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통 보안속 전격 성사된 힐 방북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차관보의 21일 방북은 철저한 비밀속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그의 방북 가능성이 거론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방북 시기는 핵시설 폐쇄 등 북한이 북핵 2.13합의 초기조치 이행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다음달 중.하순 전후가 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그는 부시 미 행정부의 적극적인 대북 협상의지를 보여주듯 북한이 가시적 행동에 나서기도 전에 전격적으로 평양행 비행기를 탔다.

힐 차관보의 방북에 대한 북.미 간 접촉은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가 해법을 찾은 지난 주 이후부터 미 국무부와 김명길 유엔 북한대표부 차석대사 사이의 뉴욕채널을 통해 본격적으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형식적으로는 북한 6자회담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의 초청에 힐 차관보가 응한 것이지만 이번에 방북 문제를 누가 먼저 꺼냈는 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동안 수 차례에 걸쳐 초청의사를 밝힌 북한이 재차 방북의사를 타진했을 수도 있고 미국이 먼저 `가겠다’고 밝혔을 수도 있다.

하지만 누가 먼저 제안했느냐 보다는 양측이 조속한 양자대화, 특히 상징성이 큰 미국 수석대표의 평양 방문을 통해 잃어버린 시간을 만회하자는 데 공감한 것이 중요하다고 외교소식통은 전했다.

힐 차관보의 방북은 우리 정부도 불과 이틀 전에야 자세한 내용을 파악할 수 있었을 만큼 철저한 보안 속에 진행됐다.

정부가 처음 힐 차관보의 방북 사실을 설명들은 것은 지난 19일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이 방한 중인 힐 차관보와 아침을 함께하는 자리에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힐 차관보는 취재진의 거듭된 방북관련 질문에도 “당장 추진할 일은 아니다”며 피해갔다. 그는 송 장관에게 방북계획을 설명한 당일 오전에도 기자들에게 마찬가지로 답했다.

19일 한국에서 일본으로 향했던 힐 차관보가 21일 오전 평양행 비행기가 기다리고 있는 오산 공군기지로 입국하는 과정도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다.

한편 힐 차관보의 방북과 관련한 보도 과정에서 관계국들 사이에 손발이 맞지 않는 모습도 있었다.

정부 당국자는 평양행 비행기가 뜨기 30분 정도 전인 오전 10시55분께 한국 취재진들에게 관련 사실을 공개하며 `낮 12시30분까지 엠바고(보도자제)로 해달라’고 요청했다.

미국의 공식 발표시간과 힐 차관보의 평양 도착 시간을 감안해서였다.

일본 등 다른 관련국들과도 같은 시각에 언론에 관련사실을 공개하기로 협의됐을 것으로 보이지만 오전 11시5분께 일본 NHK방송을 통해 힐의 방북 소식이 알려지면서 엠바고는 무의미해졌다.

아울러 `정보를 주면 샌다’는 일본의 악명(?)을 재차 확인하게 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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