버지 집에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박 할아버지도 많이 곤란해 하셨습니다.

할아버지 말씀이 그 당시(1997년 말에서 1998년 초에 걸친 시기) 한창 북조선에서 도망쳐 오는 사람들이 많아져 경찰의 단속도 그만큼 심해졌다는 것입니다.

그 이전까지도 북조선 사람을 숨겨준 사실이 발각되면 벌금을 내게 되어 있었는데, 당시에는 그 벌금이 터무니없이 높아졌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당분간은 우리들을 맡아주거나 양자로 받아들일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우리 때문에 박 할아버지까지 곤란한 처지에 놓이셨지만 나나 희선이는 할아버지 집을 떠나지 않아도 되는 것이 기뻤습니다.

그때부터 우리 남매와 할아버지, 할머니 이렇게 네 사람의 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돌이켜보니 우리들이 북조선을 탈출 한 지도 벌써 일년이 다 되고 있었습니다.

The DailyNK 편집부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