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앞에 선 대학생·네티즌…”의혹 해소됐다”






▲지난 8일, 대학생과 네티즌에게 공개된 천안함의 모습ⓒ데일리NK
“어뢰폭발과 버블제트로 인한 침몰이 확실한가요?”, “다른 군함과의 충돌 가능성도 제기되던데요?”, “정비 불량으로 인한 내부 폭발 가능성도 있잖아요?”, “스크류의 변형된 모습을 보니 좌초 아닌가요?”


여기저기서 들리는 카메라 셔터 소리와 함께 참가자들의 질문이 속사포처럼 쏟아졌다. 평택 해군2함대에 놓인 초계함 천안함 앞에서다. 의혹을 묻는 참가자와 설명하는 해군 준장 사이에서는 팽팽한 긴장감마저 흘렀다.


지난 8일 트위터리언, 대학생기자, 파워블로거가 국방부에 초대됐다. 천안함 침몰 사건 합동조사 발표 후 국방부는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천안함 공개를 결정했다. 결과 발표 이후에도 식지 않은 의혹들을 해명하고, 객관적 증거들을 정확히 설명하기 위해서다. 이로써 70여명의 대학생, 네티즌들이 천안함과 어뢰 일부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게 됐다.


의혹 해명할 천안함 구석구석의 증거들


‘772’라는 숫자가 선명하게 찍혀 있는 천안함 앞에 서자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일순간 정적이 흘렀다. 몇몇 참가자는 함정의 크기에 압도당한 듯 천안함의 위아래를 연신 훑었다. 천안함 옆에는 원래 함수 위에 있어야 할 연돌이 망가질 대로 망가진 채 바닥에 진열되어 있었다.


박정수 해군 준장은 “천안함은 강력한 수중폭발로 인해 함수부와 함미부가 두동강 났다”며 “천안함을 직접 보고 설명을 듣게 되면 지금까지 제기됐던 것이 옳은 소리인지 틀린 소리인지 판가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준장은 온오프라인에서 쏟아져 나오는 각종 의혹들을 염두했는지 천안함 구석구석을 보여주며 해명에 나섰다.


함수와 함미의 절단면이 공개되자 카메라 플래시가 쉴 새 없이 터졌다. 함정 외판들은 안쪽으로 휘어진 채 주갑판을 향해 솟아있었다. 함미와 함수를 연결하던 전선들은 다 절단된 상태로 엉켜 있거나 휘어져 나온 상태였다. 원인 모를 매쾌한 냄새까지 났다. 내부 승선은 제한돼, 절단면을 통해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었지만 그을림과 같은 화재의 증거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上左부터시계방향)소나돔이 양호한 상태다. 함미의 좌현의 외판이 심하게 구부러져 솟아있다.좌현 스크류의 변형이 없다. 우현 스크류는 심하게 휘어졌다.ⓒ데일리NK
박 준장은 “함수 좌측 외판이 4.1m위로 올라가 있고, 함미부 우측 외판은 0.5m위로 올라가 있다”며 “이는 좌측이 우측보다 더 심한 충격을 받았음을 알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용골도 1.3m위로 올라간 것을 알 수 있다”며 “천안함은 좌측의 강력한 충격파와 버블제트에 의해 외판이 꺾여 올라갔음을 보여주는 분명한 증거”라고 말했다.


그는 소나돔이 아주 깨끗하고 양호한 점, 함수부터 함미방향으로 바닥이 찢긴 부분도 없다는 것을 보여주며 암초 좌초설 등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실제로 음파탐지용으로 선저에 설치된 소나돔은 음푹 패인 흔적조차 없었다. 선저 외판이 우묵하게 눌린 것에 대해, 박 준장은 “일종의 디싱(Dishing)현상으로 이 또한 수중폭발을 뒷받침하는 증거”라며 “암초 등의 충돌로 인해 찢어진 자국으로 인식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선저에 조금씩 움푹 패인 자국은 인양 시에 설치된 체인이라는 것이 박 준장의 설명이다. 선저에 페인트칠을 해 흔적을 없앴다는 것도 여러 의혹들 중 하나였지만 천안함을 살펴본 결과 페인트칠 자국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참가자들의 날선 질문은 함미 부분의 스크류로 안내되자 절정에 달했다. 양쪽 스크류의 기형적 모형이 의문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좌현 스크류는 변형없이 하단만 조금 잘려져 있었으나 우현 스크류는 심하게 휘어져 있었다. 한 참가자는 “스크류의 좌현이 잘린 것은 스크류 좌초로 인한 것 아니냐”고 질문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좌현과 우현 스크류의 다른 모양에 대한 의구심을 표출했다.


