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시련에 직면한 李통일

취임 100일을 갓 넘긴 이종석(李鍾奭) 통일부 장관이 24일 북측의 열차 시험운행 무기연기 통보로 시련에 직면했다.

지난 2월 10일 취임한 이후 남북관계는 굴곡 속에서도 종전 흐름을 이어왔지만 남북관계 급랭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이날 시험운행 연기는 이 장관을 첫 시험에 들게 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중대 사태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남북 당국이 굳게 합의하고 서명한 열차시험운행을 불과 24시간 여 앞두고 북측이 일방적으로 연기를 통보함에 따라 국내 대북 여론의 악화를 몰고올 여지가 다분해 보이는 점도 이 장관이 넘어야 할 산이다.

그동안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나름대로 명분과 합리성, 신뢰에 기초해 남북관계를 다져온 이 장관에게는 이날 북측의 통보가 날벼락이나 다름 없는 셈이다.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사상편향’ 논란을 뚫고 취임한 이 장관은 ‘국민 속으로’를 통일부 모토로 내세우면서 국민공감대에 기초한 대북정책 추진을 위해 사방으로 뛰어다녔고 제18차 장관급회담을 비롯한 각종 회담도 무난하게 치러냈다.

물론 3월말 평양에서 이뤄질 예정이던 18차 장관급회담이 한미 군사연습을 문제삼은 북측의 일방적인 연기 통보에 따라 4월말로 미뤄지고 3월말로 계획했던 개성공단 방문 역시 5월초로 늦춰지기는 했지만 대과 없이 소화한 것으로 평가됐다.

특히 대북 경제지원을 해서라도 인도주의적 현안인 납북자.국군포로 문제를 풀겠다는 그의 의지는 상당한 공감대를 얻으며 힘을 받기도 했다.

3월말 이산가족 상봉 행사 때에는 북측이 남측 보도의 표현을 문제 삼아 우리측 취재진의 취재를 제한한 데 이어 이를 이산가족 상봉단의 귀환으로까지 연계하자 ‘뚝심’을 발휘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99% 이상 이행을 낙관했던 철도 시험운행의 벽에 부딪히게 됐다.

이를 놓고 통일부가 그동안 너무 장밋빛 전망 일변도로 몰아가지 않았느냐는 가시돋친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 지난 16∼18일 제4차 장성급회담 이후, 열차시험운행을 위한 군사적 보장조치 여부에 대한 일부의 우려 섞인 전망에도 불구하고 통일부에서는 지난 13일 시험운행 합의의 구체성을 들어 낙관하는 분위기가 많았다.

아울러 장성급회담에서도 서해상 긴장완화에 초점을 맞추려 한 듯한 국방부와는 달리 통일부 쪽에서는 시험운행을 위한 군사보장 합의에 방점을 찍으려는 듯한 미세한 온도차가 감지되기도 했다는 관측도 뒤늦게 제기되고 있다.

결과적으로는 이 장관이 지난 22일 KBS라디오와 인터뷰에서 남북 열차 시험운행에 대해 “어떤 형태로든 될 것”이라며 보였던 확신은 깨져버렸다.

이 장관은 이번 사태에 따라 북측과 맞서 사태를 해결해야 하는 동시에 국내 여론에 대한 설득 작업도 병행해야 할 것으로 전망돼 그가 어떤 위기관리 능력으로 상황을 돌파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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