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폭침 4주기, 국민 마음이 불편한 이유

2010년 3월 26일 해군 1,200t급 초계함인 천안함이 백령도 서남방 2.5km 해상에서 북한군의 어뢰공격으로 폭침, 장병 46명이 전사하였다.

오늘은 천안함 폭침 4주기이다. 그럼에도 ‘천안함 사건’은 전혀 종결되지 않았다. 사건발생의 원인인 천안함 공격의 주체가 아직도 입을 다물고 있다. 스웨덴 전문가까지 포함된 천안함 폭침 민군합동조사단이 북한의 소행임을 과학적으로 명백히 객관화하여 밝혀냈지만, 북한은 사실인정-사과-책임자 처벌-정전협정 준수 약속의 수순을 일체 밟지 않고 있다. 1987년 KAL기 폭파사건과 유사한 것이다.

논리적으로 볼 때, 사건의 원인이 규명되지 않았으니 사건을 종결시킬 수도 없다. 사건이 종결되어야 5·24 조치도 해제하든지 말든지 할텐데, 사건의 원인조차 모르니 5·24조치를 해제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5·24 조치를 해제하면, 대한민국 정부는 사건의 원인도 모르면서 5·24 조치를 단행한 것이 되고, 왜 사건을 종결해야 하는지조차 모르면서 사건을 종결하는 것이 된다. 대한민국 정부가 스스로 논리 모순의 함정에 빠져드는 것이다. 이런 것이 바로 ‘국가성(國家性) 상실’이 된다.

물론 5·24 조치가 영원히 계속될 수는 없을 것이다. 46명의 전사자들도 북한이 사과-책임자 처벌-정전협정 준수를 실천하면, 그나마 오그라든 허리를 좀 펴고 잠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게 할 수가 없게 되어 있다. 북한이 5·24 조치를 해제하고 싶으면, 먼저 잘못부터 시인하고 들어와야만 그때부터 사건발생의 원인 규명-책임자 처벌-사건 종결로 가는 단초라도 마련되는 것이다. 따라서 대북 경협 기업들도 대한민국 정부에 5·24 조치 해제를 요구할 게 아니라, 김정은과 당 간부들을 압박해 사건 원인부터 규명하도록 만드는 것이 좀더 현명한 방법이 될지 모른다.

많은 사람들이 천안함 폭침 4주년을 맞는 심경이 착잡할 것이다. 천안함 폭침 사건을 보는 대한민국 내부 사정부터가 그렇다. 오늘 아침 조간신문에 보도된 고등학교 교과서 천안함 폭침 내용을 보면 ‘사돈 남말 하듯’ 기술하고 있다. 마치 남과 북 사이에 ‘심판’을 보듯, 또 그런 것을 객관적 기술로 착각하는, 3류 교사와 학자들의 모습이 선히 보인다. 그리고 아직도 천안함 폭침을 북한 소행으로 믿지 않는 사람이 적지 않다.    

2010년 천안함 폭침 이후 국민의식 변화는 크게 4가지 정도의 특징을 보여준다.

첫째, 천안함 폭침 원인에 대한 여론조사 추이를 보면 ‘북한 소행이다’는 응답이 평균 70%선, ‘북한 소행 아니다’는 응답이 평균 20%선을 보여주고 있다. ‘북한 소행 아니다’고 응답한 20% 중 10% 정도는 ‘천안함 폭침 원인’이라는 순수 사실관계를 둘러싼 의혹을 가진 응답자로 추정된다. 실제로 ‘민군합동조사단 발표를 믿지 않는다’는 응답자 중에서 ‘믿지 않는 이유’ 대해 “사건 초기에 정부와 군 발표가 오락가락해서”가 64.9%로 가장 많았다.

나머지 10% 정도는 반(反)대한민국·반미친북 경향성을 가진 세력으로 추정된다. 몰론 이 10%는 전 국민의 10%라는 뜻이 아니라, ‘북한 소행 아니다’는 응답자 중에서 10%를 말한다.