박 준장은 “좌현 스크류 끝쪽이 잘려진 것은 천안함이 바지선에 닿는 과정에서 잘못 예단해 끊어진 것”이라며 좌초해서 끊어진 것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또한 “우현 스크류가 휘어진 것은 압력을 받았을 때의 시뮬레이션을 했더니 가능한 결과임을 입증했다”며 “좌현 스크류와 우현 스크류의 모양 차이는 몇 분의 몇 초 사이에 압력을 받았는지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거한 어뢰 보여주자, ‘1번’ 표시에 집중








▲국방부 브리핑룸에서 공개된 어뢰의 추진동력장치부. ‘1번’ 표시가 있다.ⓒ데일리NK
천안함 공개에 앞서, 국방부는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민군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 발표와 함께 어뢰 추진부와 동력장치를 보여주는 자리를 마련했다. 백령도 해안에서 수거한 어뢰의 추진부와 동력장치가 공개되자 참가자들은 어뢰의 ‘1번’ 표시와 프로펠러의 흰색 흡착물질에 예의주시했다.


설명에 나선 권재석 중령은 북한 어뢰의 설계도면을 함께 보여주며 “탄두 부분은 알루미늄 소재로 폭발로 인한 고열로 없어졌지만, 추진동력장치 일부인 모터, 샤프트는 수거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거한 어뢰가 모양 면에서 설계도면과 일치하며, 프로펠러에서 수거한 흰색 흡착물질이 선체에서 발견한 흡착물질과 동일한 것으로 판명됐다”고 덧붙였다.


장광일 국방부 정책실장은 인사말에서 “천안함은 불법으로 영해를 침범한 북한군의 잠수함에 의해 우리 군함이 격침된 사건”이라며 “이는 유엔헌장, 정전협정, 남북기본합의서를 어긴 사건이자 군사도발, 무력행위”라고 규정했다. 다만 그는 “우리 군이 기습을 받았다는 것 자체가 잘못이며, 군은 철저히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 정책실장은 “합동조사단의 결과는 과학적인 증거와 데이터, 검증을 거쳐 나온 것”이라며 ‘과학적인 검증의 산물’임을 분명히 했다. 이어 그는 참가자들에게 “조사결과에 대한 설명을 잘 듣고 파워유저로서의 필요한 활동을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일반인에 대한 천안함 공개 기회 더 많았으면









▲참가자들은 어뢰를 비롯하여 천안함 구석구석을 사진으로 찍으며 적극적 관심을 보였다.ⓒ데일리NK

천안함 사건 설명회의 주요 일정이 모두 끝난 이후에도 참가자들의 질문은 끊이지 않았다. 떠도는 의혹들을 정리해서 조목조목 묻는 질문자도 있었다. 북한의 실사단을 초대해 천안함 침몰사건을 규명하자는 의견이 나오자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실소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김민석(트위터리언) 씨는 “북한이 천안함을 공격했다는 것에 대해서 강한 믿음이 있지만 여전히 해소되지 않는 의혹들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2시간여에 걸쳐 이뤄진 현장 답사와 질의응답으로 참가자들의 모든 궁금증을 해결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해보였다. 하지만 일반인에 대한 천안함 공개는 늦었지만 적절한 정책이었다는 게 참가자들의 대체적인 반응이었다.


대학생 기자단으로 참여한 박정환(명지대 4) 씨는 “기사만 보다가 현장에 직접 와서 보니 의혹 해소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며 “천안함을 실제로 보니 그 크기에 놀라웠고, 천안함 구석구석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들으면서 보니 이해가 빨랐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국방부가 일반인들에게 천안함을 공개하는 많은 기회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