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마는 달리고 싶다(?)”

금강산 관광의 관문인 강원도 고성군 남북출입국사무소 인근을 지나다 보면 북한과 연결되는 철도인 동해선의 제진역 앞에 열차가 세워진 것을 볼 수 있다.

기관차와 발전차, 네 량의 객실차로 이뤄진 이 열차는 지난 5월24일 경의선ㆍ동해선 남북 열차 시험운행 때 동해선을 타고 북한 금강산역에 가서 북측 인사를 태우고 다시 제진역으로 돌아올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 열차는 행사가 취소된 지 반 년이 다 돼 가지만 여전히 제진역 앞에 세워져 있다.

현재 남북 관계가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와 핵실험 등으로 인해 꽁꽁 얼어붙어, 언제 시험운행이 이뤄질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열차는 왜 비바람을 맞으며 제진역 앞에 버티고 서 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돌아갈 길이 없기 때문이다.

22일 정부에 따르면 동해선은 남북 철도연결 사업에서 남측의 제진역과 북측 금강산역까지는 연결이 돼 있지만 정작 제진역에서 남쪽 강릉역까지는 연결이 안돼 있어 열차가 갈 곳이 없다.

남북의 철도 연결이 급하다 보니 정작 제진역에서 남쪽으로 철도를 연결시키지 못한 것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철도 시험운행을 앞두고 6량 짜리 열차를 선박을 이용해 동해까지 실어 나른 후 육로에서는 트럭 등을 이용해 제진역 앞에 옮겨 놓았다.

이 때 운송비만 2억원이 훌쩍 넘었다.

그런데 이 열차를 다시 옮기자니 그만큼 추가 비용이 들고, 언젠가 시험운행이 되면 그때에는 또 비싼 비용을 들여 힘들게 열차를 선박과 트럭을 통해 옮겨와야 하기 때문에 정부로서도 쉽사리 열차를 옮기지 못하고 고민만 하고 있다.

그러나 계속 열차를 제진역 앞에 세워두고 바깥 바람을 맞히자니, 겨울 동안 기온이 크게 떨어지고 눈도 오면 차량 관리가 제대로 될 수 없는 것이 또 문제다.

6.25전쟁 당시 경의선 비무장지대에 50년 넘게 방치됐던 열차도 지난 20일 보존처리를 위해 도라산역으로 돌아왔는데 이번에는 동해선에서 ‘달리지 못하는 철마’가 다시 나온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한 것.

정부 관계자는 “시험운행이 언제 시작될지 예측할 수 없고, 비용 문제도 만만치 않은데다 열차를 옮겨버리면 외부적으로 ‘열차 시험운행에 대한 의지가 약화된 것이 아니냐’는 오해를 받을 수도 있어 아직 열차를 옮기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당분간은 이 열차를 이용해 동해선 남측 구간의 시운전을 하고, 열차가 상하지 않도록 관리에도 각별히 신경 쓰겠다”고 덧붙였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