둘째, 연령·세대·학력에 따라 차이를 계속 보여주고 있다. 연평도 포격도발과 천안함 1주기를 거친 2011년부터 20대에서는 ‘북한 소행’이라는 응답이 10% 정도 더 높아진 반면, 30대~40대에서는 여전히 합동조사단 발표를 믿지 않는 경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셋째, 지지 정당별 정치성향에 따라 편차를 보여주고 있다. 새누리당 지지층은 80% 이상, 민주당 지지는 65% 정도가 ‘북한 소행’이라고 응답한 반면, 통합진보당 지지자는 거꾸로 ‘북한 소행 아니다’는 응답자가 6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천안함 폭침 이후 한국사회에 가장 크게 대두된 문제가 바로 이 정치적 성향에 따라, 대북정책 지지 성향에 따라 ‘천안함 폭침 원인’이라는 과학 영역에서의 사실관계가 왔다갔다 한다는 점이다. 과학은 과학이고, 정치적 지지성향과는 별개임에도 불구하고 이 부분을 혼동하고 있다. 즉, 사실관계 판단에서 과학주의·합리주의·이성(理性)주의적 태도가 결여되어 있으며, ‘객관적 판단’과 ‘개인적 견해’ 사이에 혼선이 발견되고, 이로 인해 건전하고 생산적인 토론문화가 정착이 안 되고 있다는 점이다. 

넷째, 친북 인터넷 매체와 SNS에서 나도는 ‘천안함 괴담’과 사실 왜곡 및 선전선동이 2008년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사태 때처럼 여전히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천안함 폭침 후 국민들의 안보불안 심리를 악용한 ‘전쟁이냐 평화냐’라는 정치 선동이 먹혀 들어가면서, 실제로 2010년 7월 여론조사를 보면 ‘합동조사단 발표를 신뢰한다’는 응답이  32.4%까지 추락하는 이변이 일어났고, 당시 6월 지방선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언론·시민단체·정부는 이같은 ‘천안함 현상’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첫째, 북한에 의한 도발은 정부가 사건 초기에 정확히 그 성격을 규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이다. 당시 청와대에서 사건 발생 불과 1시간 30분 정도 만에 “북한  관련성 낮다”고 성급히 발표한 것은 명백히 잘못된 것이었다. 이후에도 잇따른 오락가락 발표가 신뢰를 스스로 떨어뜨렸다. 정부는 사건 초기에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도발의 성격을 정확히 규정해야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둘째, 가정교육·학교교육·사회교육에서 사실관계(fact) 및 실체적 진실을 추구하는 과학주의·합리주의·이성주의에 대한 가치를 중시하는 교육을 해야 한다. 어릴 때부터 이 같은 교육이 선행되어야 거짓말, 왜곡날조, 선전선동에 대한 정신적 항체가 생기며, 부화뇌동(附和雷同)하지 않게 된다. 
 
셋째, 중고교 학교교육에서 ‘바른 정치교육’이 필요하다. 현재 중고교 사회 교재를 보면 ‘낮은 수준의 정치학 개론’을 다루고 있는데, 이보다는 실제적인 ‘정치 교육’이 더 중요하다. 예를 들어, 학교에서 여야 모의국회 등을 통해 입법활동, 사회 갈등 조정, 국가공동체의 이익을 판단하는 문제 등을 배우는 실제적인 ‘정치 교육’이 ‘정치학 개론’보다 더 소중한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생산적인 토론과 합의 창출 등의 사회적 문화가 정착되도록 해야 한다.

또 중고교에 철학수업이 강화되어야 한다. 어려운 철학사의 철학이론보다 ‘바르고 정확하게 생각하는 방법’ ‘개인과 국가공동체의 관계’ 등에 관해 학생들로 하여금 ‘생각하는 방법’을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게 함으로써, 자유·인권·민주주의·법치·시장 등 자유민주주의 사회의 기본가치를 몸으로 익히는 것이 필요하다. 

넷째, 북한을 ‘있는 그대로’ 가르치는 교육이 필요하다. 전체주의 수령독재 체제의 이론과 실제에 대한 정확한 이해, ‘우리민족끼리’가 아니라 자유민주주의 바른통일 교육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정부와 언론은 북한을 있는 그대로 다룬 다큐멘터리 영상물을 많이 보급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진보를 표방하는 정치세력은 종북친북과의 관계를 완전히 청산하고 인류보편적인 가치에 기초한 진보를 추구해야 한다.

여섯째, 대한민국 주도의 한반도 통일을 추진해야 한다. 대한민국 주도의 통일이 진정한 한반도 비핵·평화의 완성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하고, 또 동아시아 평화와 공동번영의 출발점이라는 사실을 국제사회에 적극적으로 알려야 하는 것이다. 

천안함 4주기를 맞는 오늘도 국민들 마음은 편치 못하다. 46명의 전사자들과 가족들이야 오죽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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